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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경들
강현숙 시인 2019.06.13
나는 비교적 쓸쓸하고 고즈넉하고 사람도 보이질 않는 한적한 풍경을 좋아하는 편이다. 어릴 적 겨울 이른 아침, 거적으로 문을 단 시골 뒷간 창으로 내다본 풍경은 강렬하다. 간밤 쌓인 눈으로 하얗게 덮인 층층의 논들 저 너머를 지나고 다시 눈으로 덮인 겹쳐진 산들의 풍경 너머로 깔리는 풍경들은 거의 몸에 밴 풍경이다시피 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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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역, 동해선 동래역
황주경 시인 2019.06.12
임진왜란 초기 조선의 전시비상대응체계는 제대로 작동되었을까? 1592년 4월 15일, 이 날은 이틀 전 부산진성을 함몰시킨 왜군이 동래성으로 몰려든 날이다. 이때 동래성 안에는 이미 제승방략, 지금으로 치면 전시작전계획에 따라 경상좌 ...
현대중공업의 결정이 울산의 미래를 황폐화하지 못하도록
조숙 시인 2019.06.05
울산은 자동차 도시다. 도시가 자동차에 적합하도록 만들어졌다. 승용차를 이용해 마트와 시장, 병원이나 놀이 시설을 이용할 수 있도록 잘 발달된 자동차도로, 한적한 외곽지역까지 놀랍도록 깨끗하게 정비된 포장도로, 주차비를 계산할 필요 없는 넉넉한 주차 공간이거나 혹은 전국에서 가장 저렴한 공용주차장까지, 잠깐의 출퇴근 시간 ...
전교조 30년, 늘 처음처럼 새롭게
천창수 화암중학교 교사 2019.05.31
26년 전인 1993년 독일 노총과 금속노조, 그리고 독일의 노동현장을 견학하기 위해 간 적이 있었다. 그때는 내 나이 30대 중반이었고 우리나라에서는 노동운동이 용광로처럼 끓던 시절이었다. 전교조는 교원노조의 합법화와 해직교사의 복직을 요구하는 끈질긴 투쟁을 계속하고 있었고, 현대중공업노동조합은 128일 파업이라는 장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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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롯한 당신
제솔지 페미니스트 교사 2019.05.30
“선생님의 어떤 점이 가장 좋나요?”라는 질문에 만나는 아이들이 가장 많이 하는 대답은 “선생님은 차별하지 않아요”다. 하지만 교실 속 다양한 아이들을 매 순간 같은 크기의 사랑으로 대하긴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닐 수 없기에 잔소리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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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의 자랑 의열단원 박재혁이 없다(2)
이병길 영남알프스학교 교사, 시인 2019.05.29
3.1 만세운동 이후 의혈 운동을 결심하다1919년 3월 1일 독립만세운동은 민중의 직접혁명 가능성을 보여준 역사적 변혁운동이었다. 하지만 지도자의 역사적 안목의 결여로 혁명으로 발전하지 못했다. 중국에서는 4월에 임시정부가 수립되고 ...
어머니의 눈물
조숙향 시인 2019.05.29
친정어머니가 내게 보인 눈물은 크게 세 번이었다. “네 공부는 시키고 싶었다.” 중학교를 졸업하고 야간고등학교가 있다는 서울로 올라가기 전날 밤이었다. 배추장사를 하던 어머니가 밤늦도록 돌아오지 않았다. 통금시간이 다가오고 있어 마음이 초조해지고 더욱 불안해졌다. 동생들을 재우고 어머니를 찾아 조심조심 골목길을 나섰다. ...
스승의 날을 보내며
노재용 삼일여고 교사 2019.05.24
2019년 5월 15일, 스승의 날이 올해에도 어김없이 찾아왔다. 1958년 5월 충청남도 청소년적십자단원들이 현직에 계신 선생님과 퇴직한 선생님, 그리고 병상에 계신 선생님을 위해 자발적으로 기획한 행사에서 시작된 스승의 날, 우여곡절 끝에 민족의 스승 ‘세종대왕’ 탄신일이 스승의 날로 법정 기념일로 지정이 되고 오늘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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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의 자랑 의열단원 박재혁이 없다(1)
이병길 영남알프스학교 교사, 시인 2019.05.22
한 사람의 궤적을 찾아가다가 부산에까지 이르렀다. 통도사에 “박영효·김홍조·김정훈”의 이름이 새겨진 바위가 있다. 박영효는 갑신정변의 주역이자 태극기 제작자이자 철종의 부마로 개화운동을 하다가 일제강점기 친일인사로 살았다. 김홍조는 ...
빌고, 비우고
강현숙 시인 2019.05.15
사람마다 삶의 힘든 현실은 다른 모습으로 찾아오나 보다. 그 현실에 대한 정답은 있는 듯도 하고 없는 듯도 하다. 자신에게 주어진 삶에 따라 다 해법이 다르기 때문이다. 살다 보면 큰 고비가 찾아오는데 이삼 년은 그 문제와 맞닥뜨려 부딪치고 그 뒤로 사오 년은 해결을 위한 실마리를 찾으며 해법을 위한 자신만의 대답에 이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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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해남부선의 시‧종착역, 부산진역
황주경 시인 2019.05.08
한 국가의 국력은 사람과 재화 수송률에 비례한다. 그런 의미에서 근대 제국주의 시대는 철도의 길이가 곧 그 제국의 힘이었다. 일제가 식민지 조선을 강점하자마자 철도부터 부설한 이유다.1928년 3월, 일제 작가 하세가와 가이타로는 조 ...
