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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금 씨
조숙향 시인 2019.08.14
우리 부부가 손주를 데리고 중금 씨의 복숭아 가게에 들렀을 때는 해가 뉘엿뉘엿 지고 있을 무렵이었다. 남편은 그곳이 중금 씨네 가게인 줄은 몰랐다. 다만 중금 씨가 근방에서 복숭아 과수원을 하고 있다는 소식을 어렴풋이 들었다고 했다. 가게 안으로 들어갔을 때 아주머니 한 분이 복숭아를 선별하고 있었다. 복숭아 꽃봉오리 같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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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님들도 계모임을 하였네(2)
이병길 영남알프스학교 교사, 시인 2019.07.31
사찰 중건을 위해 통도사 스님들 계모임을 하다부도원에 있는 임자갑계원보사유공비(壬子甲契員補寺有功碑)는 1898(광무 2)년 10월에 세운 것이다. 보사(補寺)란 사찰을 지원하는 것이다. 임자년(1852, 철종 3)생 계원의 보사에 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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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 3시 같은 바닷가 역, 옛 해운대역
황주경 시인 2019.07.31
“당신은 딱 오후 3시 같은 사람이야. 뭘 하기에는 늦고, 그렇다고 뭘 그만두기에는 너무 이르고,” 윤제균 감독의 2009년 작 재난 영화 ‘해운대’에서 손꼽히는 명대사다. 영화에서 서울 아가씨 김희미가 해양구조대원 최형식에게 목숨을 ...
보잘것없는 진실들
김루 시인 2019.07.24
출근하는 월요일이 화창하다. ‘태풍 다나스는 언제 지나갔지?’하는 얼굴들이다. 긴장했던 하늘은 맑고 여유롭다. 어수선했던 거리의 표정들도 조용하다. 이건 순전히 내 기분 탓이다. 여름이 이제 본격적으로 시작되려나 보다. 태양의 입김이 예사롭지 않은 7월. 태풍의 길을 잘 견뎌 준 가로수의 초록이 새삼 고마운 아침이다.토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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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년 방치한 암각화, 무슨 수로 유네스코 등재하나
백무산 시인 2019.07.24
연초에 울산시가 대곡천 암각화군에 대해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를 추진하겠다고 발표했다. 2022년을 목표로 구체적인 로드맵을 확정하여 실행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50년 동안 방치하다시피한 유적을 현재까지 어떠한 가시적인 보존조치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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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님들도 계모임을 하였네(1)
이병길 영남알프스학교 교사, 시인 2019.07.24
통도사 무풍교 입구에서 부도원 입구 선자(扇子:부채)바위까지 1.3㎞의 오솔길은 통도 팔경 중의 하나인 ‘무풍한송(舞風寒松)’ 길이다. 길의 왼쪽은 청류동천이요, 오른쪽은 소나무 산이다. 노송과 계곡이 어우러져 아름다운 풍광을 보여주 ...
백해(百骸), 구규(九竅), 육장(六臟)
강현숙 시인 2019.07.17
두 발을 지구의 양 지표면에 걸치고 버티며 떨어지지 않으려고 중력의 중심을 부여잡고 살아온 날들이다. 그 날은 모처럼 파도 소리도 듣고, 갯내도 맡으며 해풍에 심신을 말리기도 했다. 사는데 슬픔쯤이야 다 해결한 줄 알았는데, 이 정도 슬픔 같은 것에, 불행 같은 것에 엄살을 부릴 필요 없다며 추스르고 다스리고 잘한 줄 알 ...
눈 먼 자들의 도시
조숙 시인 2019.07.10
길을 걷다가 갑자기 눈이 안 보이게 된다면, 혼자만이 아니라 주변 사람들도 하나 둘씩 안 보이기 시작한다면 무슨 일이 벌어질까. 안 보이게 되는 것이 바이러스에 의한 것이라면, 혼란은 걷잡을 수 없어질 것이다. 주제 사라마구가 쓴 ‘눈 먼 자들의 도시’는 이렇게 시작된다.눈이 안 보이게 된 사람들은 격리돼 수용되고, 바이 ...
또다시 장마진다
조숙향 시인 2019.07.03
아가, 너를 보낸 지 벌써 30년이 훌쩍 넘었다. 이렇게 장마가 지는 날이면 아주 이따금 네 생각을 하곤 하지. 다른 몸으로 태어나 이 세상 어딘가에서 행복하게 살고 있었으면 좋겠구나. 네가 내 몸을 빌어 이 세상에 첫울음을 터트리며 태어났다면 지금쯤 성인이 되어 네 인생을 성실히 살아가고 있을 터인데...... 나의 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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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여인과 사랑한 양산의 권순도 세계인을 환영하다(2)
이병길 영남알프스학교 교사, 시인 2019.07.03
육영사업과 국채보상 운동에 참여한 권순도최익현의 장례 후 권순도는 육영사업에 기부한다. 먼저 1907년 1월 황성신문을 다른 지역으로 보내는 문명록(文明錄)으로 2환 70전, 10월에는 4환 80전을 기부한다. 2월에 그는 부산 동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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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여인과 사랑한 양산의 권순도 세계인을 환영하다(1)
이병길 영남알프스학교 교사, 시인 2019.06.26
양산 35번 국도를 따라가다 상북면 대석리 대성마을을 거쳐 대석마을을 지나면 무지개 폭포로 유명한 홍룡사의 홍룡폭포를 갈 수 있다. 대석마을 입구에 붉은 글씨의 “세계인(世界人) 환영비(歡迎碑)”가 서 있다. 다른 측면에는 “명승(名 ...
