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바일기] 나는 5580원이 아니다

알바노동자 'B' / 기사승인 : 2015-05-14 12:36: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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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 남구에 있는 한 카페에서 아르바이트를 했다. 처음 해보는 카페 일이 손에 잘 익지 않았지만 그럭저럭 일을 배워 나갔다. 이 카페는 업무상 약속이 있어서 오거나 중요한 손님을 데려 오는 사람들이 많아 커피 맛보다는 서비스가 중요했다. 손님이 들어올 땐 최대한 밝은 얼굴로 맞이해야 했고 그들이 이곳에 머무는 시간동안 불편함을 느끼지 않도록 조심해야 했다. 손님들을 늘 주시하며 무엇이 필요한지 재빨리 알아채야 했다. 불평이 돌아오기 전에 필요한 것들을 만족시켜야 했다. 행여나 내가 피곤한 얼굴로 있으면 내가 일을 얼마나 잘해 놓았건 간에 싫은 소리를 들어야 했다. 그때마다 “시급 5580원에 내가 종일 웃고 있어야 하는 비용까지 들어가 있진 않을텐데...” 하는 생각을 자주 했다.





카페에 손님이 많지 않은 편이라 가만히 서 있었던 적이 많았다. 그럴 때마다 “이야, 남들처럼 돈 받는데 일 편해서 좋겠다”는 말을 듣곤 했다. 또 “다른 카페는 최저임금 안 주지 않아?”라고 묻기도 했다. 이때는 나도 화가 좀 나서 “최저임금 지키는 건 이제 상식이죠”라고 쏘아 붙였다. 최저임금 지키는 게 뭐 대단한 일이라고. 나한테는 5580원도 아깝다는 건가 싶었다.





점심시간에는 식사가 제공되었는데 식사 시간만큼 일을 더 해야 한다는 얘기를 들었다. 제시간에 퇴근을 하고 싶으면 점심 먹은 시간만큼 임금을 뺀다고 했다. 내 더럽고 치사해서 밥을 안 먹어야겠다고 생각을 하고 계속 점심을 굶었다. 오전에 일을 많이 한 날에는 배가 고파서 점심을 먹고 점심 먹은 시간만큼 늦게 퇴근하는 쪽을 택하기도 했다. 나가서 밥을 먹으려면 6, 7천원씩 드니 오히려 여기서 밥을 먹는 게 이득이겠다는 생각도 했다. 나는 1시간 일해서 한 끼 먹을 돈도 못 버는 알바노동자니까.





알바노동자 신분에 ‘어린’, ‘여성’이라는 조건이 더해지면 상황은 더더욱 나빠지는데 내가 일했던 곳은 여성들만 일을 했다. 힘쓰는 일이 많은 마감시간대에는 남자를 쓰지만 그렇지 않은 시간대에는 여성만을 채용했다. 잘 웃고 접대할 수 있는 일, 한마디로 서비스 마인드로 충만해야 하는 일은 여성의 일이라는 생각이다. 일하는 시간 내내 친절한 서비스를 제공해야 하는 일도 스트레스지만 그것이 여성들에게만 부과되는 상황이 더 스트레스다. 손님들이, 특히 남자 손님들이 “커피 한 잔 맛있게 타 봐”, “예쁜 아가씨” 따위의 말을 툭툭 던지고 갈 때마다 속이 부글부글 끓었다. 내가 아마 ‘어린’, ‘여자 애’라서 할 수 있는 말일 테니까. 알바 신분도 하찮은데 게다가 여성이라니. 무시하기 딱 좋은 상대다!





일을 그만두기를 며칠 앞두고 사장이 대학을 나왔냐 물었다. 그만두는 마당이라 대학을 나왔고 이러저러한 사정으로 이곳에서 일한다고 답했다. 그때 돌아온 대답은 “대학씩이나 나와서 왜 여기서 이러고 있어?”였다. 알바는 “변변찮은” 대학을 나오거나 대학을 다니지 않은, 5580원 정도 받고 일하기에 ‘적당한’ 사람들이 하는 노동이라는 생각에서 내뱉는 말이다. 노동이 하찮다고 생각하는 시절에 알바노동자들의 존재는 오죽하랴. 어디에나 있지만 어디에도 없는 노동자가 알바노동자다. 일상적인 갑질에 상처 받고 저임금과 장시간노동에 이리저리 치이는 상황을 언제까지 견딜 수 있을지 모르겠다. “나는 5580원짜리가 아니다”, “나는 유령이 아니다”, “나도 사람 대접 받고 일하고 싶다”는 글귀라도 옷에 붙이고 일하고 싶은 심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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