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중공업 중대재해는 왜 반복되는가?

특별취재팀 / 기사승인 : 2021-11-08 07:5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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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좌담(1) 현대중공업 중대재해 실태와 원인

[울산저널]특별취재팀= 세계 최대 조선소인 현대중공업은 창사 이래 지금까지 최소한 479명이 중대재해로 사망했다. 1972년 현대조선중공업주식회사가 설립되고, 조선사업을 본격 시작한 1974년부터 노동조합이 설립된 1987년까지 현대중공업에서 일하다 사망한 노동자는 회사 통계에 따르면 모두 241명이다. 이 기간에 해마다 평균 18.5명씩 목숨을 잃은 셈이다. 수출 6억불탑을 수상한 1977년 한해에만 32명이 중대재해로 사망했다. 회사 이름을 현대중공업주식회사로 바꾼 1978년엔 29명이 사망했다. 13년 동안 20명 이상 사망한 해는 절반에 가까운 6년이고, 1980년 8명, 1987년 7명 빼고는 11년 동안 해마다 꼬박 10명 이상씩 산업재해로 목숨을 잃었다.

 

현대중공업노동조합이 발행하는 소식지 <민주항해> 합본호를 통해 1988년부터 지금까지 연도별 중대재해 발생 현황을 집계해 보면 모두 206명이 산업재해로 사망했다. 여기에 노조 집계에서 빠진 회사 통계자료와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의 재해조사의견서를 합하면 이 기간 산재사망자수는 모두 238명이다. 한 해 평균 7명이 산재사망사고를 당한 셈이다. 원하청 노동자를 합쳐 한 해 10명 이상 산재로 사망한 해도 9년이나 된다.

 

노조 자료와 산업안전보건공단의 재해조사의견서에 근거해 1988년부터 2021년 10월까지 중대재해 사망자 215명의 재해 경위를 유형별로 나눠보면 떨어짐 사고가 66건으로 가장 많고, 끼임과 깔림 사고가 54건으로 두 번째로 많았다. 부딪힘, 맞음, 넘어짐 사고가 21건이었고, 화재, 폭발, 질식사, 감전사는 18명이었다. 목격자가 없거나 과로사 등으로 사망한 경우는 56건이었다.

1995년부터 현대중공업 하청노동자 산재사망사고가 통계에 잡혔다. 하청노동자 산재사망이 원청보다 많아진 2005년부터 2021년 10월까지 산재사망 원하청노동자 수를 비교하면 하청노동자가 66명으로 원청노동자 29명에 비해 2.3배 많았다.

 

지난 10월 22일 중구 성남동 밥TV 스튜디오에서 현대중공업 중대재해 실태와 원인을 주제로 전문가 좌담회가 열렸다. 현대중공업은 창사 이래 470여 명의 산재사망 사고가 일어났다. 현대중공업 노조는 중대재해를 제대로 조사하고 예방 대책을 세우기 위해 노동안전단체에 분석을 맡겼다. 김형균 금속노조 현대중공업지부 정책기획실장, 사고조사 연구팀으로 참여한 전주희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연구원, 현미향 울산산재추방운동연합 사무국장이 2시간에 걸쳐 이야기를 나눴다. 

 

▲왼쪽부터 전주희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연구원, 이종호 편집국장, 김형균 금속노조 현대중공업지부 정책기획실장, 현미향 울산산재추방운동연합 사무국장 ©특별취재팀

 

1974년 이후 최소 479명 산재사망

 

이종호 편집국장=현대중공업은 1972년 현대조선중공업 주식회사로 설립됐다. 영업을 본격 시작한 1974년부터 2021년 10월까지 우리가 확인한 바로는 해마다 중대재해 사망사고가 있었고, 집계해 보니 사망자가 최소한 479명이었다. 한 회사에서, 더구나 세계 최대 조선소라고 알려진 현대중공업에서 이렇게 엄청난 수의 사람들이 중대재해로 사망한다는 건 굉장히 심각한 문제다. 실태부터 정확히 파악할 필요가 있다. 

