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딸을 죽인 남편이 돌아왔다 - 비극 아감멤논(2)

최미선 시민인문학교 교장 / 기사승인 : 2021-10-20 00:0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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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숲 시즌3-그리스 비극



헬레나와 클리타임네스트라

최미선=클리타임네스트라는 트로이 전쟁의 원인이기도 했던 헬레나의 언니이기도 해요. 헬레나와 클리타임네스트라와 또 차이가 있기도 해요. 이 관계를 설명해주세요.


박가화=클리타임네스트라의 성장 배경을 한 번 살펴보면요. 그녀를 이해할 수 있습니다. 그녀는 스파르타의 공주입니다. 아버지는 탄탈레오스였고 어머니는 레다였습니다. 어머니 레다는 아주 아름다운 여인이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신 제우스가 탐을 냈습니다. 제우스는 레다가 좋아하는 백조로 변신해 접근해서 딸을 잉태시킵니다. 그리고 남편인 스파르타의 왕 탄탈레오스도 그녀에게 딸을 잉태시키죠. 그래서 레다는 아버지가 다른 딸 쌍둥이를 낳게 됩니다. 신의 딸 헬레네와 인간의 딸 클리타임네스트라입니다. 한날한시에 태어난 쌍둥이인데 신의 딸 헬레네에 대한 사람들의 시선은 아주 관대합니다. 신을 경외시하던 때의 신의 딸이었으니까요. 그런데 인간의 딸인 클리타임네스트라에 대해서는 굉장히 홀대하게 됩니다. 그러다 보니 클리타임네스트라는 그런 부당함, 불합리성에 대해 예민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성장하면서 신탁, 절대적인 사회 관습 등 정해진 틀에 대한 저항감이 더욱 커지면서 도전적이고 혁명적인 성향이 더해졌을 것입니다. 


최미선=이 이야기의 시작은 아감멤논이 트로이 전쟁을 끝내고 집으로 돌아오면서 시작되잖아요. 10년 만에 자신의 딸을 죽인 남편이 돌아왔어요. 클리타임네스트라는 어떤 심정이었을까요?


박가화=아가멤논과 클리타임네스트라는 사랑으로 이뤄진 부부가 아니었습니다. 사랑으로 이뤄진 부부라도 각자의 개인적인 영역이 보장돼야 하고 공동의 영역이 보장돼야 합니다. 클리타임네스트라는 첫 남편 피사의 왕, 탄탈로스2세와 가정을 이뤘는데 아가멤논이라는 타인이 철저하게 파괴해 버렸습니다. 영역의 침범이었죠. 거기에다 어쩔 수 없이 아가멤논과 결혼하게 돼 이룬 가정에서 남편 아가멤논은 또다시 자식을 죽입니다. 부부의 공동영역이 되는 딸 이피게니아를 자신의 욕망으로 산 제물로 바쳐 죽임으로써 아가멤논은 또다시 그녀의 영역을 처참하게 파괴시킵니다. 살아가는 기본영역이 연속으로 파괴당한다면 어떨까요? 대응해서 영역을 재정립시켜 확보해나가는 방법과 숨만 쉬며 죽은 듯 사는 방법이 있겠지요. 클리타임네스트라는 전자를 택한 거겠죠.


최미선=클리타임네스트라가 결국 남편을 죽이는 결과로 끝을 맺는데, 이해가 전혀 안 되는 것은 아니에요. 혹시 클리타임네스트라를 위해 항변을 할 수 있을까요? 아감멤논이 걸었던 자주빛 융단이 상징적이에요 이 상징에 대해서 설명해주세요.


박가화=그 당시 붉은 자주빛은 신의 색이라 여겼습니다. 때문에 자주빛 융단을 밟는다는 것은 신들만이 할 수 있는 행동이었습니다. 최고 강자에 대한 욕구가 강했던 아가멤논이 전쟁에서 승리하고 돌아왔습니다. 그리스 전역에서 자신의 권위에 견줄 사람은 더 이상 없다는 교만이 그의 마음 속에 들어오기 시작합니다. 점점 그의 시선이 위로 향하게 됩니다. 자신의 힘을 신에게 겨뤄 과시하고 싶은 욕망이 자라기 시작한 것이죠. 그것을 누구보다 잘 아는 사람은 아내 클리타임네스트라였습니다. “당신은 신들이 밟는 자주빛 융단을 밟을 자격이 충분히 있는 사람”이라며 유혹합니다. 아가멤논을 죽이는 명분을 만들기 위한 계략이었습니다. 신의 천을 밟은 아가멤논의 죽음은 그 자신의 오만으로 초래한 스스로의 파멸임을 부각하게 만드는 것이었죠.

예언자 카산드라

최미선=아감멤논이 데려온 카산드라라는 인물이 흥미롭습니다. 예언자 카산드라, 어떤 인물인가요?


