인문숲 - 내가 찾은 삶의 의미 <죽음의 수용소에서>(2)

정리=김미경 인문학협동조합 망원경 인문강사 / 기사승인 : 2021-01-29 00:0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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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의미를 찾는 방법, 로고테라피

최미선: 또 다른 상상을 하잖아요? 그것은 실현됐어요. 아내를 만나는 것은 실현이 안 됐는데. 어떤 상상이었죠?


김미경: 프랭클이 너무 힘들고 어려울 때 또 다른 상상의 나래를 폅니다. 본인이 아주 따뜻하고 쾌적하고 밝은 환경에서 강제수용소에서의 체험과 로고테라피에 대해 강의를 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학생들은 너무 집중해서 듣고 있고 정말 혼신의 힘을 다해 강의하는 상상을 매번 매순간 하는 겁니다. 


최미선: 그것은 실현됐죠? 그나마 좀 위안이 되네요. 로고테라피는 삶의 의미를 찾는 것이라고 하잖아요? 삶의 의미를 찾는 방법이 있을까요?


김미경: 책에서는 세 가지 정도로 요약해서 이야기하는데요. 그 첫 번째가 창조적인 일을 할 때 찾는다고 하는 창조적인 의미입니다.


최미선: 이해할 것 같아요.


김미경: 어떤 일을 하거나 새로 만들어 낼 때 의미를 찾는 것이죠.


최미선: 프랭클도 자기의 창조성으로 극복했다고 볼 수 있을까요?


김미경: 그럼요. 창조적이라는 것 자체가 일을 하거나 일을 함으로 인해 만들어지는 것이잖아요? 본인이 수용소 안에서도 의미를 찾아 로고테라피를 만들어내잖아요. 그 안에서 창조적인 일을 함으로써 의미를 찾아내고 있었던 거죠.


최미선: 그렇네요. 두 번째는 어떤 방법이 있죠?


김미경: 두 번째도 비슷하긴 한데 경험적인 의미입니다. 어떤 일을 경험함으로써, 특히 사랑하는 사람을 만남으로써 사랑을 경험함으로써 경험하지 않은 사람에 비해 좀 더 많은 의미를 찾아낼 수 있겠죠?


최미선: 그렇죠. 창조라고 하면 자칫 관념적이고 이념적인 의미로 흘러갈 수 있는데 그것을 실제 삶으로 가져와서 경험함으로써 새로운 의미를 발견하는 것이죠. 이것도 어떻게 보면 창조적 일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김미경: 그렇죠. 그런 것들이 어떻게 보면 연결돼 있다고 볼 수 있겠죠. 


최미선: 세 번째는 어떤 방법이 있을까요?


김미경: 세 번째가 가장 중요합니다. 제가 이 책에서 가장 좋게 생각했던, 정말 감명 깊게 생각했던 태도적 의미입니다.


최미선: 태도, 좀 더 구체적으로 설명해줄 수 있을까요?


김미경: 어떤 일이 생기는 상황은 똑같아요. 예를 들면 지금 우리 둘이 이야기를 하는 것도 어떤 일이 생기는 것이죠.


최미선: 사건이죠.


김미경: 사건을 바라보고 일어난 사건에 대해서는 어떻게 할 수가 없어요.


최미선: 그렇죠. 이미 어쩔 수 없는 상황이 일어났는데 여기서는 어떤 태도를 취할 것인가의 자유를 가진다는 것이죠.


최미선: 짜증 나 할 수도 있고 의미 있는 시간을 보낼 수도 있고.


김미경: 그렇죠. 그런데 프랭클은 수용소에서 확실히 느끼게 됩니다.


최미선: 극한의 상황에서 태도의 자유를 획득할 수 있었다는 것이 프랭클의 말에 귀를 기울일 수밖에 없는 거죠.


김미경: 수용소 안에서 정말 죽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할 수도 있고 ‘정말 못 견디겠어. 나는 못 할 것 같아’, 이렇게 생각하면 정말 그렇게 될 것이고, ‘그게 아니야. 이 자리에서도 내가 의미를 찾을 수 있고 분명히 내가 나중에 나가서 사람들에게 수용소의 삶을 이야기해줌으로써 사람들이 더 이상 실존의 아픔을 겪지 않도록 알려줄 거야’라는 생각을 가지는 것하고는 정말 다르거든요.


