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대선, 지방선거, 교육감 선거를 교육 대전환의 계기로 만들자

도상열 두동초등학교 교사 / 기사승인 : 2022-01-19 00:0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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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 톺아보기

새 술은 새 부대에

학교를 혁신하자는 운동이 지속된 지 벌써 오래다. 내용도 차고 넘친다. 하지만 전면적인 학교혁신으로 가기 위해서는 새로운 내용을 담을 새로운 그릇이 필요하다. 새 술은 새 부대에 담아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술도 부대도 버리게 된다.


진보교육감이 지휘하는 교육청이 많은 혁신을 이루었지만, 학교는 크게 바뀌지 않았다는 평가가 많다. 학교의 의사 결정권이 학교장에게 있기 때문이다. 교육청에서는 학교 구성원들의 의견을 수렴해 민주적으로 결정하라고 하지만 학교장이 독단으로 결정하는 것을 견제할 법적 장치는 학교운영위원회밖에 없다. 시스템이 그렇다. 학교의 의사 결정권이 전적으로 학교장에게 있다 보니 교사들의 주체성이 보장받기 어려워 학교문화는 여전히 혁신적이지 못하고 전근대적인 부분이 많다.


뒤돌아보면 학교에서 일어난 가장 큰 변화는 학교운영위원회의 도입과 전교조와 교육청의 단체교섭, 김영란법으로 일어났다. 학교운영위원회의 도입으로 학교에서 부정부패가 사라지고 학교 운영이 최소한의 합리성을 갖췄다. 전교조와 교육청의 단체교섭은 학교에 남아있던 불합리한 잔재의 상당한 부분을 해소했다. 김영란법의 제정은 불합리한 학교 구성원 간의 금전, 선물 거래를 일소했다. 학교의 큰 변화는 결국 입법의 과정을 통해 이뤄진 셈이다.


우리나라 교육은 선진국 수준에 다다랐다. 진보교육감의 등장은 학교를 둘러싼 다양한 관계를 재정립하고, 학교 공간을 혁신했다. 교육복지를 강화하고, 학생들의 안전한 학교생활을 보장하며, 학교급식의 질을 높이는 등 많은 변화를 이루고 있다. 하지만 학교 운영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교육과정 운영의 혁신은 전면적으로 이뤄내지 못하고 있다.


학교를 교육과정 중심의 교육 체제로 대전환하고 교사들을 교육과정의 주체가 되도록 역량을 강화하며 교육청을 교육과정 중심의 행정 체제로 대전환하려면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까? 교육계의 큰 변화는 입법을 통해 이뤄졌다. 학교를 교육과정 중심의 교육 체제로 대전환하려면 입법을 통할 수밖에 없다. 입법의 내용에는 무엇이 담겨야 할까?


먼저 승진제 개혁에 관한 내용이다. 현재의 학교장 중심의 제왕적 권력구조를 민주적 권력구조로 바꾸지 않으면 미래로 나아갈 수 없다. 승진제 개혁과 연동해서 학교 내 의사결정 구조를 바꿔야 한다. 적어도 명예혁명 수준의 권력 분점은 이뤄야 하지 않을까? 학교장과 교직원 의회 구조로 만들고 교직원 의원과 학부모회, 학생회 대표가 참여하는 학교운영위원회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학교운영위원회 안건 발의는 각 자치기구의 논의를 거쳐 제안되는 구조가 필요하다.


둘째, 학교 부서 체제에 관한 내용이다. 학교장-교감-부장의 교육행정 집행중심의 학교 체제를 교육과정 운영 중심체제로 개편해야 한다. 현재의 교무부장 제도는 폐지하고 교무부장의 역할 대부분은 교무행정전담팀장을 교감이 맡아 추진하든지, 교감을 없애고 교무부장이 수업하지 않고 교무행정전담팀장을 맡아 일을 추진하는 방식으로 바꿔야 한다. 교과전담 시수를 줄여 교무행정전담팀을 운영하는 방안은 혁신학교를 교사들이 먼저 만들어 가기 위한 고육지책이었다.


