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년 동안 단 7번의 채집기록만 남아있는 ‘뿔호반새’

한상훈 박사, 한반도야생동물연구소 소장 / 기사승인 : 2020-09-24 00:0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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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의 야생동물

 

▲ 흑백 반점이 모자이크처럼 어우러져 있고 뿔처럼 생긴 머리 깃의 독특한 모습을 지닌 뿔호반새(촬영지: 일본). 출처: http://animal.memozee.com

 

1886년 12월 1일 동장군이 맹위를 떨치는 한반도 북동부 내륙의 함경남도 삼방지역에서 한 마리의 새가 채집됐다. 몸길이는 38cm, 날개길이가 18cm에 이르는 중형의 조류로, 머리에는 미국 서부영화에서 인디언 추장이 권위를 과시하기 위해 머리에 쓰는 새의 깃털로 만들어진 장식구와 같은 머릿깃이 나 있고, 머리부터 등을 지나 꼬리 끝까지 몸 전체가 마치 흰색과 검은색 바둑돌을 교대로 나열한 것처럼 흑백 반점이 수놓아져 있었다. 독특한 몸의 무늬를 두고 검정색 바탕에 흰색 반점이 있다고 주장하는 조류학자와 오히려 흰색바탕에 검정색 반점이 있다고 주장하는 조류학자도 있으나, 양쪽의 주장이 모두 나름대로 설득력이 있다. 아름다운 호수 환경에서 생활하며, 머릿깃이 마치 뿔처럼 생겼다고 하여 남한에서는 ‘뿔호반새’라고 이름 지어졌지만, 북한에서는 몸의 반점무늬 특징을 따라 ‘알락호반새’라 부른다.

겨울에만 발견되는 뿔호반새

분류학상 파랑새목 물총새과에 속하는 뿔호반새는 청정지역인 산지 계류와 호수에서만 생활하고, 소형 물고기와 갑각류를 주식으로 하는 습지 환경을 선호하는 새로 알려져 있다. 암수는 생김새가 똑같아 쉽게 구별하기 어렵지만, 수컷은 가슴부위가 노란색인데, 암컷은 가슴부위가 흰색으로 날개를 펼쳤을 때 아랫면에 노란색이 나타나는 것이 유일한 차이다. 한반도에는 모두 4종의 물총새류가 분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다른 3종의 물총새류는 봄에 동남아시아 아열대 지역에서 한반도로 찾아와 여름철 저수지와 호소, 하천 유역에서 번식하며 생활한 뒤, 가을에 다시 남녘지방으로 되돌아가는 여름철새로서 겨울에는 볼 수 없다. 그러나 뿔호반새는 겨울에도 한반도에서 생활하는 새였다. 문헌에 채집 일자까지 정확히 기록돼 있는 1886년부터 1917년 사이의 5번의 채집이 모두 11월부터 4월 사이에 이뤄졌다. 나머지 2번의 채집기록은 경상북도라는 지명과 1912년이라는 연대만 표시돼 있거나, 경기도라는 지명만 적혀있다.

아시아 전역에 분포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사라져

뿔호반새는 현재 아시아 동부의 온대와 열대기후지대인 러시아 연해주, 일본, 중국, 인도차이나, 하이난섬, 미얀마와 히말라야(카슈미르에서 앗샘까지)에 광범위하게 분포하고 있다. 또한 대부분 지역에서 연중 생활하는 텃새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한반도는 1917년 이래 뿔호반새가 관찰되지 않는 유일한 지역이며, 그 생태도 전혀 알려져 있지 않다. 현재의 뿔호반새의 분포지도에서 유일한 공백지대가 한반도다. 다른 나라와 같이 텃새였는지, 혹은 겨울에만 드물게 찾아오는 겨울 철새 혹은 나그네 새였는지 지금은 알 길이 없다.
 

▲ 뿔호반새 세계 분포 지도. 출처: https://commons.wikimedia.org

왜 사라졌는지 의문의 동물

‘캬랏 캬랏’하는 높고 예리한 울음소리를 내며 계류와 호수 위로 날아다니며, 사계절 내내 한 계류나 호수에서만 암수 한 쌍이 함께 생활하고, 유달리 경계심이 강하고 시력이 뛰어나 사람들의 접근을 쉽게 허용하지 않는 습성을 가진 뿔호반새. 하지만 흑백반점이 모자이크처럼 어울려진 독특한 모습과 뿔처럼 나있는 머릿깃을 한 번이라도 본 사람이라면 평생 뿔호반새를 잊지 못할 것이다. 왜, 이웃나라에서는 비교적 흔한 텃새지만 한반도에서 그것도 지금보다 훨씬 자연환경이 좋았던 20세기 전반에 사라졌는가하는 의문은 평생 풀지 못할 수수께끼로 남아있다.

채집기록: 함경남도 삼방(1886년 12월 1일), 강원도 금강산 (1916년 4월), 강원도 춘천(1917년 2월), 경기도 광릉(1909년 11월), 경기도 경성(현재의 서울, 1910년 1월 2일), 경기도 (날짜미상), 경상북도(1912년)

<신상명세>


한상훈 박사, 한반도야생동물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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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상훈 박사, 한반도야생동물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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