아차, 후라이팬
조숙 시인 2019.05.08
기억력에 대한 생각을 많이 하게 된다. 방금도 글을 쓰다가 음식을 태웠다. 생각을 하는 사이에 무슨 음식 끓는 냄새가 나고, 좀 있다가 생각의 사이에 그 냄새가 좀 더 강해지고, 그러다가 문득 생각에서 벗어나 가스렌지 위에 무엇을 얹어두었나 기억해 보지만 그런 기억을 하기 위해서는 몇십 분 전으로 돌아가야 한다. 조금 귀 ...
방과 빗소리, 그리고 바다
조숙향 시인 2019.05.01
온종일 봄비가 장마철 비처럼 꾸물거립니다. 바람이 조금 쉬다가 다시 약하게 불고 있나 봅니다. 티디딕 티디딕 규칙적으로 내리는가 싶다가도 예측할 수 없는 일처럼 불규칙하게 땅바닥에 부딪히며 틱틱거립니다. 저만치 검푸른 바다를 뒤에 둔 쪽방 작은 창문을 통과하고 내 귓속을 파고드는 작은 빗소리입니다. 비수기여서 손님이 별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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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하지 않을 자유
제솔지 페미니스트 교사 2019.05.01
10여 년 넘는 시간동안 새로이 알게 된 사람들로부터 의례히 “결혼 하셨어요?” 또는 변형된 형태로 “아가씨예요?”라는 질문을 받아왔다. 결혼이라는 생애 발달과업을 성취하지 못하였음이 확인되면 “남자친구 있어요?”, 즉 (이성애) 연 ...
학교 공간과 학생 자치
천창수 화암중학교 교사 2019.05.01
감옥은 죄수에게 공간을 허락하지 않는다. 간신히 몸을 뉠 공간밖에 없다. 그 좁디좁은 공간에서조차 마음대로 할 수 없다. 마음대로 누워 있을 수도 없고 언제나 정좌하여 감시의 눈길을 받아야 한다. 맑은 물이 흐르는 개울에 가면 졸졸 흐르는 물소리를 들을 수 있다. 마음이 편안해진다. 산 속으로 들어가면 새소리가 들린다. ...
친구들과 어울리기 어렵다면 함께 ‘운동’ 어때?
노재용 삼일여고 교사 2019.04.24
주말에 개인적인 일로 학교에 가는 중이었다. 학교 앞에서 내가 맡고 있는 반 학생을 만났다. 토요 스포츠 활동으로 ‘배드민턴’을 신청해 운동을 하는 학생이었다. 단짝 친구도 같이 운동을 하는데 보이지 않아 물으니 지금 오고 있는 중이라고 했다. 나는 교무실로 가 잠깐 일을 해 놓고 아이들이 운동을 어떻게 하고 있나 싶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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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의 자본가, 민족 독립에 불을 지피다
이병길 영남알프스학교 교사, 시인 2019.04.17
19세기 후반에 태어난 사람들이 살아온 시대는 한국 근대사를 관통하는 질풍노도의 시기였다. 특히 구한말 열강의 침입, 일제의 침탈과 망국에 조선의 자본가들은 저항의 행적을 하였다. 부산, 울산, 양산 삼산지역의 조선 자본가들은 민중계 ...
꽃과 잎 사이
조숙 시인 2019.04.10
벚꽃은 잠시 ‘얼음’ 상태였다.벚꽃의 매력은, 벚꽃에 대한 기대는, 한꺼번에 피고 잠시 만개했다가 한꺼번에 화르르 지는 것이다. 그 잠시의 만개가 주는 꿈같은 ‘순간’을 기대하는 것이다. 벚꽃이 피면 사람들은 정신없이 벚꽃 구경을 나선다. 이른 아침부터 한낮, 그리고 밤 벚꽃까지 순간순간을 찾아 나선다. 푸른 잎이 없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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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 천전리 각석의 기하문양은 한반도 동.남.서해안을 그린 파노라마 지도다
글=백무산 시인, 영상 제작=김혜진 영남알프스학교 2019.04.06
천전리 각석의 기하문양은 한반도 동.남.서해안을 그린 파노라마 지도다.국보 147호 천전리 각석. 선사유적으로 지금까지 주술과 제의의 공간으로 인식해 왔다. 바위면에서 가장 오래되고 주요하게 표현된 기하학적 문양들은 선사인의 신앙세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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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전다방과 긴장의 바다를 품은 역, 월내역
황주경 시인 2019.04.03
별, 은하수, 수정, 호수, 장미, 길, 청포도, 청자, 역전... 이 단어들은 내가 기억하는 다방 이름들이다. 지금 생각해보니 소설 모비딕 속 일등항해사의 이름을 딴 모 프랜차이즈 카페보다도 더 시적이다. 내게 있어 다방은 처음으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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