셋째, 학교평가, 교육과정 평가, 교육과정 질 관리에 관한 내용이다. 학교평가의 대부분 내용을 교육과정 운영, 느린 학습자 지원체계, 교사들의 행정업무 경감을 통한 수업 준비 시간 확보 등으로 변화시켜야 한다. 학교장 평가, 교감 평가 내용도 마찬가지다.


넷째, 교육자치위원회와 관련된 내용이다. 마을교육공동체를 활성화하려면 현재의 주민자치위원회와 위상이 비슷한 교육자치위원회를 동, 면 단위까지 신설해야 한다.


다섯째, 부모교육과 관련된 내용이다. 결혼, 출산 전후한 예비 부모와 갓 부모가 된 이들을 대상으로 부모교육 의무화를 추진해야 한다. 의무화란 의미는 직장인들도 유급으로, 교육 참여를 보장받게 한다는 뜻이다. 부모교육을 받은 이들은 진급이나, 호봉의 인상과 연계하는 방안 마련이 필요하다.


여섯째, 도서벽지 지역 어린이 교육과 관련한 내용이다. 도서 벽지의 부족한 문화자본 문제를 푸는 방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농어촌 지역에서 삶의 터전을 잡고 살아가는 가정에는 1인당 20만 원의 기본소득을 지급하겠다는 공약이 실현된다면 농어촌 학령인구 감소의 문제를 해결하는 좋은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일곱째, 느린 학습자가 생기지 않도록 사회시스템을 짜는 내용이다. 느린 학습자 문제는 취학 전 어린이 교육의 문제를 가정교육에만 맡겨 놓으면 해결하기 어렵다. 국가가 나서서 전면적인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 기초 문해력 지원센터를 신설해 민관학 협력체제를 구축해야만 느린 학습자 문제를 획기적으로 해결할 수 있을 것이다.


여덟째 미래의 모습을 교육과정에 담는 내용이다. 기후 위기, 경쟁에서 협력으로, 민주시민교육, 안전하고 정의로운 통일 등 우리가 열고자 하는 미래의 모습을 교육과정에 담아야 한다. 유네스코의 ‘교육의 미래 2050’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아홉째, 대학을 새롭게, 대입을 새롭게 하는 내용이다. 취학 아동수 감소로 대학 구조조정은 피할 수 없다. 획기적인 방안 마련이 필요하다.


열째, 평생교육과 관련한 내용이다. 대학을 나오지 않아도, 중고등학교에서 잠시 방황한 이들도, 늦은 나이에 배우고 싶은 마음이 생긴 이들도 마음만 먹으면 제대로 배울 수 있는 평생교육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


열한 번째, 교사 양성과정을 개혁하는 내용이다. 교대, 사대 교육과정을 대폭 혁신해야 한다. 초중등 교육과정 연계성을 강화해 도 지역의 초, 중학교를 통합적으로 운영할 수 있는 교원양성 방안 마련이 필요하다.


열두 번째, 학생자치, 학생의회와 관련한 내용이다. 시군구 단위 어린이의회 신설, 청소년의회를 신설해야 한다. 한 해에 4회 정도의 회기만 운영해도 된다. 학생의회에서 결정한 내용을 시장, 교육감, 구청장 등 단체장들이 듣는, 들어야 하는 제도가 필요하다.


열세 번째, 방과후학교, 학교 돌봄 개혁과 관련한 내용이다. 이제는 학교 방과후학교를 학교 업무에서 떼어내 새로운 운영 주체를 만들어야 한다. 그래야 학교가 교육과정 운영 중심체제로 전환할 수 있다. 지자체와 교육청이 공동 출연한 재단이나 사회적협동조합이 방과후학교와 학교 돌봄을 운영하는 방안 마련이 필요하다. 사회적 경제 활성화와 학부모-학생의 프로그램 기획권 강화, 학부모회 자치 강화와 연계한 방안 마련이 필요하다.


선거는 온갖 정책들이 토론되는 축제의 장이어야 한다. 선거 기간에 교사들이 교육정책에 대해 자유롭게 토론하고 제안하고 운동하는 것이 보장되면 좋겠다. 대한민국 교육의 전환을 위한 아이디어 수준의 글이지만 토론이 이어지길 기대한다. 지면이 주어진다면 열세 가지 아이디어에 대해 이야기를 펼쳐보고 싶다.


도상열 두동초등학교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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