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사정이 힘 모아 사회적경제 전환교육기관 만들자”

이종호 기자 / 기사승인 : 2020-10-21 00:00:55
  • -
  • +
  • 인쇄
백년숲사회적협동조합 공동기획

[전문가 집담회] 철수에서 목수로-퇴직자 산림일자리 연계

조선, 자동차, 석유화학 등 울산을 발전시켜온 주력산업이 위기다. 셋 다 ‘석유’를 기반으로 성장했다. 코로나19 대유행은 위기를 가속하고 심화시켰다. 1955년생부터 1963년생까지 베이비부머는 울산에 약 17만5000명이다. 5년 전부터 이들의 대규모 정년퇴직이 시작됐다. 올해 만 60세가 되는 1960년생이 퇴직하고 나면 3년 안에 61~63년생들이 무더기로 일터를 떠난다. 조선업 구조조정, 친환경차와 자율주행 등 자동차산업 변화, 국제유가 하락과 수요 위축에 따른 석유화학산업 부진으로 고용이 줄고 있다. 베이비부머가 퇴직한 자리를 신규 채용으로 채우지 못하면서 일자리는 빠르게 소멸하고 있다.


산업도시 울산의 녹색전환은 가능할까? 자연을 수탈하고 생태계를 파괴해온 ‘석유’기반 산업이 아니라 생태경제, 순환경제, 사회적경제 그린뉴딜로 산업전환과 도시전환을 이루고 새로운 일자리를 만들 수 있을까? 14일 울산의 주력산업 노동조합 정책 담당자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울주군 상생형 지역일자리 컨설팅 사업 공론화 프로그램 두 번째 집담회에서 만난 이들은 ‘철수에서 목수로-퇴직자 산림일자리’를 주제로 고민을 나눴다. 김형균 금속노조 현대중공업지부 정책기획실장, 박율희 SK이노베이션노동조합 정책국장, 박준석 금속현대자동차현대중공업퇴직노동자모임 간사, 김재인 한국노총울산지역본부 정책실장, 울주군 일자리정책과 김성호 팀장과 이인호 주무관, 한새롬 백년숲사회적협동조합 사무국장이 자리에 함께했다.

▲ 14일 오전 10시 울주군 상북면 백년숲사회적협동조합 교육장에서 ‘철수에서 목수로-퇴직자 산림일자리 연계’를 주제로 집담회가 열렸다. ⓒ김선유 기자



조선산업 일감 부족 ‘보릿고개’

퇴직자 전환교육 시스템 갖춰야

8월 말 기준 현대중공업 노동자는 정규직 1만6800명, 사내하청 1만3279명으로 합치면 3만79명이다. 2015년 1월 기준 정규직 2만6158명, 사내하청 4만836명에 견주면 3만6915명이 줄었다. 


금속연구원 분석에 따르면 원유 생산원가 40달러를 밑도는 저유가 국면이 지속되면서 대형 해양 설비 프로젝트 발주가 대거 지연되고 있다. 현대중공업은 조선사업부와 해양플랜트사업부를 조선해양사업부로 통합했다. 해양 물량 부족이 원인이었다. 저유가가 계속될 것이라는 전망 속에 해양플랜트 부문이 위축되면서 유일하게 기댈 곳은 상선 수주다. 하지만 2018년 이후 상선 수주에서 LNG운반선 비중이 지나치게 높다는 게 문제다. LNG운반선 이외의 상선 수주는 평균 이상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지난 6월 카타르에서 100척 가량의 LNG운반선 대량 수주가 이뤄졌지만 카타르의 천연가스 생산량이 확대되는 시점은 빠르면 2023년 하반기로 예상돼 그때까지 수주잔량이 버텨줘야 한다. 김형균 정책실장은 “9월 현재 올해 수주 실적은 목표 대비 23% 수준”이라며 “내년 하반기부터 일감이 부족해 조선 부문에서만 원하청 합쳐 5000~6000명의 유휴인력이 발생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2021년 하반기부터 1~2년 동안 ‘보릿고개’를 잘 넘기면 적절한 규모의 수주를 회복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코로나19 여파로 세계경제가 침체되면서 전체 선박 주문량의 75%를 차지하는 전 세계 조선소 64곳을 제외하고 수주잔량이 있는 나머지 217개 업체 중 상당수가 문을 닫을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김형균 실장은 “기술인력을 보호해 산업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단기적 고용 유지 대책을 수립해야 한다”며 특별고용지원업종 지정 연장, 숙련향상 교육 프로그램 노사정 공동운영 등을 선제 대응 과제로 제시했다. 퇴직자들을 산림사회적경제 분야 일자리로 연결시키기 위해서는 체계적 교육과 훈련이 필요하다는 점도 강조했다. 단순노동 피고용자에서 퇴직 후 사회적기업이나 협동조합의 경영주체로 전환하려면 “관점과 의식을 바꾸고 몸도 바꾸고 소비구조도 바꿔야 한다”는 것이다. 노사민정이 힘을 합쳐 “교육이 곧 노동이 되고, 노동이 곧 교육이 되는” 전환교육 시스템을 갖추자는 제안이다.

