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시민과 민주시민교육

조강훈 민주시민교육센터 강사 / 기사승인 : 2020-09-24 00:0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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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교육

민주시민교육에 대한 칼럼을 시작하면서 “왜 민주시민교육인가?”에 대해 토론이 있었다. ‘민주주의’를 비롯해 ‘민주시민’과 ‘민주시민교육’에 대한 많은 이야기들이 오갔다. 내용을 종합해 보면 대한민국의 진영 논리 속에서 작금의 상황은 누가, 무엇이 민주이고, 어떤 이가 민주시민인지 구분 짓는 행위 자체가 대단히 가학적이며, 혼돈과 혼란 자체라는 것이었다. 달리 말해 현재의 상황들을 놓고 볼 때 사전적 정의만으로 구분 짓거나 특정한 결론을 내리기 어렵다는 것이었다. 


‘민주시민’에 대한 사전적 정의는 “민주주의의 원리를 존중하고 실천하는 태도를 가지며 개인적 행복을 추구하는 동시에 국가와 사회의 발전에 공헌할 수 있는 사람”이라고 돼 있다. 민주시민에 대한 사전적 정의를 확인하면서 그렇다면 ‘어떤 사람이 민주시민인가?’, ‘그럼 나는 과연 민주시민인가?’라는 생각들로 머리가 복잡해지기도 했다.


민주시민에 대한 정리되지 않은 생각들로 어지러울 때, 모 정당 사무실의 걸개그림 이미지와 북한의 국가명에 존재하는 민주주의가 교차돼 지나갔다. 순간, 귀에 익은 ‘민주주의’부터 다시 이야기해야 된다는 압박감이 찾아들었다.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 대한민국 헌법 제1조다. 그렇다. 민주주의는 주권이 국민에게 있는 것이다. 이 시점에서 스스로에게 하문해 보았다. ‘나는 민주주의 대한민국에서 어떤 민주적인 삶을 살고 있는가?’, ‘민주적인 사고방식과 가치관을 가지고 민주적인 생활을 실천하고 있는가?’를. 그 생각의 끝에서 민주주의는 민주시민. 즉 민주주의에 대한 의식과 가치관, 소신을 가진 훌륭한 시민을 기반으로 한다는 것을 굳이 부연하지 않더라도 정리할 수 있었다. 


그랬다. 다수의 사람들이 ‘국민’과 ‘시민’을 혼돈하고 있었다. 아니 남북으로 갈라지고, 좌우로 극명하게 대립되는 이 땅에서만큼은 애써서 그것들을 구분 지으려 하지 않았던 것이다. 하지만 민주주의는 그저 국민이 아니라 나라의 주인임을 자각한 공공의식을 갖춘 그런 국민, 즉 ‘시민’이 주인이 되는 정치다. 민주주의는 단순히 국민에게서 권력이 나오는 정치가 아니라 시민에 의해 권력이 만들어지고 견제되고 교체되는 정치라는 것이다. 물론 이러한 일에 필요한 지식, 기능, 태도를 갖춘 사람이 “훌륭한” 시민으로 있을 경우의 일이다. 이 훌륭함은 도덕적인 선, 착함과는 다른 의미다. 그래서 아리스토텔레스는 훌륭한 인간으로서 살아가는 데 필요한 덕을 다룬 윤리학과 훌륭한 시민으로서 살아가는 데 필요한 덕을 다룬 정치학을 철저히 구별한 것이라는 생각을 하게 됐다.


일반적으로 시민이란 일정한 지역이나 국가에 살고 있으면서 법적 요건을 갖춘 모든 사람을 말한다. 하지만 민주주의를 지향하는 사회에서 ‘시민’이란 곧 민주적 인간, 민주시민을 말한다. 그렇다면 민주시민은 어떤 사람일까? 민주시민은 일상생활에서 인격을 존중하고, 다수결 원칙을 이해하며, 소수의 의견도 존중하면서 자유를 올바르게 누릴 줄 아는 사람이라고 말할 수 있다. 또한 책임을 완수하며, 준법정신이 투철하고 대화를 통해 주체적 결정을 내리는 민주 원칙을 잘 준수하는, 즉 민주적 의식과 생활양식을 두루 체득한 사람이라고 정의할 수 있다. 


민주주의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을 때 우리는 지도자를 비롯해 정치가, 법률가, 교육자 등 이른바 지도층 인사들에게 모든 책임이 있는 것으로 돌려 버린다. 민주주의는 정치가나 관료, 법률가나 교육자가 지키는 것이 아니다. 민주주의는 바로 민주시민 스스로가 지키고 발전시키는 것이다. 민주시민은 먼저 시민적 주체로서의 자각과 권리와 책임, 의무의식과 실천적 행동과 더불어 공동체와 공공의 이익을 위해 노력하는 자질을 갖춰야 한다. 따라서 아무리 뛰어난 역량을 가진 지도자라 할지라도 깨어 있는 민주시민이 존재하지 않으면 민주주의의 성장과 발전은 지속성을 보장하기가 어렵다. 


그래서 민주시민교육이다. 올바른 민주주의를 위해서는 제대로 교육이 된 시민이 필요하다. 민주시민교육은 민주시민으로서 지녀야할 품성과 권리는 당연한 것이고, 민주의식과 가치관, 그리고 민주시민으로서의 자질과 도덕성, 의무감 등을 향상하기 위한 교육이다. 하지만 대한민국 민주시민교육의 현실은 다양한 영역과 주체, 이념적 기반으로 분절돼 있으며, 충분히 제도화, 활성화되지 못하다. 실로 안타까울 따름이다. 또한 진영 간 극단의 대립과 갈등으로 여러 가지 장애로 인한 난관에 부딪혀 있으며, 먹고 사는 데 전념할 수밖에 없는 일반국민들 앞에서는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럼에도 수년 전부터 광역시도와 지자체의 노력으로 조금씩 희망의 문을 열어가고 있다. 특히 지난 2018년 7기 지방선거를 기점으로 울산에서도 시의회가 중심이 돼 민주시민교육을 위해 다방면으로 노력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하지만 현실이라는 거대한 담벼락이 존재하기에 시민들의 관심과 참여가 동반되지 않으면 아무 것도 이룰 수 없는 암울한 현실이다. 울산시민들의 지대한 관심과 적극적인 참여를 통해 울산의 민주시민교육도 희망의 첫걸음을 시작할 수 있기를 소망한다.


조강훈 민주시민교육센터 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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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강훈 민주시민교육센터 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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