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별이 된 조선의 독립군

정익화 울산생활과학고 교사 / 기사승인 : 2020-10-21 00:0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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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과 여행

<중국의 별이 된 조선의 독립군>. 저자 김은식의 책 제목인데 정율성을 이보다 더 명확하게 표현할 수는 없을 것 같습니다. 우리가 잘 모르고 있던 음악가 정율성에 대해 “노래를 무기로 싸운 의열단“이라는 표현 또한 탁월한 비유인 것 같습니다. 정율성은 광주 양림동에서 태어나 형들과 함께 19세에 중국으로 건너가 독립운동을 했습니다. 본명은 ‘부은’인데 음악에 몸 바치며 아름다운 선율로 인민의 목소리를 반영할 것을 결심해 ‘율성(律成)’으로 고쳤다고 부인 정솔성(丁雪松 딩쉐송)이 말한 바 있습니다. 


“동방의 카루소”가 될 것이라는 기대를 받을 정도로 재능이 뛰어났는데 성악과 음악 이론을 가르친 레닌그라드 교수 출신 음악가 크리노와(krenowa)는 이탈리아 유학을 권했지만 조국의 현실과 독립운동에 매진하기 위해 포기했다고 합니다. 크리노와 교수는 레슨비 대신에 생화 한 다발을 받았다는 아름다운 이야기도 있습니다. “이탈리아 유학을 다녀왔더라면 어찌되었을까”라는 역사에 가정은 없다지만 아쉬운 마음이 생깁니다. 중국의 아리랑이라고 불리는 ‘연안송’을 비롯해 ‘팔로군 행진곡’을 바탕으로 ‘중국인민해방군가’를 작곡해 근대 중국 3대 음악가로서 ‘신중국 창건 100명 영웅’에 추대 받을 정도로 중국에서 명망이 높습니다.


1990년 베이징 아시아경기대회 개막식 프로그램 첫 곡으로 정율성의 곡이 연주됐고 우리나라에서도 ‘두 나라의 공식 군가를 작곡한 정율성의 불꽃같은 삶’이라는 타이틀로 <경계인>이라는 제목의 영화로도 만들어져 개봉을 앞두고 있습니다.


2014년 중국 국가주석 시진핑이 서울대에서 강연하면서 한국과 중국의 전통적인 우호관계를 상징하는 10명의 역사적 인물들을 언급할 때 최치원, 허균, 김구 등과 더불어 등장한 이름이 정율성이었다고 합니다. 그는 역사상 가장 많은 중국인들의 사랑을 받은 한국인이며, 또한 오늘날 중국인들이 여전히 즐겨 부르는 노래의 작곡가이기도 합니다. 


예향 광주에서 정율성 거리를 조성하고 정율성 음악축제(정율성 국제음악제)를 주관하는 한편 화순군 능주면에서도 정율성을 기리고 있습니다. 어릴 때 잠시 능주로 이사해 능주초등학교를 다닌 것을 기념해 학교 한 켠에 흉상을 세우고 교사 벽 전체에 벽화를 그려 정율성을 기념하고 있습니다.

 

▲ 광주시 양림동 정율성 거리

화순 능주에는 우리가 잊지 말아야 할 또 한명의 중요한 인물이 있습니다. 1987년 민중항쟁에서 최루탄에 맞아 희생된 이한열 열사입니다. 연세대학교 재학 중이던 1987년 6월 9일 연세대학교 정문 앞 시위에 참여했다가 전경이 쏜 최루탄에 쓰러져 6월 항쟁의 기폭제가 되고 6.29 선언으로 군정 종식을 이끌어내 현대사에 큰 발자취를 남긴 인물입니다. 신촌에 ‘이한열 기념관’이 있지만 이 곳 고향 생가에도 기념관이 있으면 좋겠습니다. 빈 집으로 남겨져 쓸쓸함이 더해집니다. 


이한열 생가와 몇 걸음 떨어지지 않은 곳에 정암 조광조 유허비가 있는 것이 역사의 재미라고 할까 신기합니다. 조선시대 개혁정치의 표상이라고 할 조광조가 기묘사화로 귀양 와서 유배지인 이곳 능주에서 사약을 받았습니다. 연산군대의 폐정을 개혁하려는 중종은 조광조를 비롯한 신진 사림파 세력을 등용했으나 현실을 무시하고 이상을 실현하기에 급급한 신진기예들은 기성세력과의 알력과 반목에 밀려 역사 속으로 사라졌습니다. 

 

▲ 전남 화순군 능주면 이한열 생가 표지판

기성세력들은 ‘주초위왕’(走肖爲王)이라고 나뭇잎에 꿀로 글자를 쓴 후 벌레가 갉아먹게 해 천연적으로 생긴 것처럼 꾸며서 조 씨가 왕이 되려고 반란을 계획한다는 가짜뉴스를 만들어 퍼뜨렸다고 하니 예나 지금이나 언론을 이용한 폐단이 심각합니다.


적폐청산의 기치를 높이 들었던 조광조가 능주 땅에서 사약을 받고 그 때 흘린 애국충정의 피가 오백 년 후에 정율성의 독립운동과 이한열의 민주화운동으로 이어져 이 땅에 꽃 피우고 있습니다.


정익화 울산생활과학고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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