최미선: 실제로 아무 감각이 없는 사람, 삶의 의미를 다 버린 사람들에 대한 증언도 나오고 있어요.


김미경: 수용소 안에서는 자기가 환경을 어떻게 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잖아요? 작업시간이나 잠자는 시간이나 자신의 의지로 할 수 있는 것이 아무것도 없는데, 다만 그 일어난 사건에 대한 나의 태도 그것만큼은 아무도 빼앗아 갈 수 없는 자유라는 것이죠. 그것이 저를 움직이게 했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역설지향 기법

최미선: 저도 움직이고 있네요. 로고테라피가 의미치료잖아요. 치료라고 한다면 치료기법이 있을 거예요. 로고테라피에 대한 기법을 좀 소개해주세요. 어떤 치료기법이 있나요?


김미경: 그 첫 번째가 역설지향 기법입니다. 이것은 역설적 의미를 얘기하는 것인데요. 우리가 말을 심하게 더듬거나 손에 땀이 많이 나거나, 어떤 일을 하는 것이 두려워서 불안에 떠는 사람들이 있어요. 그것을 예기불안이라고 하거든요. 미리 걱정하는 불안.


최미선: 미리 사태가 생기기도 전에 불안을 느끼는 것, 예기불안.


김미경: 그런 일이 생길까 봐 두려워하면 진짜 그런 일이 생긴다는 거죠. 그런데 로고테라피의 역설의도 기법에서는 그것을 원하라고 이야기합니다.


최미선: 그러면 말을 더듬으면 더 심하게 더듬으라고 하는 거죠. 


김미경: ‘그거밖에 못 더듬어? 더 더듬어봐.’ 이렇게요. 실제로 연극 할 때 말을 심하게 더듬는 사람에게 연극무대에서 오늘 당신은 말더듬이 역할이니까 지금처럼 말을 잘 더듬어주면 됩니다, 이렇게 이야기해요. 그런데 말더듬이가 연극무대에 딱 올라가면 긴장해서 말을 더듬지 않아요. 


최미선: 아하, 그렇군요.


김미경: 보통사람들은 평소에 말을 잘하다가 연극무대에 올라가서 더듬게 되잖아요. 그런데 말 더듬는 사람에게 말을 더듬으라고 하면 오히려 말을 못 더듬는다고 합니다.


최미선: 선생님이 혹시 생활에서 쓰는 역설의도 기법이 있을까요?


김미경: 저는 보통은 잠을 잘 자는 편인데 불면증이 올 때가 있어요. 잠이 정말 안 올 때면 잠을 안 자려고 노력합니다. 로고태라피 안에서 나오는 것인데요. 불면증을 앓고 있는 사람에게 ‘잠을 자지 마라’고 요구하라고 합니다. ‘당신은 절대로 잠을 자면 안 됩니다. 지금부터 3일간은 어떤 일이 있어도 잠을 자면 안 됩니다’라고 주문합니다.


최미선: 엄청 자고 싶어질 것 같은데요.


김미경: 그렇죠. 처음에는 ‘어차피 내가 불면증이니까 안 자는 거야 쉽지’라고 생각해요. 하루 정도는 그냥 넘어가는데 이틀, 삼일이 되면 정말 잠이 와서 어쩔 수 없는 상황이 되거든요. 반대로 생각하면 학창시절에 공부할 때 절대로 안 자야지 하면 하면 할수록 잠이 쏟아지잖아요. 그것처럼 원하는 것과는 반대를 지향하도록 주문하면 된다는 것이죠. 마찬가지로 다한증인 사람에게도, 긴장해서 다른 사람 앞에 나가면 손에 땀이 줄줄 흐를 정도로 많이 흘리는 사람에게 주문합니다.


최미선: 땀을 더 많이 흘려라.


김미경: 실제로 나가면 불안해서 아무리 땀을 흘리려고 해도 땀이 나오지 않는다고 합니다. 그것이 역설지향 기법, 역설의도 기법이라고 합니다. 이처럼 역설의도 기법은 자신이 두려워하거나 피하고 싶은 일들을 역설적으로 간절히 소망하면 치료된다는 기법을 말합니다. 