 

김형균 금속노조 현대중공업지부 정책기획실장=그동안 노동조합에서 창사 이래 몇 명이 중대재해로 사망했는지 <민주항해> 합본호를 통해서 통계를 내긴 했는데 이 사고들이 어떤 식으로 발생했는지 구체적인 내용을 분석하기 위해서 연구 단체에 분석을 맡겼다. 중대재해가 많이 발생했는데 노동자적 시각으로 이 문제를 분석한 경험이 별로 없고, 앞으로 노동조합이 어떻게 예방 대책을 만들어가야 할지 제대로 준비하지 못했기 때문에 연구소에 분석을 의뢰했다.

 

전주희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연구원=노동조합에서 창사 이래 470명의 중대재해 사망자에 대한 기록을 보내줬다. 그 이후에 한 분 두 분 더 사망해서 통계가 계속 바뀌고 있긴 한데 당시 자료를 기준으로 보면 정규직 원청 노동자가 382명 사망했고 하청노동자가 88명 사망했다. 하청노동자 중대재해 통계가 잡히기 시작한 1995년 이후로 보면 원청이 99명, 하청이 88명 사망했다. 위험의 외주화라고 하면 위험이 전가돼서 원청노동자는 안전하고 하청노동자는 더 위험해지는 구조인데 현대중공업은 특이하게도 위험이 해결되지 못하고 서로 떠넘겨지면서 전체적으로 위험이 다시 증식되는 구조라는 생각이 든다. 

 

2014년 이후 35건을 조사하고 있는데 이때는 좀 더 위험의 외주화 현상이 뚜렷해진다. 원청노동자 사망이 8건이고 27건이 하청노동자다. 그중에는 3차 하청까지 포함돼 있다. 원청 사망사고의 경우에도 하청과의 작업 간 연계가 미비해서 연결작업이거나 혼재작업 중에 원청노동자가 사망한 경우가 많다. 공기 단축 압박 때문에 야간작업으로 인한 사망도 있어서 원청 역시도 위험 요인에 대해 자유롭지 못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업무상 질병 사망 포함하면

중대재해 사망자 더 늘어나

 

현미향 울산산재추방운동연합 사무국장=현대중공업에서는 업무상 사고와 과로사를 통계로 내고 있는데 중대재해에는 사고도 있지만 질병 사망자도 포함된다. 질병에는 과로사뿐만 아니라 직업성 암이나 정신질환, 진폐로 인한 사망 등이 있는데 빠져 있다. 그래서 국회 환노위 의원실 통해서 질병으로 인한 사망자 현황을 5년치, 10년치 받아서 추가적으로 정리하고 있다. 2017년 중대재해 사망자는 1명으로 노조가 집계하고 있는데 진폐와 석면으로 인한 2명의 사망에 대해 근로복지공단에서 산재로 인정했다. 그래서 2017년에는 2명이 더 추가돼야 한다. 2018년에도 크롬과 직업성 암으로 2명이 사망했기 때문에 사망자가 더 추가돼야 한다. 2019년에는 3명이 산재를 인정받고 사망해서 3명이 더 추가돼야 한다. 2017, 2018, 2019년에 중대재해 사고로 인한 사망자는 각각 1명이었지만 질병까지 합치면 2017년에 3명, 2018년에 3명, 2019년에 4명 이렇게 늘어난다. 업무상 질병으로 인한 사망자 현황들도 포함되면 479명보다 굉장히 많이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호황기 때 중대재해 사망자 더 많아

 

조선산업 호황기와 불황기 때 중대재해 발생은 어떤 차이가 있는지 보면 호황기를 누린 시기가 1995년부터 2007년까지인데 그 시기에는 한 해 평균 중대재해 사망자가 10명이 넘어간다. 1996년에는 한 해에만 18명이 사망했다. 이 시기에 과로사로 인한 사망도 굉장히 높은 수치를 보인다. 호황기 때 중대재해가 빈발하고 있다는 걸 확인할 수 있다. 반면에 2015년부터 2018년까지 구조조정이 진행되던 시기를 보면 2016년에 12명 사망한 것을 빼면 2015년에 3명, 2017년 1명, 2018년 1명 이런 식으로 중대재해 발생이 줄어드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반면에 수주가 늘어나고 구조조정이 완료되고 다시 현장에서 하청노동자들 고용이 증가하고 있는 2020년부터 중대재해가 늘고 있다. 

