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태평양 연안 무인도서 원주민 ‘큰바다사자’

한상훈 박사, 한반도야생동물연구소 소장 / 기사승인 : 2020-11-26 00:0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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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의 야생동물

▲ 작은 바위섬에서 휴식을 위해 모여 있는 큰바다사자 무리. 가운데 가장 몸집이 큰 것이 수컷. 나머지는 암컷과 어린 개체(러시아 사할린)


■ 다른 이름: 바다말(북한)
■ 학명: Eumetopias jubatus (Schreber, 1776)
■ 영명: Northern (Steller) Sea Lion
■ 분류: 기각아목 바다사자과

겨울이 되면 얼음으로 뒤덮이는 북위 40도 이북의 북태평양에서 드물게 한반도 연안을 찾아오는 진귀한 손님이 있다. 수컷의 평균 전체 길이는 2m80cm, 체중은 570kg. 암컷은 평균 2m30cm의 몸길이에 263kg이 나가는 거구의 해양 포유동물. 이 동물의 정체는 ‘큰바다사자’다. 지금까지 조사된 가장 큰 수컷은 몸길이가 3m25cm에 이르고, 체중은 1톤을 넘어 1120kg에 이르렀다고 기록돼 있다. 


큰바다사자는 낮에는 휴식하고 밤에 활동하는 습성을 지닌 야행성 동물이다. 몸의 비중이 바닷물보다 크기 때문에 물개처럼 물 위에서 잠을 잘 수가 없고, 반드시 암초나 섬과 같은 육지에 상륙해야만 한다. 


매년 6월이 돼 번식기를 맞이하면, 북태평양의 동서에 걸쳐 약 20여 곳의 알려진 무인 섬에서는 수컷 사이에 암컷을 둘러싼 생사를 건 치열한 전쟁이 일어난다. 큰바다사자는 한 마리의 수컷이 여러 마리의 암컷을 거느리는 일부다처제의 유명한 ‘하렘’이라는 독특한 번식구조를 가진 사회성 동물이기 때문이다. 수명은 암컷이 약 30년, 수컷은 암컷보다 훨씬 적은 약 18년을 사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아마도 번식기에 한 마리라도 더 암컷을 소유하기 위해 다른 수컷과의 치열한 싸움이 결국 수컷들의 수명을 단축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19세기 말 북태평양 일대의 동물상을 탐사한 스텔러는 러시아 극동연안에서 섬 바위 지대가 보이지 않을 정도로 모여 휴식하고 있는 큰바다사자의 무리를 발견하고 경탄했다고 전해진다. 북미 해역의 개체군과 북동아시아 연안의 개체군은 서로 교류하지 않을 것이라는 종래의 생각과는 달리 위성을 이용한 최근의 위치추적 연구에 의해 서로 교류하고 있다는 새로운 사실이 밝혀졌다. 우리나라에서는 1995년 4월경 서해 공해상에 러시아 사할린 주변 번식 섬에서 태어난 큰바다사자의 어린 개체가 출현한 것이 확인됐고, 과거부터 동해를 거쳐 제주도까지 출현하는 것이 최근 밝혀졌다.

 

▲ 사람의 접근에 위협을 느껴 바다로 뛰어들어 물 위에서 경계하는 큰바다사자 무리(러시아 사할린)

큰바다사자의 생존을 위해서는 어자원이 풍부한 환경이 필수적이다. 큰바다사자의 최후의 서식지인 북태평양지역은 명태의 산지로 유명하다. 하지만 인간의 어자원 남획은 명태의 자원 고갈을 초래하고 있으며, 매년 명태 어획지역의 면적이 축소되고, 어획량의 급격한 감소가 야기되고 있다. 한편으로는 어업자들에게 큰바다사자는 명태를 잡아먹고, 그물을 찢어 경제적 피해를 주는 해로운 동물로 뿌리 깊게 인식돼 일본의 경우, 최근까지 국가에서 지원해 매년 100~200마리 포획했다. 현재는 국제적 보호조치에 의해 일시적으로 중단된 상태이지만, 언제든 어업피해를 빌미로 다시 포획할 움직임은 현실적으로 남아있다. 


큰바다사자의 총 생존 개체 수는 1985년 약 29만 마리에서, 1991년에는 9만 마리로 급격히 감소해 절멸 위험이 있는 동물로 간주되고 있다. 분포지 전역에서 갑자기 개체 수가 큰 폭으로 감소한 명확한 이유는 알려지지 않고 있다. 생각되는 주원인으로는 북태평양 고위도 해역에서의 명태자원의 과도한 남획이다. 그밖에 생각되는 이유로서는 장기적인 해양 수온의 변화, 인간이 생산하는 독소의 축적, 그리고 질병이 있다. 이들 요인들의 미묘한 상호작용에 의해 큰바다사자의 급격한 개체 수 감소가 일어났을 가능성도 있다. 인간의 이기적 활동에 의해서, 그리고 인간이 의식하지 않는 행동의 그늘에서 큰바다사자는 멸종의 길을 걷고 있다. 


한상훈 박사, 한반도야생동물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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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상훈 박사, 한반도야생동물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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