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문학>과 <문학사상>에 남긴 난계 오영수의 명암(明暗)

김진곤 울산향토사도서관 관장 / 기사승인 : 2020-10-23 00:0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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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날의 울산

<현대문학>은 6.25 전쟁 직후인 1955년 1월, 언양 출신인 초대 사장 김기오와 편집장 오영수가 주역으로 창간해 2020년 10월까지 통권 790호까지 이어오고 있다는 점에서 높이 평가된다. 이 전통은 오영수가 창간호 편집 후기에 “말을 앞세우기보다는 하나하나 실천에 옮기겠다. 매달 거르지 않고 25일 전에 꼬박꼬박 내놓을 것을 확약해 둔다”는 창간 정신이 계승되고 있다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이 문예지는 창간사 말미에 “본지는 일체의 정실과 당파를 초월할 것이다. 작품의 가치를 판별하는 행위에 대해서만은 본지는 결코 기계적이고 형식적인 공정에 타협하지 않을 것이다. 본지는 무정견한 백만 인의 악수보다는 문학에 대한 깊은 애정과 옳은 식별력을 가진 단 한 사람의 지지를 오히려 영광스럽게 생각할 것”이라고 기록돼 있다.

 

▲ <현대문학>(1955년 1월)과 <문학사상>(1972년 10월) 각 창간호. 자료 제공, 사진 촬영: 김정수 사진작가

마침 <현대문학> 이 달 10월 호에 울산에서 터를 잡고 왕성하게 활동 중인 백무산 시인이 ‘품위’라는 시를 실어 감회가 새롭다.


<문학사상>은 1972년 10월, 초대 주간 이어령과 초대 발행인 겸 편집인 김봉규 등이 창간해 2020년 9월 현재 통권 575호를 발행해 오늘에 이르고 있다. 이 문예지 창간사 말미에 치열한 작가정신과 올곧은 편집 방향을 재차 다짐하고 있다. “상처진 자에게는 붕대와 같은 언어가 될 것이며, 폐를 앓고 있는 자에게는 신선한 초원의 바람 같은 언어가 될 것이며, 역사와 생(生)을 배반하는 자들에겐 창끝 같은 도전의 언어, 불의 언어가 될 것이다. 종(鐘)의 언어가 될 것이다. 지루한 밤이 가고 새벽이 어떻게 오는가를 알려주는 종의 언어가 될 것이다.” 


이 문예지 창간호 소설 편에 오영수의 <축견기(畜犬記)>가 가장 먼저 실려 있다. 이어서 <오발탄(誤發彈)>의 작가 이범선을 비롯한 강신재, 최상규, 이문구, 최인호 등의 작품이 나란히 실려 있다. 이 작품 제목 아래 오영수는 <명암>, <갯마을>, <머루> 등 무수한 문제작으로 한국적인 서정을 추구하던 작가로 소개돼 있다.


<축견기>는 화자인 그가 개를 여러 번 기르는 과정을 그린 작품이다. 그는 “그까짓 똥개새끼 이름쯤이야” 또는 “그 예방인가 뭔가 하는 주사도 한 번 맞추지 않았다”고 할 정도로 개를 보는 시각이 상당히 냉소적이다. 그런데 개가 똥오줌을 가리면 기특하다고 여기고, 우물가에 놓아 둔 생선에 입을 대지 않는 것을 영리하다고 표현하고 있다. 이런 개의 행위들은 내면의 본능을 죽이고 인간에게 길들여진 습성으로 화자의 인간 중심 사고를 읽을 수 있는 대목이다. 결말에서는 아들 훈이가 애지중지하던 개를 사촌 형이 약으로 잡아먹을 것을 뻔히 알면서도 새끼를 낳게 한다고 속이고, 그 형의 집으로 함께 보내는 잔인함마저 드러난다. 마지막으로 마치 이 작품의 주제처럼 단지 “다시는 개를 기르지 말아야지”라는 독백으로 현실을 외면해 버렸다. 그의 일부 작품들이 현실 도피로 주제 의식이 미약하다고 비판받는 이유다. 따라서 이 작품을 동물의 세계를 통해 정감의 폭을 넓힌 따뜻한 수채화라는 <문학사상> 편집자의 견해에 동의하기 어렵다.


그는 1979년 <문학사상> 1월 호에 <특질고(特質考)>를 발표했다. 그런데 “전라도 사람들은 간사하다. 표리가 부동하고 신의가 없다”는 등의 내용이 호남인들의 거센 반발을 불러왔고 결과적으로 그는 절필하고 곧 사망했다. 


오영수가 <현대문학>을 창간해 현재 65년 동안 발행하면서 걸출한 문인들을 배출하도록 기반을 다졌던 점은 그가 남긴 수많은 작품보다 더 큰 업적으로 평가된다. 그러나 <문학사상>에 기고한 <특질고> 필화 사건은 그는 물론이고, 한국 현대문학사에 큰 상처를 줬다. 1958년 발행한 <현대문학>에 발표한 그의 단편소설 <명암(明暗)>의 제목처럼 한국의 대표적인 두 문예지에 남긴 발자취는 확연하게 명암으로 나뉘어져 난계 오영수를 읽는 열쇠가 되고 있다. 


김진곤 울산향토사도서관 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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