 

하청노동자들은 1차 업체 본공 노동자가 있고 물량팀 노동자가 있다. 작년부터 현대중공업에서 물량팀을 합법화한다고 하면서 단기계약업체를 만드는 방식으로 하고 있는데 여전히 1차 업체와 단기계약업체의 20~30%는 물량팀 노동자다. 올해 2명의 단기계약업체 노동자 중대재해가 발생했다. 물량팀 노동자가 그동안 굉장히 문제가 되니까 지금은 변형된 형태로 단기계약업체 하청노동자 중대재해로 다시 넘어가고 있는 특징이 있다.

 

▲고용노동부는 2021년 5월 17일부터 28일까지 산재사망 사고가 일어난 현대중공업에 대한 특별감독을 실시했다. 금속노조 현대중공업지부 제공.

 

이동 많은 하청노동자 사고 위험 높아

 

김형균=사고가 반복되는 이유는 중대재해가 발생하고 난 이후에 잠깐 반짝 조심하다가 다시 또 느슨해지고, 특히 최근에 하청이 굉장히 늘어났는데 하청노동자들은 현장을 많이 이동하고 업체를 이동하고 그래서 자꾸 새로운 작업장, 새로운 환경에서 일하다 보니까 위험한 상황을 제대로 인지하기 어려운 위치에 있다. 현대미포조선의 하청노동자 비율이 현대중공업보다 많다. 미포조선은 야드가 좁아서 하청노동자들이 일하고 있는 구역이 정해져 있다. 하청업체 이동도 많지 않을 뿐만 아니라 작업장 이동도 크지 않아서 작업장에 대한 익숙함이 많다. 반면에 현대중공업은 엄청 많이 이동한다. 물량에 따라서 이동하고 작업장도 대단히 넓기 때문에 하청노동자들이 생소한 환경에서 작업하고 있고 충분한 안전교육을 받거나 관리자들이 안전관리를 철저히 한다거나 하는 조건이 갖춰지지 않기 때문에 늘 같은 사고들이 반복되고 있다. 현대중공업 회사에서는 관리를 잘하면 막을 수 있다고 하지만 그 관리라는 게 결국 생산관리인데 생산관리 측면에서 보면 하청업체에서는 빨리 물량을 처리해서 이익을 내야 하기 때문에 안전보다는 생산 위주의 작업을 할 수밖에 없는 구조적인 문제가 있다. 하청노동자들은 안전교육을 받는다고 하지만 중대재해가 발생할 때마다 교육을 제대로 했는지 안 했는지 조사해보면 가짜로 사인해서 제대로 안전교육을 진행하지 않았다는 것이 매번 드러나고 있다. 반면에 정규직의 경우에는 노동조합에서 교육을 철저히 하고 있고 조합원들의 안전의식이 높아져 있어서 안전 규칙이 비교적 잘 지켜지고 있다. 그런 차이에서 사고들이 반복되고 있다고 생각한다.

 

추락, 끼임, 깔림 사고 57%

기본 안전 조치 안 이뤄져

 

현미향=현대중공업지부가 준 471명 통계를 재해유형별로 분석해봤다. 추락사고가 전체 사고의 30% 정도 발생하고, 다음에 끼임사고가 14%, 깔림사고가 13%다. 이 세 가지 재해 유형만 합쳐도 57%다. 추락, 끼임, 깔림은 가장 기본적인 안전 조치들을 했을 때 예방이 가능한 재해들이다. 그런데 이게 계속 반복해서 발생하고 있다는 것은 가장 기본적인 안전 조치가 현대중공업에서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걸 간접적으로 알 수 있게 해주는 통계라고 볼 수 있다. 

