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의 힘은 희망의 돌파구를 찾는 것

김영윤 (사)남북물류포럼 대표 / 기사승인 : 2021-05-24 00:0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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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

문 대통령이 미국의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목적으로 워싱턴을 공식 방문한 것은 이번(5.21)이 네 번째다. 첫 번째 정상회담(2017.6.30)은 정부 출범 51일 만이었다. 미국의 한국 방위 공약 확인과 동맹 발전의 비전을 공유하고 재확인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북한 핵과 미사일 문제의 근본적 해결을 위한 대응 방안을 모색하기 위한 논의가 이뤄졌다고 하나, 이렇다 할 합의는 없었다. 대통령으로 취임해서 정상 간 신뢰 구축 차원에서 의례적으로 가진 정상회담이었기 때문이었을까.


두 번째 정상회담(2018.5.22.)은 4.27 남북정상회담의 성공을 발판으로 북·미정상회담(6·12 싱가포르)을 추동하기 위해서였다. 이 정상회담에는 한 가지 눈여겨볼 점이 있다. 문 대통령의 “빛 샐 틈 없는” 대미공조 약속이 그것이다. “한국과 미국은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한반도 비핵화를 위한 빛 샐 틈 없는 공조”를 강조했던 것이다. 하지만 북한이 생각하는 비핵화 방식이 미국과 전혀 다를 수 있음을 미처 생각지 못한 것이었을까. 바로 전 판문점 선언에서 “남·북·미 혹은 남·북·미·중 회담을 추진해, 휴전 중인 한국전쟁을 완전히 종식하고 2018년 내 종전선언과 함께 평화체제를 구축”하는 단계별 북·미관계의 접근을 북한과 합의했음에도 말이다. 한 걸음 더 나아가 군사적 긴장 상태를 완화하고 전쟁 위험을 실질적으로 해소하기 위한 조치까지도 취해나가기로 약속한 것은 크게 염두에 두지 않았던 듯하다. 문 대통령 외교의 최정점에는 오로지 북·미정상회담의 추진만 있었던 것 같다. 문 대통령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한 말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북·미정상회담을 반드시 성공시켜 65년 동안 끝내지 못했던 한국전쟁을 종식시키고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를 이룸과 동시에 한반도의 항구적 평화체제를 구축하고 북미 간에도 수교하는 등 정상적 관계를 수립해내실 것으로 확신한다”고 했다. 북미회담을 미심쩍어 하는 트럼프 대통령을 치켜세우면서까지 한반도의 평화체제를 끌어내려고 했다. 덕분에 북미 정상회담은 한 번 우여곡절을 거치면서도 순조롭게 개최됐다. 


문 대통령의 한미 “빛 샐 틈 없는 공조”는 세 번째 한미 정상회담(2019.4.11.)에서도 여지없이 발휘됐다. 전보다 오히려 더 강력한 빛을 발했다. 2019년 4월 하노이 북·미정상회담이 결렬된 후 미국으로 달려간 문 대통령. 북미 대화 재개 가능성 타진을 위해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 기념식 불참도 마다하지 않고 추진한 정상회담이었다. 그러나 실제 단독회담은 단 2분, 어린애 보채듯 무기를 사달라는 트럼프 대통령에게 문 대통령은 다시 한 번 “빛 샐 틈 없는 한미공조”로 화답했다. 불과 얼마 전 북한이 영변 핵시설을 폐기하는 대신, 유엔의 대북제재 11개 중 민생·민수와 관련된 5개 항목을 해제해 달라는 거래가 결렬됐음에도 미국과의 공조는 참으로 중요했던 것이다. 준비했던 북한 비핵화의 ‘굿 이너프 딜(good enough deal)’은 꺼내 보지도 못한 채, 개성공단, 금강산 재개마저도 미국의 승인을 얻어내려고 했다. ‘포괄적 비핵화 로드맵 합의 후 단계적 이행’을 하는 것이 명분을 가졌음에도 이야기조차 해보지 못했다는 것이 정상외교였는지, 그것이 과연 우리에게 의미하는 것은 무엇이었는지 묻고 싶다. 미국산 무기 10조 원어치를 구매한 것이 성과라면 성과였을까? 사전 물밑 접촉에서 무기 구매 약속이 없고서야 2분 남짓한 단독 정상회담에서 그 큰 금액을 약속할 수는 없었을 것이다. 세 번째 정상외교에서는 공동성명 작성마저 아예 없었다. 


네 번째 회담. 이 글이 나올 때쯤이면 정상회담 결과를 놓고 많은 이야기가 쏟아져 나올 법하다. 미국에 새로운 정부가 들어 이뤄진 정상회담이니만큼, 과거와는 다르게 이뤄질 것이라는 기대를 누구나 갖게 된다. 이번 정상회담에서는 한미 간 백신 스왑 문제와 반도체 협력, 대북정책과 쿼드 등이 주요 이슈가 될 것으로 예고됐다. 다른 분야는 차지하더라도 이번 정상회담에서 한반도의 평화와 남북협력이 미국과 얼마나 대등한 관계에서 이야기됐을지 궁금하다. 미국은 이미 대북정책을 완성했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한국의 입장을 수용해 싱가포르 합의를 존중하겠다는 의사도 밝혔다고 했다. 싱가포르 합의를 존중한다면 미국은 지금이라도 당장 합의서 제1항에 명시된 북한과 새로운 관계를 수립하는 데 적극적이어야 하지 않을까? 북한을 대화의 장으로 나오게 하기 위한 유인책일 수도 있다는 데 생각이 미치면 마냥 기뻐할 만한 일은 아닐 것이다. 대북 문제에 대한 미국의 자세는 일본과 이야기할 때와는 사뭇 다르다. 앞서 열린 미·일 정상회담(4.16)에서 바이든 대통령은 북한 문제에 대해 완전한 비핵화, 북한의 유엔안보리 결의 의무 준수 및 국제사회의 이행을 촉구했다. 공동기자회견에서는 북한 문제 해결을 위한 CVID(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폐기)가 분명하게 언급됐다. 바이든 행정부는 대북정책을 인도·태평양 정책의 일부로 보고 있는 것은 아닐까. 그렇다면 외교보다는 결국 안전보장 차원의 억지와 제재가 핵심이 될 것 같아 걱정이다. 


그럼에도 문재인 정부는 이제 ‘마지막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북미 대화가 이뤄지는 과정만이라도 한미가 연합해 이뤄지는 대북 적대적 행위를 과감하게 중단·취소하고, 종전선언과 평화협정의 체결로 나아갈 수 있도록 미국을 추동해야 할 것이다. 이는 문 대통령이 하겠다고 결심한 합의다. 대북정책의 전략적 모호성을 바이든 정부가 견지한다면 과감하게 타파하는 데 혼신의 힘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한미공조와 우리가 원하는 남북관계가 같이 가기 어렵다는 것 우리는 잘 안다. 그러나 외교의 힘은 바로 그런 데서 희망의 돌파구를 찾는 것이 아닐까.


김영윤 (사)남북물류포럼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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