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원경 인문강좌] 1년 동안 니체…<우상의 황혼>(4)

최미선 전 인문학협동조합 망원경 대표 / 기사승인 : 2020-09-25 00:0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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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TV 지상중계

루나와 리브의 니체 썰전-책을 좋아하는 루나와 철학을 가르치는 리브가 벌이는 흥겨운 철학 수다



Q. 반자연적 도덕이 도대체 뭐야?

루나: 니체는 “도덕적 사실은 도대체 존재하지 않는다. 도덕이란 특정한 현상에 대한 하나의 해석에 지나지 않으며 하나의 오해에 지나지 않는다”고 했어. 자연을 거스르는 도덕을 말한 거지. 도대체 자연을 거스르는 도덕, 반자연적인 도덕은 뭘 의미하는 거야?


리브: 형이상학은 존재하는 것의 가장 일반적인 본성을 다루는 철학의 가장 중요한 분과야. 이 문제에서 니체는 ‘힘에의 의지’, 혹은 ‘삶에의 의지’라는 개념을 존재하는 것의 가장 기본적인 힘으로 보는 것이지. 이 힘을 갖고 니체가 진단하기 시작하는 거지, 마치 칼날과 같아. 삶에의 의지라는 기준을 마련해 놓고 도덕이 그 기준에 부합하는 지를 평가하는 것이지.


루나: 망치로 톡톡 두드리는 거네?


리브: 당시 기독교가 보여주는 도덕이론이나 칸트의 의무 윤리 등은 인간이 갖고 있는 충동과 본능을 억압하는, 삶의 의제에 반하는 도덕이론이라는 게 니체 비판의 핵심이야. 니체는 ‘해야만 해’를 강조하는 것이 아니라 ‘나는 할 거야’를 강조하는 것이지. 칸트는 ‘네가 하려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해야만 하는 것’을 하는 게 중요하지. 칸트는 도덕 원칙이 먼저지. 니체는 ‘내 충동이 명령하는 대로 내 삶을 꾸려 나갈 거야’라고 하는 것이지.

Q. 가장 반 자연적인 인간이 성직자라고?

루나: 가장 반 자연적인 인간이 성직자라고 지목하잖아. 니체가 보기에 성직자란 거세를 하고 자신의 본능을 죽여서 어떤 목적을 위해서 나가는 인간, 정말 퇴락의 증후로 볼 수밖에 없을 것 같아.


리브: 니체는 건강한 삶을 살기 위해 삶을 더 높은 차원으로 끌어올리려는 충동을 성직자들은 인정하지 않는다고 보는 것이지. 니체가 보기엔 성직자들이 추구하는 것은 신을 경배하고 신으로부터 구원을 받는 것이지. 또 성직자들은 우리를 죄인이라고 하지. 니체의 입장에서 이것은 삶의 의지를 부정하고 억누르려는 잘못된 시도로 보는 것이야. 


루나: 니체가 말하기를 도덕은 삶의 기호에 불과하다고 했지. 삶의 한 단면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Q. 니체가 말한 반 자연적인 도덕은 뭐야?

루나: 니체가 말하는 자연적인 도덕은 뭐야?


리브: 니체가 꿈꾸는 도덕은 우리 안에 있는 충동과 욕구를 하나로 잘 조화시켜서 내 삶을 더 나은 삶으로 끌고 나가는 데 유익한 도덕이지. 나는 예술적인 것을 좋아해. 사진도 찍고 시도 많이 쓰고. 어떤 사람은 안 좋게 볼 수 있어. 전문 철학자가 왜 딴 짓을 하느냐? 니체는 왜 그걸 나쁘게 보느냐고 하는 것이지. 예술에 대한 충동이 가득하면 발산시키라는 것이지. 더 나은 나를 창조해내는 것이 자신의 본성에 합하는 도덕의 형태라는 것이야.


루나: 니체의 얘기를 듣고 있으면 ‘삶을 위해서’라는 말이 항상 떠올라. 모든 기준이 ‘삶을 위해서’인 것 같아.

Q. 네 가지 오류 중 원인과 결과를 혼동한다고 ?

루나: 니체는 네 가지 커다란 오류에 대해서 비판해. 여기서는 두 가지만 질문할게. 첫 번째는 결과를 원인으로 잘못 보는 오류야. 특히 종교와 도덕의 영역에서 그렇다고 말하고 있어. 


리브: 니체는 사람들이 본성에 어긋나는 도덕이론을 펴고 인간의 본성에 반하는 형이상학적 이론들을 꾸며내는 것이 이미 삶의 의지가 쇠퇴했기 때문이라고 보는 거야. 예를 들어서, 철학공부를 하고 나서 어떻게 변했어?


루나: 풍요로워졌지.


리브: 기대했던 대답이야. 일반적으로 철학공부를 했기 때문에 삶이 풍요로워졌다고 생각하지. 원인이 철학공부 한 것이고 결과가 풍요로워진 것이라고. 니체는 이것을 잘 못 알고 있다고 본 것이지.