박가화=카산드라는 트로이의 공주였습니다. 트로이의 영웅 헥토르와 트로이 전쟁의 원인을 제공한 파리스의 여동생입니다. 그녀 또한 아주 빼어난 미모를 가진 여성이었습니다. 그러니 또 신들이 가만두지 않았겠죠. 태양, 음악, 의술의 신 그리고 예견의 신으로 불리는 아폴론이 그녀에게 반하게 됩니다. 아폴론은 그녀의 마음을 얻기 위해 예견의 능력을 카산드라에게 선물로 줍니다. 그러나 카산드라는 신인 아폴론이 언젠가는 늙고 죽는 인간인 자신을 버리게 될 것이라는 게 두려워 신의 사랑을 거부하게 됩니다. 이에 분노한 아폴론은 그녀에게 예지력을 가졌지만 아무도 그녀의 예언을 믿지 않게 만들어버립니다. 신을 거부한 인간에게 내린 저주였습니다. 카산드라는 신의 사랑을 거부하고 대항했지만 오히려 자신에게는 불행과 고난의 연속이었습니다. 미래를 알려주지만 아무도 그녀의 말에 귀 기울이지 않았습니다. 심지어 자신의 나라 트로이의 멸망을 예견하는데도 말입니다. 그녀는 절망합니다. 자신의 예지력으로 운명을 바꾸기보다는 더 쉬운 순응 쪽을 택하고 맙니다. 결국 아가멤논이 집안에서 죽임을 당할 것도 자신 또한 죽임을 당할 것을 미리 알지만, 순순히 그 운명을 받아들이며 죽고 말죠.


이 불행한 여인의 이름은 우리에게 카산드라 콤플렉스로 알려져 있기도 한데요. 누군가 어떤 위험한 상황을 예측한 것에 대해 주변 이들이 그것을 무시하고 모른 체하는 현상, 부정적인 정보를 피하고 싶은 심리로 화자되기도 합니다.


최미선=예언자인데 그녀의 말을 듣지 않는다는 설정이 굉장히 상징적이에요. 우리 주위에 이런 일은 흔하게 일어나기도 하잖아요. 어떤 구체적인 예를 들 수 있을까요?


박가화=꼭 예언자의 말이 아니라도 우리의 미래를 예측하는 단체들의 목소리가 많습니다. 특히나 지구 환경 단체 쪽의 예측은 아주 심각합니다. 이대로 가다가는 지구가 회복 불가능으로 망가질 수 있다고 꾸준히 주장했으나 여전히 지구 환경오염 실태는 심각하기만 하죠. 우리 또한 코로나 시대에 배달문화로 인한 플라스틱과 포장재 사용이 폭증해서 그 처리에 골머리를 앓고 있습니다. 환경단체의 경고의 말들에 대해 마치 카산드라 콤플렉스처럼 우리는 부정적인 정보를 피하고 싶어 무시하고 회피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지금 지구는 어떻습니까? 세계 곳곳에서 지구 몸살로 인한 이상 현상들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이제 카산드라의 말을 들어야 하지 않을까요?


최미선=클리타임네스트라라는 인물과 카산드라라는 인물이 보여주는 자신의 운명에 대한 태도가 대립적이에요. 이에 대해 설명해 주세요.


박가화=클리타임네스트라는 자기 내면에 반응할 줄 아는 능동적인 삶의 행위자였습니다. 타인이 자신에게 부당한 행위를 가하거나 모욕하고 존재적 가치를 무시하는 것에 반발할 줄 아는 여장부입니다. 그릇된 사회 구조의 틀이나 부정부패에 모든 사람이 가담한다면 세상은 변화하지 않습니다. 그럴 때는 오히려 불복종하는 것이 정의를 이루는 방도가 되기도 합니다. 클리타임네스트라는 자신의 도덕철학으로 바로잡고자 합니다. 또한 자신의 행위에 대해 정당성을 당당하게 주장하는 혁명적인 여성입니다. 


그에 비해 카산드라는 자신이 한 번 신(운명)에 대해 거부하고 반항하며 도전해 봤지만 그 결과는 자신에게 고난과 고통의 연속이었습니다. 결국 순응하는 수동적인 삶의 자세로 변해버립니다. 어쩌면 이런 카산드라의 모습이 더 우리에게 와닿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극한 상황을 끝까지 견뎌내고 버티는 것은 초인적인 힘이 필요하니까요.

비극 아감멤논

최미선=선생님에게 아감멤논이란 작품은 어떤 의미를 가지나요?


박가화=작가 아이스킬로스는 여성 인물들에게 정의라는 물음을 던지고 그것을 수행하게 합니다. 주류가 아닌 비주류가 던지는 정의로 말합니다. 우리는 사실 주류들이 던지는 정의는 무수히 봐왔고 또한 그것의 허구성도 알게 됐습니다. 사회의 구조적인 문제점을 해결하는 방안을 말할 때마다 혁신, 혁신을 외칩니다. 그런데 같은 지반에서 혁신을 만들어가기란 쉽지 않습니다. 새로운 시대를 원한다면 다양한 지반들이 있어야 하고 그 다양성에서 정의를 정립해나가야 할 것입니다. 


저는 아가멤논이 그런 이야기를 하고 있다고 봅니다. 주류의 남성들 속에서 비주류 여성들의 이야기를 하면서 지반의 다양성을 보여줍니다. 남성들에게 여성들의 사고나 행동 양식에 대한 이해를 증진시키고 새로운 시각을 갖게 합니다. 남성과 여성의 조화와 균형을 전해줍니다. 이 점에서 작가 아이스킬로스는 작가이자 인문철학자이고 선구적인 인권주의자가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도 해봤습니다.


최미선=여전히 우리는 그리스 비극을 우리의 삶을 해석하는 창으로 삼고 있어요. 이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박가화=우리가 꿈꾸는 세상을 말할 때 자유롭고 정의로운 세상이라는 말을 흔히 말합니다. 그런 세상을 위해서는 개인이 자신에게 엄격하고 건강해야 합니다. 그리스 비극은 고통과 고난 속에서도 엄격하게 숭고하게 처절하게 인간 정신을 세워나가는 위대함을 보여줍니다. 비극의 그런 점이 다양한 삶을 살아가고 있는 우리에게 긍지로 작용될 것입니다. 


정리=최미선 인문숲사회적협동조합 대표


※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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