 

9월 27일 울산지방법원에서 2019년 9월부터 2020년 5월까지 중대재해 5건, 그리고 이 기간에 노동부가 정기랑 특별감독을 3번 했는데 산안법 위반으로 635건을 적발했다. 그 건에 대해서 한영석 현대중공업 대표이사를 포함해 16명이 기소돼 공판을 시작했다. 범죄일람표를 보면 기본적인 안전망과 추락방어망 같은 아주 기본적인 산안법의 안전 조치가 여전히 현장에서 준수되고 있지 못하다는 게 첫 번째 짚어 봐야 할 지점이다. 올해 발생한 중대재해 4건에서도 아주 명확하게 확인된다. 2월에 곡블록이 떨어지면서 정규직 노동자가 협착돼서 사망한 건은 자기 작업을 마치고 다른 작업을 하러 이동 중이었는데 통로가 명확하게 구분돼 있었으면 사고가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다. 아니면 크레인으로 중량물을 이동하는 작업을 할 때 출입금지를 해서 노동자들이 그 아래로 들어가지 않게 했다면 예방할 수 있었는데 이것도 안 된 거다. 그 다음에 중량물이 넘어지거나 미끄러지는 걸 막는 전도 방지 조치도 안 됐다. 사실 통로라든지 출입금지 조치나 전도 방지 조치는 산안법의 가장 기본적인 조치들인데 그냥 셋 중에 하나라도 됐으면 예방이 가능한데 하나도 안 된 거다. 그 다음 가장 최근 사고인 9월 30일에 굴착기 끼임사고도 보면 유도자를 배치하거나 아예 작업자들의 출입금지를 시켜서 조치를 했다면 사고를 예방할 수 있었고, 여기도 작업을 마치고 휴게공간으로 가는 노동자의 통로가 없었다. 이런 부분들을 보면 현대중공업에는 지금도 가장 기본적인 안전조치들이 여전히 사각지대가 많다는 게 확인이 되는 거다. 

 

노동부 작업중지명령, 특별감독 한계

 

두 번째는 중대재해가 발생하면 노동부에서 들어와서 작업중지명령을 내리게 되는데 노동부가 작업중지명령을 사고가 난 그 작업장이나 기계에 대해서만 일단 내린다. 그러면 현대중공업지부나 중대재해운동본부에서 가서 항의를 막 한다. 그러면 유사작업이나 동종작업에 대해서 작업중지가 확대된다. 거기서 끝이다. 현대중공업은 추락사고가 발생하면 전 사업장에 추락사고 위험이 있기 때문에 전체를 세우고 점검하고 개선계획을 내고 그 다음에 작업중지를 풀어라고 하지만 노동부는 절대 그렇게 안 한다. 회사는 작업중지가 들어왔을 때 굉장히 압박을 느끼는데 노동부의 작업중지는 굉장히 제한적이라는 거다. 그렇게 노동부가 하는 데는 이유가 있다. 왜냐면 산업안전보건법에 화재폭발사고, 아니면 주변으로 중대재해 영향이 나타날 수 있는 사고에 대해서만 전 사업장에 대한 작업중지를 할 수 있게끔 법이 제한을 해놨기 때문에 감독관들이 그 이상을 못 한다. 그래서 노동부의 작업중지명령이나 산업안전보건법에 작업중지에 대한 협소한 규정 때문에 작업중지 했을 때 사업주가 압박을 받아야 하는데 일부 정도는 받겠지만 굉장히 예민하게 받아들이지 않는 거다. 그 다음에 노동부에서 현대중공업 특별감독 들어갔는데 감독하던 중에 사고가 나고, 감독하고 다음날 또 중대재해가 나고 이런 것들이 왜 그러냐, 시민이나 언론에서 되게 궁금해 한다. 특별감독을 들어갔는데 왜 그런 사고가 나냐. 현장의 얘기를 들어보면 노동부 특별감독이 진행되는 일정에 따라서 특별감독팀이 들어가는 곳은 표준작업을 준수한다. 옆에서는 혼재작업이 되고 인원이 부족한 상태에서 일하고 난리가 나지만 특별감독팀이 들어가는 코스에는 표준작업을 하는 거다. 청소도 하고 인원도 충분히 넣고 공간도 충분히 확보하고 보여주기식으로 하고, 노동부는 들어가면 그런 곳만 보고 나오기 때문에 감독 효과가 없다. 그래서 얘기하고 싶은 것은 노동부의 작업중지명령이나 특별감독이 굉장히 한계가 있는 상태에서 지금 진행되고 있다는 것이다.