친환경차 확대, 일자리 감소
퇴직자 프로그램 정교해져야


친환경차가 확대되면서 완성차 조립공장과 부품사의 일자리는 빠르게 대규모로 줄어들 전망이다. 경합금, 탄소강화섬유 등으로 소재가 대체되면 프레스, 차체, 도장의 일자리 70% 이상이 감소할 것으로 예측된다. 내연기관차에서 전기차로 동력원이 바뀌면 소재와 단조업무, 엔진사업부, 변속기사업부 일자리 100%가 없어진다. 내연차에 들어가는 3만 개 부품도 전기차엔 1만3000개로 줄어든다. 이렇게 되면 완성차 조립공수와 생관 물류업무의 60%가 감소한다. <케임브리지 이코노믹스>에 따르면 순수전기차 1만 대 제조에 필요한 인력은 3580명으로 내연기관차 1만 명의 1/3 수준으로 하락한다. 


현대차 고용안정위원회 노사 자문위원회는 “친환경차, 자동화, 공유경제, 자율주행, 신소재 적용 등 4차 산업혁명에 대응하지 못하면 노사 모두 공멸한다”면서 노사 합의로 촉탁 사용을 한시 운용하고 임금피크제와 연계한 정년 연장을 고려하며 전환배치를 공정하게 추진할 것을 제언했다. 특히 국내공장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한 미래협약을 맺고, 기술혁신으로 감소하는 일자리는 일터 혁신과 경쟁력 강화를 통한 일자리 나누기로 대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년퇴직자도 무더기로 나오고 있다. 박준석 간사는 “현대차에서 이미 퇴직한 1953년생~1959년생이 5000명이 넘고, 앞으로 5년 안에 1만 명 넘게 퇴직할 것”이라며 “퇴직자와 산업 환경 변화에 따른 고용불안 문제가 동시에 진행되고 있다”고 말했다. 완성차 생산라인 고용 인원은 줄어들고 4차 산업혁명에 따른 연구인력 수요는 늘어나겠지만 이미 연구소는 연구인력을 채용하기 쉽고 울산보다 시제품화 환경이 나은 경기도 등지로 이전한 상태다. 동구처럼 북구에도 현대차 노사와 북구청이 힘을 합쳐 퇴직자지원센터를 설치하려는 논의가 진행되고 있지만 아직 가시화되지 않고 있고, 울산시도 베이비부머 퇴직자들에 대한 교육 프로그램과 지원이 부족한 상황이다. 


박준석 간사는 “대기업 정규직의 기업복지를 중심으로 한 성장은 한계에 봉착했다”며 부품협력사와 지역사회에 대한 대기업 노사의 사회적 책임을 강조하고, 퇴직자들을 새로운 생태경제와 산림사회적경제 분야로 연결하기 위해서는 생계를 위한 일자리가 필요한 퇴직자와 여가를 활용하고 싶은 퇴직자를 구분해 프로그램을 좀 더 정교하게 짜야 한다고 주문했다.

석유화학산업 하향 추세 지속
퇴직 후 가치 있는 숲 일자리로


박율희 국장은 “2분기까지 2조 원 넘게 적자가 났다”며 고용을 유지하기 위해 노사가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자동차, 조선산업과 엮여 있는 석유산업은 장기적으로는 하향 추세로 가겠지만 화학산업은 고부가가치 친환경제품 개발로 아직은 희망이 있다”면서 “코로나 사태가 회복되면 하향곡선이 급하게 내려가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SK이노베이션 울산콤플렉스에서 앞으로 7년 동안 퇴직할 인원은 1500명 남짓이다. 박율희 국장은 “노조 적립금 70억 원 중에 20억 원을 출자하고 회사에서 80억 원을 부담해 복지관 건립을 추진하고 있다”면서 2080 프로젝트를 통해 조합원들의 퇴직 후 삶까지 보장하겠다는 계획이라고 밝혔다. 