최미선: 재밌네요. 법륜스님은 한 번도 불면증을 격은 일이 없다고 합니다. 왜냐면 잠이 올 때까지 안 잔데요. 


김미경: 자려고 하기 때문에 불면증이 있는데 안 자려고 하는데 불면증이 있을 수가 없잖아요.

반응억제 기법

최미선: 그렇네요. 다음 두 번째 기법이 있을까요?


김미경: 예. 반응억제 기법이라는 것이 있어요. 책을 하나 소개하고 싶은데요. 파트리크 쥐스킨트가 쓴 <깊이에의 강요>라는 책입니다.


최미선: 선생님이 자주 이야기하는 책이죠.


김미경: 네. 소묘라고 아시죠? 연필로 데생하듯이 그린 것이죠. 주인공은 소묘를 잘 그리는 젊은 여성화가였는데 첫 전시회를 엽니다. 사람들이 많이 보러 왔고 평론가도 왔어요 평론가가 힘을 실어주기 위해서 ‘당신의 그림은 너무 괜찮습니다. 좋은데 다만 그림의 깊이가 좀 없는 것 같습니다’라고 합니다.


최미선: 그건 너무 추상적인데요.


김미경: 지나가면서 하는 말이니까 이 화가가 그냥 흘려넘기거든요. 그런데 며칠 있다가 평론가의 글이 신문에 나오게 됩니다. 신문에서 이 평론가가 깊이가 없다고 말한 이후로 대부분의 사람들이 선입견을 갖고 그림에 깊이가 없다고 생각하게 된다는 것이죠. 당신의 그림은 정말 괜찮고 멋있기는 하지만 깊이가 없어, 이렇게 되는 거예요.


최미선: 그런데 사람들은 깊이를 다 모르잖아요.


김미경: 그렇죠. 그 뒤에 친구들을 만나고 초대를 받아서 가면 뒤에서 수군거리는 거죠. 저 여성화가는 그림은 잘 그리는데 깊이가 없대. 그렇게 하니까 이 화가가 깊이를 찾기 시작합니다. 그래서 일주일 동안은 자신이 그렸던 그림을 다 꺼내 가지고 어떤 것이 깊이인가를 찾아보려고 했죠. 그리고 그림을 그려보려고 했는데 하나도 그리지 못한 거죠. 그 사이에 이 젊은 여성화가가 스트레스를 받아서 살이 찌고 술과 약물을 하게 됩니다. 그리고 자신이 상속받은 돈을 탕진하고 난 다음에 깊이를 도저히 찾을 수 없어서 자신이 그렸던 그림을 전부 다 갈기갈기 찢고 방송국 옥상에 올라가 뛰어내려 자살하게 됩니다.


최미선: 도대체 깊이가 뭐기에?


김미경: 모르는 거죠. 못 찾는 거죠.


최미선: 그게 이 기법과는 어떻게 관계가 있는 거죠?


김미경: 그것은 바로 이 화가가 평론가의 말 한 마디에 너무 깊게 반응했다는 거죠. 과한 반응이죠. 반응억제 기법이라고 하는 것은 남들이 뭐라고 하든 간에, 남들이 하는 말을, 충고를 어느 정도는 받아들여야 하겠지만 너무 깊게 생각할 필요가 없다는 거죠. 이 여성화가가 ‘그래. 내 그림에는 깊이가 없어. 넌 그렇게 생각해. 그게 내 특징이야’라고 했다면 정말 아무 문제 없지 않았을까 생각이 듭니다. 또 한 가지 그 평론가에게 ‘깊이가 뭘까요?’라고 질문만 했더라도 달라졌을 겁니다. 평론가에게 ‘깊이를 어떻게 찾을 수 있나요?’라고 말입니다.


최미선: 평론가도 대답을 못 했을 거 같아요.


김미경: 그렇죠. 또 하나 지네를 의인화해서 질문한 것이 있는데요. 지네는 발이 엄청 많잖아요? 어느 발이 먼저 움직이는지 지네는 평소에 생각을 못 해요. 그런데 누군가 질문합니다. ‘지네야 너 어느 발부터 먼저 움직여? 맨 첫 번째 움직이는 발이 뭐야’라고 질문합니다. 지네는 어떻게 됐을까요? 


최미선: 못 움직였을 거 같아요.


