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안전은 뒷전인 스톨토호 결말

이상범 울산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 시민기자 / 기사승인 : 2020-09-23 00:0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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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작년 9월 28일 염포부두 화물운반선 스톨트 그로인란드호 폭발 화재사고가 발생한 지 1년을 맞고 있다. 지난 15일 해수부 지방청이 해당 사고 선박에 대한 통영항 기항을 승인한 것은 시민안전보다 선주의 입장을 우선한 것이라 할 수 있다. 시간을 거슬러 1년 전으로 돌아가 보자. 마치 원자폭탄이 폭발했을 때 생기는 버섯구름 모양의 불기둥 사진과 함께 염포부두에 정박 중이던 화학물질 운반선 폭발 화재사고 소식이 전해졌다. 시시각각 전해지는 속보에서는 엄청난 화염과 검은 연기가 온종일 울산 하늘을 뒤덮었다. 


사고현장인 염포부두 하늘을 가로지르는 울산대교를 달리던 자동차 블랙박스에 찍힌 영상을 보면 이 폭발사고의 위력이 얼마나 엄청났는지 가늠할 수 있다. 울산해경의 소방 장비로는 불길을 잡는 것이 역부족이어서 부산해경청에서 대형 소방선을 지원받고서야 가까스로 불길을 잡을 수 있었다. 뒤에 스틸렌 모노머(SM)로 밝혀진 화학물질이 불타면서 발생한 검은 연기 자체가 인체에 해로운 매연이자 미세먼지였다. 더 큰 문제는 발암물질로 알려진 SM이 얼마나 유출됐는지, SM이 불에 타면서 발생한 검은 연기에는 얼마만큼의 유해물질이 섞여 있는지는 전혀 알려진 바가 없다는 것이었다. 


해경과 소방당국의 사고원인 합동조사 결과는 원인 미상이었다. 워낙 거센 불길에 타버렸으니 폭발원인을 정확하게 밝혀내기는 어려울 수 있다. 문제는 울산시민을 대표하는 울산시가 이 사고와 관련해 시민들에게 어떠한 정보도 제대로 알려준 것이 없다는 점이다. 당시 언론 보도에 따르면 울산시는 모 시의원의 시정질문에 대해 대기질 측정결과 평상시와 별반 다르지 않았다고 답변했다. 즉, 화학물질 운반선 폭발 화재사고로 인한 대기질 오염은 거의 발생하지 않았다는 면죄부를 준 셈이다. 해양오염 여부는 언급조차 없었다. 


당시 언론 보도에 따르면 화재를 완전히 진압하기까지 18시간 이상 걸렸다. 화재진압에 나섰던 소방대원 상당수가 피부질환 및 호흡기 질환으로 치료를 받았다는 후속 기사도 있었다. 필자도 사고 당일 오후 4시경부터 건너편 울산항 쪽에서 사진을 찍으면서 지켜봤는데 어둠이 내릴 때까지도 검은 연기가 솟아오르고 있었다. 온종일 울산 하늘이 어두울 정도로 검은 연기로 뒤덮인 것을 시민들이 목격하고 호흡기 불편을 겪었는데 국가공인 대기질 측정결과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 믿기 어렵고 측정방법, 장비, 장소, 시간, 분석 중 어딘가에 문제가 있었지 않을까 생각한다. 


지난 5월 사고 선박을 통영으로 예인해 가려는 계획이 알려지면서 울산과 통영의 환경단체가 나서서 사고 선박의 안전성과 추가적인 해양오염 및 2차 사고 가능성에 대해 문제를 제기했다. 사고 선박의 평형수 상당수가 SM에 오염돼 있다는 내부제보도 있었다. 이것이 사실이라면 선체에 균열이 발생했다는 것이며, 선체균열이 생겼다면 내부만의 문제가 아니라 선체 외부로도 흘러나올 수 있음을 의미한다. 균열이 발생하지 않고서는 밀봉된 화물 탱크에 실려있던 SM이 견고한 칸막이로 막혀있는 별개의 평형수 탱크로 흘러들 수가 없기 때문이다.


이 같은 문제제기에 대해 환경부는 해수부 소관으로 미뤘고 울산지방해수청은 오염된 평형수 존재를 인정하면서도 해당 탱크(4번, 5번)의 밸브 고장으로 확인할 수 없다고 답변했다. 의혹이 해소되지 않으니까 울산환경운동연합과 통영거제환경운동연합은 선체균열 여부 및 오염된 평형수 누출로 인한 해양오염 가능성에 대한 조사를 선행할 것과 안전성이 확인되기 전까지는 해당 선박의 이동을 허가하지 말 것을 촉구했다. 하지만 마산지방해수청 통영사무소는 지난 15일 스톨토호의 통영항 불개항장 기항을 허가한 것이다. 


소톨트호 폭발 화재부터 통영항 예인 결정까지 울산시, 환경부, 해수부, 해경 등 ‘관계기관’이 보여준 태도는 환경단체의 문제제기에 대해 선주사 측에 묻고 그 답변을 토대로 문제가 없다는 식이었다. 특히 울산시는 시민들이 받은 고통과 심리적 충격에도 선주사로부터 보상은커녕 대시민 사과조차 받아내지 못했다. 


통영시가 통영항 바다 오염을 우려해 스톨트호의 통영항 불개항장 기항허가를 반대한다는 입장을 발표하고 통영시의회가 결의안을 채택한 것과 비교된다. 스톨트호 폭발 화재사고 이후 1년 동안 이른바 ‘관계기관’의 대응과 처리 과정을 보면 이후 더 큰 재난사고가 발생했을 때 울산시민들의 안전을 누가 지켜 줄 것인지 의문이 든다. 


이상범 울산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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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범 울산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 시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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