봉사단에서 벌여온 맹그로브 숲 보호 활동처럼 퇴직한 뒤에도 조합원들이 자부심을 느끼고 가치가 있다고 공감하는 사업에 함께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울산시민이 마시는 맑은 공기를 생산하는 영남알프스의 산림을 백년숲으로 가꾸고 숲에서 새로운 일자리를 찾는 일에 노동조합과 회사, 지자체가 힘을 모아야 한다는 제안도 했다.
 

▲ 왼쪽부터 이인호 울주군 일자리정책과 주무관, 김성호 울주군 일자리정책과 팀장, 박준석 금속현대자동차현대중공업퇴직노동자모임 간사, 김형균 금속노조 현대중공업지부 정책기획실장, 박율희 SK이노베이션노동조합 정책국장,이종호 기자, 김나원 백년숲사회적협동조합 담당, 한새롬 백년숲사회적협동조합 사무국장. ⓒ김선유 기자


새로운 산업생태계와 일자리 만들어야
사회적경제, 지역운동 차원에서 활성화


김재인 정책실장은 새로운 사회적경제 분야에 일자리를 만들기 위한 퇴직자 교육을 폴리텍이나 울산과학대 같은 기존 교육기관을 통해 할 건지, 새로운 일자리 양성 수단을 만들어 진행할 것인지 정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미 진행하고 있는 은퇴자 교육 프로그램에 산림사회적경제 취·창업과 연계한 프로그램을 추가할 수도 있고, 나무기술대학을 설립해 진행할 수도 있는데 어느 방식이 효율성과 가능성이 높은지 판단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김성호 팀장은 광역자치단체 사업으로 고용안정 선제대응 패키지 지원 사업이 있다며 산림사회적경제 신산업으로 연결시키면 이 사업을 활용해 은·퇴직자를 위한 전직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기존 주력산업이 쇠퇴하는 상황에서 새로운 산업 생태계와 일자리를 만들어내기 위해서는 산림사회적경제 분야의 새로운 가치가 공유돼야 한다는 점도 강조했다. 예전처럼 ‘돈이 되는 직업’이 아니더라도 그만큼 가치 있는 일자리라는 점이 공감돼야 한다는 것이다.


이인호 주무관은 고용창출과 더불어 사회적경제를 확산해야 한다며 지자체가 지역 전체 노동자들을 위해 사회적경제 교육을 지원하고 노동자들이 협동조합을 만들어 사회적경제 분야에서 사업하는 과정을 만들어내는 게 일차 목표라고 말했다. 퇴직자들이 협동조합을 만들어 사업을 추진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추기 위해서는 단순한 기술교육 과정이 아니라 사회구조에 대한 이해를 높이고 사회적경제조직이 뿌리를 내릴 수 있는 교육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며 산림일자리뿐만 아니라 울주군이 시행하는 컨테이너형 스마트팜, 스마트축산 등과 연결시킬 수 있다고 덧붙였다. 산림경영인 양성 아카데미로 계획하고 있는 울주군 두동 공공타운하우스 커뮤니티센터를 작은 나무기술대학(팀버 테크 칼리지)으로 활용하고, 노사정이 기금을 마련해 사회적경제 교육 시스템으로 발전시켜야 한다는 제안도 내놨다. 이 주무관은 생태경제, 순환경제, 사회적경제 분야에서 2000~3000명의 새로운 일자리를 만들어내야 한다며 사회적경제조직을 지역운동 차원에서 활성화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노사정 상생기금으로 나무기술대학 설립

주력산업 노사가 운용하는 공동기금 중 일부를 퇴직자와 퇴직예정자들의 사회적경제 전환교육에 투자하고, 지자체가 예산을 투여해 노사정 상생기금으로 울주군에 국내 최초의 나무기술대학(팀버 테크 칼리지)을 설립하자는 제안에 힘이 실린다. 석유경제에서 생태경제로 녹색전환을 이루고, 과소비와 과노동의 악순환을 끊어 생태적 삶을 확산하며, 시장경제의 폐해에 맞서 사회적경제 일자리를 늘리는 것은 시대적 과제로 다가오고 있다. 우리 숲을 아름답고 가치 있게 가꿔 백년숲으로 일구고, 삶터, 일터, 쉼터, 배움터로 만들어가는 과정에서 산업전환과 도시전환, 노사민정이 함께하는 상생형 일자리를 만들어가겠다는 ‘나무도시 울주’의 계획에 눈길이 쏠리는 이유다.


이종호 기자

 

[저작권자ⓒ 울산저널i.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이종호 기자
뉴스댓글 >

오늘의 울산 이슈

주요기사

+

많이 본 기사

정치

+

경제

+

사회

+

PHOTO NEW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