 

검찰 솜방망이 처벌이 사고 반복 원인

 

이번에 공판이 열리는데 중대재해 5건이 그 시기에 발생했는데 빅도어 사고는 전원 무혐의 처리를 검찰이 해줬다. 그리고 4건에 대해서는 한형석 대표이사는 불기소됐다. 불기소 이유는 현대중공업의 안전관리보건 규정에 사업부의 안전관리 총괄책임은 사업부 대표에게 있지 전체 현대중공업 대표에게 있다고 규정돼 있지 않다는 거였고, 그 다음에 한형석 대표이사가 현장노동자들에게 직접적인 주의 의무를 갖고 있지 않다고 봐서 검찰이 중대재해 4건에 대해서 전부 불기소했다. 그래서 공판이 열리니까 한형석 대표이사가 공판 첫날 자기는 635건 산안법 위반 전부 인정한다, 그러니 재판이 길어질 거니까 자기 것만 따로 분리해서 빨리 신속하게 종결해달라고 주장했고 재판부가 받아줬다. 받아주자마자 공판 열린 첫날 검찰이 한형석 대표이사에게 산안법 635건 위반으로 벌금 2000만 원을 구형했다. 한형석 대표이사는 재판이 이제 시작돼서 적어도 5~6개월은 갈 텐데 그 기간에 법원에 오지 않아도 되고 마지막 선고할 때 와도 되게 됐다. 그리고 검찰 구형이 2000만 원이기 때문에 벌금형으로 빠져나갈 가능성이 굉장히 높은 상태다. 우리가 봤을 때 중대재해가 반복되는 중대한 이유 중의 하나는 검찰의 솜방망이 처벌이다. 우리가 그것 때문에 일부러 노동부에 가서 확인도 했다. 노동부가 중대재해 5건을 조사했고 현대중공업지부가 중대재해 5건에 대해서 고발장을 다 접수했기 때문에 고발인조사를 다한 노동부의 의견은 당연히 한형석 대표이사를 포함해서 전원 산안법 위반으로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는 거다. 자기들은 의견을 넣었고 검찰이 기소를 안 한 거기 때문에 그건 검찰 가서 따지라는 거다. 이게 2019년 9월부터 2020년 5월까지 사건인데 개정 산업안전보건법이 적용되지도 않았고 중대재해처벌법이 아직 시행 전이기 때문에 적용되는 시기는 아니지만 5건의 중대재해가 발생했는데 대표이사에게 검찰 구형 2000만 원으로 되는 건 검찰의 솜방망이 처벌이 사업주들에게 굉장히 강력한 보호 방법이 되고 있고, 중대재해 문제를 못 풀게 하고 반복시키는 데 굉장히 중요한 원인이라고 본다. 

 

마지막으로 고용구조와 연계해서 보면 조선사업장은 그 자체로 위험한데 거기에서 또 위험작업을 직접 수행하는 하청노동자들이 많다. 굉장히 많은 수가 위험작업을 하고 있다. 그 하청노동자들도 하도급 관계에서 보면 재하도급이나 물량팀, 단기계약업체 노동자들이다 보니 그 안에서는 안전관리가 작동이 안 된다. 그러다 보니 위험작업을 하는데 안전관리는 없고 빨리빨리 공기 맞추기 위해서 주어진 물량 쳐내려고 하다 보니 중대재해가 빈발한다. 이렇게 크게 4가지 정도로 사고가 반복되는 원인을 짚어 보고 싶다.

