겸손과 친절

이영선 문화공간 소나무 대표 / 기사승인 : 2020-11-25 00:0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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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관리 리더십

나는 내가 조금 유치하고 단순하게 옷차림을 맞추면 주변에 있는 분들이 행복해 질 수 있도록 신경을 쓰는 편이다. 가끔 비가 내리면 노란색 옷으로 단장하기도 한다. 지난주에는 종합병원에서 수면 내시경으로 건강검진할 일이 생겼다. 수면내시경이라 집에 돌아올 때 내가 손수 운전할 수 없어 동반자가 필요했다. 내가 동반을 부탁한 지인이 내 옷차림새를 보고 놀란다. “아니, 병원에 가는데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온통 분홍색이냐?”는 것이다. 내 대답은 “병원에 가면 모두가 근심이 많고 걱정스러운 분위기여서 내가 한 송이 분홍꽃처럼 다니면 마음이 환해지도록 하는 좋은 영향력을 주지 않겠느냐, 그래서 핑크로 치장을 했다”였다. 그런데 마침 병원의 안내좌석에 앉은 분들이 아주 연한 분홍색 가디건을 입고 업무를 보고 있어서 내 마음은 덩달아 흡족했다. 다른 사람을 기쁘게 하고자 하는 마음을 친절이라 할 수 있을까? 타인에 대해 관심을 갖고 배려를 나타내는 것이 친절이라면 내 옷차림새가 친절의 한 유형이라 생각된다.


우연히 국제신문의 ‘관찰카메라’라는 연출된 영상을 유튜브에서 봤다. 중년남자가 식당에 찾아와 날품을 못 팔아 끼니를 굶어서 배가 고프다며 밥을 얻어먹을 수 있냐고 물으니 젊은 식당주인은 그 남자를 반갑게 대접했다. ‘돈 달라는 사람은 거절해도 밥 달라는 사람은 주어라’는 어머니 말씀이 생각나서 한 끼를 구걸하는 사람에게 식사를 대접했다고 하는, 인정 많은 식당주인의 동영상을 보면서 눈시울이 뜨거워졌다. 그 젊은 식당주인은 남의 입장을 배려하고 서로 돕고 살아가기 쉽도록 겸손과 친절이 몸에 배어 있었다. 


가을이 깊어가고 찬바람이 빈 마음을 더욱 썰렁하게 만드는 계절이다. 코로나19 탓에 경기는 나쁘고 난방비 걱정으로 겨울의 추위가 더욱 염려되기도 한다. 부익부 빈익빈의 실제 사회생활은 자본주의의 한계다. 우리가 이 자본주의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먼저 악한 일엔 눈과 귀와 입을 함부로 내 몰지 말아야 한다. 다른 사람과 더불어 살며, 종종걸음으로 바쁘게 가다가도 어려운 누군가를 발견하면 그냥 지나칠 수 있는 순간을 잠시 멈춰 서자. 선한 일엔 몸과 마음을 아낌없이 탕진하는 것이 자기 자신을 위한 진정한 이기주의다. 누구든지 사회생활을 하면서 크든 작든 자기 나름대로의 권한은 갖고 있다. 이 힘을 남을 돕는 데 써야 한다. 남을 돕는 것도 도와 줄 능력과 권한이 있을 때 가능한 한 화끈하게 도와 줘야 한다. 내가 얼마나 친절을 베풀었느냐에 따라 사회생활과 인생의 향기가 달라진다. 


내가 가진 것이 모두 내 것이라는 자만심과 오만함을 갖는 것보다 상대가 원하는 것을 충실히 나누고 배려하고 베풀기 위해 겸손이 바탕에 기반을 잡고 있어야 한다. 나는 ‘교만은 멸망의 선봉장이다’라는 성경구절을 항상 마음에 품고 산다. 그리스 신화에서 이카루스는 날개를 어깨에 초로 붙여 ‘너무 높이 날지 말라’는 아버지의 명령에 불복해 태양에 접근하다가 어깨에 붙인 초가 녹아서 날개가 떨어져 추락한다. 우리는 높이 날 수 있을 때 겸손해야 한다. 실세보다 더 위세를 하고 은근히 뽐내는 사람도 있고 막강한 권력을 휘두르는 이도 있다. 또 겸손한 척하는 사람은 많지만 진실로 겸손한 사람은 드물기도 하다. 젊은이들 중에 더러는 자신이 톡 튀어야 성공할 것이라고 착각하는 이도 있다. 자기를 낮추는 겸손은 진정으로 자기를 존귀하게 만들 수 있는 전략이다. 험난하고 치열한 사회생활에서 오랫동안 자신을 보호하는 처세의 지혜가 바로 겸손이다. 좋은 인간성으로 상대를 매료시키려면 먼저 겸손을 체질화해야 할 것이다. 우리는 사람에게도 겸손하고 내 삶과 내 운명에게조차도 겸손해야 한다. 물과 같이 자신을 아래로 낮추다 보면 내 삶은 은혜로움과 깊고 깊은 사랑으로 완성하리라. 내가 먼저 겸손과 친절을 기억하자.


이영선 문화공간 소나무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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