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에 부칠 때마다

박현주 울산장애인부모회 북구지회장 / 기사승인 : 2020-09-24 00:0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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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부모 칼럼

아이가 장애를 가졌다는 걸 안 그 순간 하늘이 무너졌습니다. 하지만 내가 아니면 할 수 없다는 생각과 여러 만감이 교차하며 슬퍼할 이 시간이 너무 아까웠습니다. 이렇게는 안 되겠다는 생각이 머릿속을 스치며 지금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일까 고민하게 됐습니다. 그래서 계획표를 작성하고 문구점이든 어디든 다니며 세상에 모든 것들을 다 보여주겠다는 마음으로 덤볐습니다. 나이가 어릴 때는 그 나이에 맞춰 책을 보면서 참고했고 무엇보다 많은 체험을 하면서 듣든 안 듣든 목소리가 나오지 않을 때까지 얘기하며 다녔습니다. 아이가 흥미를 갖는 게 생기면 그게 무엇이든 알려주고 보여주며 관찰하게 했습니다. 


언제나 1순위는 아이였고 아이의 눈높이에 맞춰서 해왔고 그렇게 시간이 흘러 16년이라는 세월이 흘렀습니다. 자주 우울증이 왔지만 또 ‘정신 차리자’는 생각에 얼른 일어나기도 했습니다. 아직도 완성되지 않은 아이의 삶을 보면 힘이 빠지기도 하지만, 여기서 포기하면 지금까지 내 노력이 물거품처럼 사라질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힘을 내자, 이제 시작이다’ 이 생각을 되뇌며 하루하루를 살고 있습니다. 


코로나 때문에 아이와 제 생활이 바뀌었습니다. 아이는 사춘기가 심해지고 왜 나갈 수 없는지 이해를 못하니 집에서 하는 생활이 뒤죽박죽 얽혀버리고 긴 시간을 집에서 보내며 저와 트러블이 생길 때마다 한계가 왔던 것 같습니다. 아이의 마음을 읽어주고 달래주고 해야 되겠지만, 제 한계도 꽉 차는 위험수위에 다다랐고 이렇게는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부모님이 계시는 촌에 갔습니다. 좋아하는 채소를 심고 과일을 따먹기도 하고 닭 먹이 주기, 강아지와 같이 놀기 등 자연 속에서 놀고 탐색하는 활동을 했습니다. 심리적 안정으로 짜증이 줄어들었고 무료한 시간이 즐겁게 변하면서 저 또한 마음의 안정을 찾을 수 있었습니다. 촌에 계시는 부모님이 있어서 얼마나 다행인지 부모님을 생각하면 너무 고마울 뿐입니다. 한계에 부딪힐 때마다 누군가에게 위로를 받고 도움을 받을 수 있는 그런 곳이 있다는 게 얼마나 큰 행복인지 코로나 때문에 새삼 더 절실히 느끼게 됐습니다.


아이가 삶을 살아가면서 힘에 부칠 때마다 누군가의 손길에서 행복감을 얻는다면 얼마나 좋을까하는 생각이 듭니다. 부모가 살아 있을 때는 부모 곁에서 의지하고 행복함을 느낄 수 있지만, 부모가 없을 때는 누구에게 위로를 받으며 살아갈 수 있을까하는 물음을 세상에 던지곤 합니다. 돌아오는 것은 들려오지 않는 대답 뿐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습니다. 하지만 절망하지 않고 세상에게 요구하고 또 요구할 것입니다. 아이가 세상과 함께 살아가고 행복할 수 있게 되는 그날이 오길 간절히 바라고 또 바란다고…


박현주 울산장애인부모회 북구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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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현주 울산장애인부모회 북구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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