당신에게 ‘성’이란
김루 시인 2019.06.19
며칠 전 프란츠 카프카(Franz Kafka)의 <성>을 읽었다. 토지측량사의 자격으로 K는 성을 찾아 마을에 진입한다. 성의 주인인 베스트 백작의 허락 없이 출입이 허용되지 않는 성. K는 곧 성에 도착할 수 있으리라, 희망을 품지만 어둠에 잠긴 성은 점점 더 멀어지기만 한다. K는 어디에 가나 낯선 이방인이다. 마을 ...
풍경들
강현숙 시인 2019.06.13
나는 비교적 쓸쓸하고 고즈넉하고 사람도 보이질 않는 한적한 풍경을 좋아하는 편이다. 어릴 적 겨울 이른 아침, 거적으로 문을 단 시골 뒷간 창으로 내다본 풍경은 강렬하다. 간밤 쌓인 눈으로 하얗게 덮인 층층의 논들 저 너머를 지나고 다시 눈으로 덮인 겹쳐진 산들의 풍경 너머로 깔리는 풍경들은 거의 몸에 밴 풍경이다시피 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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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역, 동해선 동래역
황주경 시인 2019.06.12
임진왜란 초기 조선의 전시비상대응체계는 제대로 작동되었을까? 1592년 4월 15일, 이 날은 이틀 전 부산진성을 함몰시킨 왜군이 동래성으로 몰려든 날이다. 이때 동래성 안에는 이미 제승방략, 지금으로 치면 전시작전계획에 따라 경상좌 ...
현대중공업의 결정이 울산의 미래를 황폐화하지 못하도록
조숙 시인 2019.06.05
울산은 자동차 도시다. 도시가 자동차에 적합하도록 만들어졌다. 승용차를 이용해 마트와 시장, 병원이나 놀이 시설을 이용할 수 있도록 잘 발달된 자동차도로, 한적한 외곽지역까지 놀랍도록 깨끗하게 정비된 포장도로, 주차비를 계산할 필요 없는 넉넉한 주차 공간이거나 혹은 전국에서 가장 저렴한 공용주차장까지, 잠깐의 출퇴근 시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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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의 자랑 의열단원 박재혁이 없다(2)
이병길 영남알프스학교 교사, 시인 2019.05.29
3.1 만세운동 이후 의혈 운동을 결심하다1919년 3월 1일 독립만세운동은 민중의 직접혁명 가능성을 보여준 역사적 변혁운동이었다. 하지만 지도자의 역사적 안목의 결여로 혁명으로 발전하지 못했다. 중국에서는 4월에 임시정부가 수립되고 ...
어머니의 눈물
조숙향 시인 2019.05.29
친정어머니가 내게 보인 눈물은 크게 세 번이었다. “네 공부는 시키고 싶었다.” 중학교를 졸업하고 야간고등학교가 있다는 서울로 올라가기 전날 밤이었다. 배추장사를 하던 어머니가 밤늦도록 돌아오지 않았다. 통금시간이 다가오고 있어 마음이 초조해지고 더욱 불안해졌다. 동생들을 재우고 어머니를 찾아 조심조심 골목길을 나섰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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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의 자랑 의열단원 박재혁이 없다(1)
이병길 영남알프스학교 교사, 시인 2019.05.22
한 사람의 궤적을 찾아가다가 부산에까지 이르렀다. 통도사에 “박영효·김홍조·김정훈”의 이름이 새겨진 바위가 있다. 박영효는 갑신정변의 주역이자 태극기 제작자이자 철종의 부마로 개화운동을 하다가 일제강점기 친일인사로 살았다. 김홍조는 ...
빌고, 비우고
강현숙 시인 2019.05.15
사람마다 삶의 힘든 현실은 다른 모습으로 찾아오나 보다. 그 현실에 대한 정답은 있는 듯도 하고 없는 듯도 하다. 자신에게 주어진 삶에 따라 다 해법이 다르기 때문이다. 살다 보면 큰 고비가 찾아오는데 이삼 년은 그 문제와 맞닥뜨려 부딪치고 그 뒤로 사오 년은 해결을 위한 실마리를 찾으며 해법을 위한 자신만의 대답에 이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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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해남부선의 시‧종착역, 부산진역
황주경 시인 2019.05.08
한 국가의 국력은 사람과 재화 수송률에 비례한다. 그런 의미에서 근대 제국주의 시대는 철도의 길이가 곧 그 제국의 힘이었다. 일제가 식민지 조선을 강점하자마자 철도부터 부설한 이유다.1928년 3월, 일제 작가 하세가와 가이타로는 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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