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중수소 누출사고를 정쟁으로 이용 말라

이상범 울산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 시민기자 / 기사승인 : 2021-01-20 00:0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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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월성핵발전소 삼중수소 누출 사실이 알려지면서 정치권의 공방이 뜨겁다. 진작부터 탈핵과 찬핵으로 갈라져 있던 지역 주민들의 대립도 심화시키고 있다. 월성핵발전소 삼중수소 누출의 본질은 오래전부터 삼중수소 누출이 있었다는 것이다. 이 같은 사실은 한수원 측의 내부문건인 <월성원전 부지 내 지하수 삼중수소 관리현황 및 조치계획-2020.6.23>에 담겨 있는 내용을 작년 말 한겨레신문과 포항 MBC가 보도해 외부에 알려졌다. 한수원은 삼중수소가 누출되는 정확한 원인과 장소를 찾지 못하고 있으며 그럼에도 여전히 축소와 부인으로 일관하고 있다.


삼중수소 누출에 따른 가장 큰 문제는 인접 주민들의 안전이다. 그런데 지금 여당과 야당의 접근방식은 지극히 ‘정치적’으로 보인다. 지난 18일 민주당 의원들로 구성된 조사단이 현장 조사차 월성핵발전소를 방문했다. 월성핵발전소 정문 앞에 있는 홍보관 마당에는 이른 아침부터 지역 주민, 찬핵단체, 한수원노조 조합원 등 수백 명이 모여서 민주당과 반핵단체 성토대회를 열고 있었다. 이주대책위와 경주 울산지역 탈핵단체에서도 민주당 의원들을 만나기 위해 모였으나 수적으로 찬핵진영이 훨씬 많았다. 이들은 하루 전부터 홍보관과 인근 도로변에 차마 옮기기조차 민망한 저급한 용어의 현수막으로 도배를 했다.


‘탈핵 무당들아 감포 미역 감포 멸치 느그들 때문에 다 망했다’, ‘공포를 조장하는 정치권과 탈핵단체가 우리 주민 다 죽인다’, ‘윤미향은 위안부 할머니 팔고, 양이원영은 원전 팔아 국회 갔다’, ‘얼토당토않은 방사능 괴담 공포 조장 즉시 중단하라’ 원자력국민연대, 원자력정책연대, 원자력살리기국민운동본부 등 듣보잡 단체들은 ‘탈핵무당들아 물러가라, 경주는 우리가 지킨다’, ‘삼중수소 괘안타, 너그들이 문제다’ 등의 현수막 피켓을 들고 구호를 외쳤다. 탈핵단체와 활동가들은 졸지에 탈핵무당이 됐고, 있지도 않은 방사능 괴담을 만들어 공포를 조장하는 집단으로 매도됐다. 삼중수소는 아무런 문제가 없는데 공포를 조장하는 바람에 지역의 수산물 판로가 막힌다고 주장하며 탈핵단체와 민주당을 한 묶음으로 비난했다. 


민주당 소속 국회조사단 일행은 원전 홍보관 안에서 월성원전본부 측으로부터 상황을 보고받고 질의응답을 거친 다음 현장조사차 월성핵발전소 안으로 들어갔다. 이 과정에서 찬핵단체 주민들은 왜 자신들의 의견은 듣지도 않느냐며 버스 앞을 가로막고 실랑이를 벌이다 결국 이학영 산자위원장과 우원식 의원이 내려 상황 설명과 조사계획을 이야기하고 나서야 상황이 종료됐다. 이보다 앞선 1월 14일 국민의힘 국회의원들도 현장조사차 월성원전을 다녀갔으나 찬핵 주민들은 이들에게 왜 주민을 만나지 않느냐고 따지거나 실력행사를 하지 않았다. 야당이 워낙 힘도 없으니까 여당 의원들에게만 떼를 쓰고 실력행사를 한 것일까?


월성핵발전소 삼중수소 누출 문제에 대해 정치권이 정치적으로 접근한다고 보는 이유는 이렇다. 국민의힘은 월성핵발전소 1호기 폐로 자체에 대해 정치공세를 해 오던 참이었다. 검찰의 원전 수사가 정부 여당을 압박하고 자신들에게는 호재라고 생각했는지 적극적으로 두둔하는 입장이었다. 반면에 민주당은 삼중수소 누출 건이 공개되자 검찰수사와 국민의힘의 정치공세를 향해 ‘이것 봐라, 월성원전 1호기는 경제성뿐만 아니라 안전성에도 문제가 있었다, 고로 월성원전 1호기 폐로는 정당했다’고 주장할 근거가 생긴 셈이다. 그러자 국민의힘은 삼중수소 누출사고를 원전 수사 물타기로 이용하지 말라고 주장한다. 이처럼 삼중수소 누출사고를 바라보는 정치권의 시각과 셈법은 정반대다. 현장조사도 국회 차원에서 공동으로 구성해 오는 것이 아니라 야당 따로 여당 따로다.


찬핵을 당론으로 하는 국민의힘의 억지 주장은 언급할 필요조차 없다. 실은 민주당도 그동안 무늬만 탈핵이라는 비판을 받아왔다. 지금 민주당이 월성핵발전소 삼중수소 누출사고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것은 일단 환영할 일이다. 하지만 삼중수소 누출 문제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었다. 삼중수소 피해를 호소하는 나아리 이주대책위 주민들은 6년 넘게 천막농성장을 지키면서 매주 월요일 상여시위를 하고 있다. 6년이 넘는 세월 동안 피해당사자 주민들의 피눈물 나는 호소에 대해 한수원뿐만 아니라 정부 여당도 모르쇠로 외면해 왔다는 점에서 정치적 필요에 의한 액션이 아니냐는 미심쩍음도 남아있다. 


따라서 민주당이 월성핵발전소 삼중수소 누출사고에 임하는 자세가 진정성을 인정받으려면 지금부터라도 분명하고 일관된 입장을 실천으로 보여 줘야 한다. 우선 국회가 중심이 돼서 한수원과 원안위, 경주시 등 당사자들을 제외한 민관합동 조사단을 구성해 철저한 조사를 하고 재발 방지대책을 수립해야 한다. 그리고 나아리 주민들의 건강실태 조사와 이주대책 요구에 즉각 응답해야 한다. 궁극적으로는 월성 2,3,4호기 폐로와 신재생에너지 보급정책에 앞장서야 한다.


이상범 울산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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