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이 되는 차(茶)

김상천 시인 / 기사승인 : 2020-09-24 00:0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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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향만리

“음식으로 못 고치는 병은 약으로도 못 고친다”는 말이 있다. 평범한 음식이나 음료도 잘 먹으면 치료하는 약이 된다는 것이다. 산과 들에 있는 모든 식물들이 다 사람의 병을 치료하는 약이 되는 셈이다. 사실은 대분의 신약들이 식물이 가지고 있는 성분들을 분석하고 연구해 만든 것이다. 한의학에서는 모든 식물에는 독이 있는데 이 독을 잘 활용하면 약으로 이용할 수 있다고 한다. 100세 시대를 맞이해서 건강을 이야기하고 웰빙 음식을 찾아 먹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걸 보게 된다. 노부부가 사는 집을 방문해 보면 어련히 약봉지와 건강식품들이 진열돼 있고 대화의 주제는 곧바로 몸에 좋은 음식이다. 


요즘 아내가 주는 음식을 보면 그냥 영양 섭취를 위해 먹는다는 의미 외에 그 무엇도 없어 보인다. 맛이니 멋이니 하는 말은 사치스럽게 느껴지는 것이다. “맛보고 먹지 말고 모양 보고 먹지 말고 그냥 건강 생각해서 드세요”라고 한다. 밥상 앞에 앉을 때마다 듣는 말이다. 이런 마당에 식탁의 분위기까지 말했다가는 사단이 날 것 같아 눈 지긋이 감고 얼른 밥 한 그릇 먹고 일어선다. 


차(茶)는 약이 되는 음료다. 역사적으로 차는 처음부터 약으로 사용했음을 알 수 있다. 중국의 삼황오제(三皇五帝) 시대를 거슬러 올라가면 신농(神農)씨가 약초들을 맛보다가 중독됐을 때 찻잎을 먹고 해독됐다는 기록이 있다. <신농식경>(神農食經)에는 “차를 오래 마시면 힘이 나고 마음이 즐거워진다”고 했다. 이 시대에 벌써 찻잎을 약으로 먹었고 카테킨의 해독작용과 카페인의 진정작용 효능을 알고 잘 이용한 것이다. 이처럼 차는 육체의 질병과 마음의 병을 치료하고 치유한다. 차를 마시므로 육체의 질병만 치료하는 것이 아니라 찻자리를 통해서 정서적 안정과 편안함을 얻어 심리적 치유의 효과를 얻는데 어쩌면 후자가 더 중요할지도 모른다. 


차의 성분을 분석하면 몇 가지 중요한 치료 성분이 있다. 카테킨은 항산화작용과 혈중 지방을 제거하며 다이어트에 좋다. 그리고 식중독을 치료한다. 카페인은 커피보다 서서히 체내에 흡수되므로 카페인의 부정적인 면을 해소하면서 진정작용을 한다. 떨떠름한 맛의 타닌은 해독작용과 항염증작용을 하며 중금속 배출과 발암물질 제거, 지방 연소, 혈압 저하에 탁월하다. 차에는 아미노산이 풍부한데 이는 면역력 강화와 피로회복, 근육강화, 함염증작용을 한다. 폴리페놀은 활성산소를 없애는 항산화작용을 하므로 암 치료에 좋으며 비타민C, E, 베타카로틴 등이 함유돼 있다. 차의 당류는 혈당의 상승을 억제하고 테아닌은 신경계를 안정시키므로 베타파를 알파파로 변경시키는 천연 진정제다. 


나는 속이 불편하고 식중독 조짐이 나타나면 녹차를 마시는데 웬만하면 치료가 된다. 머리가 무거우면 맑은 천량차를 마시고 피로하면 보이차를 마신다. 그리고 우울할 때면 대홍포를 마시고 감기 기운이 있으면 그때 원하는 차를 좀 많이 마시는 편이다. 채식 후에는 녹차, 육식 후에는 보이 생차가 당긴다. 수년 전 존경하는 지인이 울산박물관 대 강당에서 <노자와 촌로>라는 책 출판기념회를 했다. 좌담 진행자가 “노자를 통해서 현대를 살고 있는 젊은이들에게 들려주는 지혜의 말씀”을 부탁했다. 이때 그는 서슴없이 “밥 한 그릇 잘 먹는 놈이 성공자”라고 했다. 이 말의 뉘앙스는 대단하다. 밥 한 그릇 잘 먹는 것이 쉬운 것 같아도 그렇지 않다. ‘내가 차 한 잔 잘 마시면 성공한다’고 한다면 틀린 말일까. 차 한 잔 잘 마시면 육체와 정신을 치료하는 약이 된다. 이 땅에 있는 기호음료 중에서 차만큼 약이 되는 음료는 없는 것이다. ‘차 한 잔 잘 마시자’.


김상천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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