루나: 내 상태가 풍요로웠기 때문에 철학공부를 한 것으로 니체는 본다는 것이지?


리브: 그렇지.


루나: 나는 여기에 더 동의가 간다.


리브: 삶이 건강했기 때문에 철학공부를 했다고 본 것이지.


루나: 나 니체에게 설득됐어. 여기서 재밌는 예를 들고 있어. 소식하는 코르나르의 건강법, 정당, 민족 등 특히 정당의 예가 재밌어. 정당이 과오를 저질렀기 때문에 쇠퇴한 것이 아니라, 정당이 쇠퇴하고 있었기에 과오들이 나왔다는 지적이 인상 깊었어.


리브: 나도 이것에는 공감해. 아침형 인간이 유행한 적이 있었어. 아침형 인간이 성공한다든지, 성공하려면 잠을 4시간만 잔다든지… 나도 열등감에 많이 사로잡혔어. 그런데 <우상의 황혼>을 보다가 감동 받았어. 아침형 인간은 자신의 생리적 상태에 맞았기 때문에 그 사람에게 이득이 된 거지. 나 같은 사람에겐 오히려 역효과가 나는 것이지. 그래서 나는 잠을 충분히 잘 것 다 자고 박사도 무사히 마쳤어.


루나: 축하해.

Q. 네 가지 오류 중 자유의지는 오류다?

루나: 자유의지를 상정하는 오류. 우리가 결정과 선택의 순간에 자유의지를 발현하는데 니체는 그 순간에 아무것도 영향을 받지 않는 단독자로서 자유의지는 없다고 보고 있어. 이에 대해 설명 좀 해줘.


리브: 이건 만만한 문제가 아니야. 니체가 자유의지를 건드렸다는 것은 서양철학의 핵심을 건드렸다는 것이야. 


루나: 니체답네.


리브: 니체뿐만 아니라 서양 철학사에서 많은 철학자들이 자유의지 문제를 다루고 있어. 이는 형이상학에서 중요한 문제이기 때문이야. 니체가 이성, 도덕, 자유의지의 문제를 건드렸다는 것은 니체가 삶의 의지라는 기본원칙으로 형이상학의 핵심까지 도달해서 기존의 형이상학의 주류를 공격하겠다는 거야. 자유의지 문제는 난제 중의 난제야.


루나: 최근에 읽은 책 중에 샘 해리스의 <자유의지는 없다>는 책이 있는데, 결론이 자유의지가 있다는 거야 없다는 거야. 헷갈리더라고. 


리브: 자유의지는 플라톤의 대화편부터 언급이 되고 있어, 그 이전에는 자유의지에 대한 생각이 없었어. 주류의 생각은 인간에게 자유의지가 있다는 것이야! 그것이 우리 문명의 가장 기본적인 토대야. 니체의 생각은 우리가 자유롭게 무언가를 선택했다고 믿지만, 그 선택을 하게 한 주요 동인은 내 안에 있는 충동이라는 거지. 이런 식의 생각은 니체가 지그문트 프로이트의 무의식을 선구했다고 알려져 있어. 우리의 의식은 표면이며 빙산의 일각일 뿐이고 그 아래 무의식이라는 거대한 부분이 있다는 생각을 보여준 것이지. 


루나: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에 수많은 들개라는 표현과 <비극의 탄생>에 디오니소스적인 것과 상통하는 것 같아.


리브: 니체의 이런 주장, 즉 자유의지가 없다는 주장은 현대에 와서 무게감이 많이 실렸어. 뇌과학, 신경과학이 발전하면서 니체의 생각이 주목을 받는 계기가 됐지.

Q. <우상의 황혼>을 마무리하며

루나: <우상의 황혼>을 마무리하며 총평을 부탁해.


리브: <우상의 황혼>은 니체 사상을 입문하려는 사람들에게 추천해 주는 대표적인 책이지. 이유는 니체가 이전의 책에서 보여주었던 것들이 총망라돼 있어서야. 삶에의 의지라는 기본적인 원칙을 갖고 형이상학, 윤리학, 기독교 그리고 당시의 문화를 일관성 있게 비판하고 있어.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은 니체는 서구 철학의 주류를 공격했다는 거야. 본인은 이것을 깼다고 주장했지만 실제로 깬 것인지는 다툴 여지가 있어. 니체라는 철학자를 맹목적으로 숭배할 필요는 없다는 것이지. 니체도 많은 철학자처럼 특정한 철학적 문제에 특정한 기여를 한 것이지. 이성, 개념, 동일성이 존재하지 않는가라는 물음, 개념을 실재를 반영하는가라는 물음, 인간에게 정말로 자유의지가 없는가라는 물음들은 쉽게 답할 수 있는 물음도 아니고 한방에 끝낼 수 있는 물음도 아니야. 니체 이후 현재까지도 계속 논쟁이 일어나고 있어. 사상적인 발전이 일어나고 있다는 것이지. 이런 사상적 발전을 함께 보면서 니체를 봐야지 니체를 객관적으로 거리를 두면서 이해를 할 수 있게 돼.

 

 


최미선 전 인문학협동조합 망원경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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