김미경: 맞습니다. 평소에 생각해보지도 못한 발의 움직임에 관심을 집중하다 오히려 전혀 움직일 수 없게 되고, 결국 그 지네는 굶어 죽게 됩니다. 이게 바로 남의 말에 너무 깊게 반응한다는 거죠. 그래서 반응을 억제하라고 합니다. 자기 자신의 삶을 살아가라고 하는 거죠.


최미선: 이게 현대인들에게 많은 메시지를 줄 것 같아요. 최근에는 댓글이라든지 SNS를 활발하게 하기 때문에 상처를 많이 받고 좀 물러나서 ‘하나의 의견일 뿐이다’라고 넘어가라는 거죠.


김미경: 네. 너무 깊이 반응하지 말라고 이야기하는 거죠.

의미발견 기법

최미선: 세 번째는 어떤 기법이 있을까요?


김미경: 세 번째가 로고테라피의 최고라고 할 수 있는데 바로 의미발견 기법입니다. 의미를 발견한다는 것은 대단한 일이거든요. 똑같은 상황에서도 내가 어떤 의미를 발견하느냐에 따라서 태도가 달라진다는 것입니다. 지금 여기 <죽음의 수용소>라는 책이 있잖아요. 이 책을 바라보는 사람들의 의미는 다 다를 겁니다. 한 번도 안 읽은 사람이 보는 것과 여러 번 읽은 사람이 보는 것, 한 번만 읽은 사람이 보는 것 모두 다 달라지거든요. 거기에서 중요한 것은 이 사물은 그냥 그대로 있는 것이에요. 그냥 책으로 존재하는 건데 내가 여기에 의미를 부여하는 거예요. 


최미선: 의미를 발견해내는 거죠.


김미경: 그렇죠. 그래서 의미는 누가 주는 것이 아니고 스스로 발견해내는 것이거든요. 프랭클도 죽음의 수용소 안에서 자기 삶의 의미를 발견했다고 하잖아요. 아내를 만나고 나중에 나가서 강의를 하고 내가 살아야만 하는 의미를 발견하면 살기 위해서 태도가 바뀌는 거죠.


최미선: 극단의 상황에 몰려서 자기 태도를 결정한 사람의 이야기라서 저희에게 더 큰 울림이 있는 거 같아요.


김미경: 예. 맞습니다. 그리고 우리가 운명이라고 이야기하잖아요? 운명은 내 힘으로 어쩔 수 없는 일을 운명이라고 해요. 그 상황은 절대 바뀔 수가 없습니다. 내가 바꿀 수 있다면 그것은 운명이라고 하지 않거든요. 바꿀 수 없는 상황, 프랭클을 예로 들면 어쩔 수 없는 죽음의 수용소 안에서, 그곳에서 할 수 있는 것, 자유가 전혀 없잖아요. 그 상태에서 마지막 하나 남은 자유가 바로 태도를 선택하는 자유죠.


최미선: 그게 아마 우리 인간에게 자유의 의지가 있느냐 없느냐의 질문에 있어서 우리가 제한적이지만 자유가 있다고 말할 수 있는 그 영역이 아닌가 합니다. 


김미경: 2차 세계대전이 끝나고 난 뒤에 젊은이들은 진짜 실존적 좌절에, 전쟁이 끝나고 난 뒤에 하나도 얻을 게 없는 그 상황을 정말 힘들어했어요.


최미선: 그랬을 거 같아요.


김미경: 젊은이들도 약물중독이 많았고요. 자살도 많았어요. 그런데 프랭클이 이야기합니다. 당신의 삶은 정말 중요하다. 당신은 다른 사람하고 다르다. 개개인의 의미가 각각 다르기 때문에 자신의 의미를 찾는다면 당신은 절대로 이렇게 살지 않을 것이다. 본인의 경험을 이야기해서 책으로 읽혀서 전 세계적으로 베스트셀러가 되고 많은 사람이 그 책을 읽으면서 자신의 의미를 찾고 실존적 좌절에서 벗어났다고 합니다.


최미선: 실존적 공허에 시달리는 현대인에게도 큰 울림을 주는 거 같아요.


김미경: 그런 것 같습니다. 요즈음 젊은 청년들이 취업이 안 되어서 정말 힘들어하지 않습니까? 취업이 안 되다 보면 쓸모없는 사람이라는 생각을 할 수가 있어요. 절대 그렇지 않습니다. 지금 취업이 안 되는 것이지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반드시 있거든요. 그것을 찾아 나가는 태도, 그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이야기하는 거죠. 의미를 발견하는 것, 그게 정말 중요합니다.

선택의 순간, 삶의 의미

최미선: 우리가 살면서 여러 가지 선택의 순간들이 있잖아요? 궁금한 게 선생님이 찾은 삶의 의미가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어떤 의미를 발견하고 계시나요? 요즈음에.


김미경: 최근에 제가 힘든 일이 있었어요. 그것은 내 힘으로 어쩔 수 없는 일, 내가 할 수 없는 일이었어요. 첫 번째 이유는 제가 해낼 수 있는 능력이 없는 것이고, 두 번째 이유는 저를 케어해줄 수 있는 사람이 없었던 거고, 여러 가지 이유로 인해서 제가 몇 년 동안 벼려왔던 일이 수포로 돌아가는 일이 생겼어요.
최미선: 꿈이 좌절되셨네요.


김미경: 그래서 정말 힘들고 어려운데… 혹시 프랭클이 스토아학파라는 것은 알고 계세요? 스토아학파가 어떤 거냐면 자기 힘으로 어쩔 수 없는 일은 생각을 안 하는 거예요. 일이 벌어졌을 때 자기가 할 수 있는 일을 찾는 거예요.


최미선: 자기가 할 수 있는 일과 할 수 없는 일을 구분해서 할 수 있는 일을 하는 거죠.


김미경: 예. 그러니까 스토아학파 명언에 무슨 이야기가 있냐면, 할 수 없는 일을 하려고 하는 사람은 어리석은 사람이고 자기가 할 수 있는 일을 찾아서 하는 사람을 지혜로운 사람이라고 했거든요. 저는 제가 바꿀 수 없는 운명, 제가 어떻게 할 수 없는 그 일에 대해서는 더 이상 생각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그리고 그 일을 계기로 제가 할 수 있는 일을 찾아낸 거죠.


최미선: 뭔가요?


김미경: 어떻게 보면 이 자리에 있는 것도 그 일이 아닌가 생각이 듭니다.


최미선: 제가 알고 있는 선생님은 이런 자리에서 이런 말을 하시는 분이 아니거든요


김미경: 절대 안 하죠.


최미선: 기꺼이 이 자리에 응한 것을 보면 그 의미발견이 저희한테 의미가 있는 것 같아요.


김미경: 예. 저는 사실 사람들에게 제 의견을 말하는 것을 싫어했고, 발제를 하거나 남들에게 이야기하거나 남들이 잘못된 부분이 있어도 제 의견을 쉽게 이야기하는 스타일이 아니거든요.


그냥 묻어가고 그냥 뒤에 서 있는 상황이었는데 이번에 그런 운명적인 일을 당하고 난 뒤에 ‘아 그건 내가 할 수 없는 일이다. 그럼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뭐가 있지’ 했을 때 좌장님이 이 일을 저에게 제안해 주셨어요.


최미선: 그런가요?


김미경: 저 많이 힘듭니다. 잘 못 해요. 하지만 ‘그래 한번 해보지 뭐. 내가 못 하면 못 하는 대로 내 있는 그대로, 내 모습 그대로’, 이렇게 생각을 하니까 한결 여유가 생겼고 이 자리에 와서 앉아있게 된 거죠. 


최미선: 빅터 프랭클의 <죽음의 수용소에서>를 선생님과 같이 읽어봤는데 삶의 의미를 새로 발견한 기분입니다. 오늘 너무 감사합니다. 


김미경: 저는 좌장님에게 너무 감사드립니다. 왜냐면 이렇게 저하고 대화를 맞춰주지 않았으면, 제가 할 수 있는 스타일이 아닌데 말을 잘할 수 있게 대화를 이끌어주셔서 너무 감사드립니다.


최미선: 한 가지 약속하세요. 또 나오신다고.


김미경: 아, 네. 


최미선: 물음과 선택, 그것이 나의 모든 길이었습니다. 여기는 인문 숲입니다.


정리=김미경 인문학협동조합 망원경 인문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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