 

표준작업지도서 부실 작성

 

전주희=위험이 드러나지 않기 때문에 사고가 반복되는 거다. 위험은 사고가 일어날 가능성이다. 사고가 일어나기 전에 위험이 드러났다면 사고로 이어지지 않을 가능성이 점점 높아지는 거다. 그렇기 때문에 적극적으로 위험이 드러나는 시스템이 돼야 하는데 현대중공업의 경우에는 위험을 적극적으로 드러내지 않는 구조인 것 같다. 위험을 사전에 예방할 수 있는 것은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을만한 아차사고라든지 작은 사고들에 대해서 민감하게 반응하는 조직의 반응력을 높이는 게 있고, 또 하나는 작업공정들이 있는데 어떤 작업형태로, 어떤 도구를 사용해서 어떤 시간 동안 어떤 절차를 거쳐서 작업해야 하는지 매우 세부적인 정리가 돼 있어야 한다. 이것을 표준작업지도서로 정리하고 있다. 현대중공업도 그것이 있다. 우리가 중대재해 사고가 발생한 해당 공정의 표준작업지도서를 봤을 때 굉장히 놀랐던 건 표준작업지도서가 너무 부실하게 만들어졌다는 거다. 에이4 한 장에 표준작업지도서상의 공정과 거기에 따른 위험성과 위험성을 예방하기 위한 2인 1조 작업을 해야 한다든지 이런 조치들이 나열됐는데 여러 개의 작업이 한꺼번에 들어가 있다. 하나의 작업에 대해서 한 페이지에 들어가도 모자랄 판에 굉장히 형식적으로 이뤄지고 있는 것이다. 공정이 세분화되지 못하다 보니까 그에 따른 위험성도 당연히 부실하게 기록이 되는 것이다. 

 

표준작업지도서상에 등록돼 있지 않은 공정도 많다. 이것은 놀라운 건데 예전부터 해오던 작업인데 그 공정이 등록돼 있지 않다. 그렇게 되니까 그 공정의 위험성을 인지하지 않은 채로 작업이 이뤄지는 거다. 표준작업지도서에 따라서 일일작업계획서를 작성하고 직장이나 반장, 팀장 라인에서 그날 그날의 작업을 노동자들에게 지시하고 위험성에 대한 인지까지 같이 하게 돼 있다. 어떤 작업은 밀폐 작업이기 때문에 산소 측정을 먼저 하고 들어가야 한다거나 2인 1조 작업이라거나 등등의 주의 조치를 함께 하고 작업에 파견되게 돼 있다. 2016년 모스 분사 이후에 발생한 사고인데 3월부터 작업이 시작되고 있었는데 표준작업지도서에 해당 공정이 6월에 기재돼 있다. 그러니까 3개월 동안 그 공정은 거의 그림자 공정이 된 거다. 그래서 이 공정이 도대체 어떤 수준에서 작업이 이뤄졌는지 알 수 없는 거다. 그냥 현장에서 즉자적으로 대응하는 수준에서 작업이 이뤄졌다. 9월에 사망사고가 발생했는데 9월에 발생한 사망사고에 대한 위험성도 제대로 평가가 안 돼 있다. 기본적인 조치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했을 때 그걸 안전보건 시스템의 차원에서 되짚어 보면 첫 번째, 표준작업지도서에 공정과 위험성에 대한 것들을 얼마나 정확하고 자세하게 기술하고 있는가, 그리고 그것이 현장에 실질적인 안전으로 적용되고 있는가가 두 번째 평가 지점이다. 둘 다가 되고 있는데도 사고가 발생한다면 그 원인은 무엇인가 이렇게 봐야 하는데 첫 번째부터 걸린다는 거다. 그래서 현대중공업 위험이 구조화돼 있다고 얘기할 수 있다. 분명히 해결 가능한 위험이 너무나 많은데 마치 중공업은 원래 위험한 작업이 많다라고 하는 인식을 공고화시키고 고착화시는 일종의 이데올로기로 작용하게 되는 거다. 해결되지 않으니까 해결 불가능한 위험이라고 거꾸로 인식하게 되는 거다. 그런 면에서 노동자들의 안전 불감증을 지적할 수 있는데 그것은 ‘해결 불가능하니까 어쩔 수 없어’라고 하는 것에 대한 내면화된 결과라고 할 수 있다. 그래서 구조적인 차원에서 전체적으로 되짚어 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경직된 노사 문화 악영향

소통되지 않는 안전 정보

 

두 번째는 위험이 드러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소통되지 않는 건데 기업과 노동조합과의 관계를 이야기하지 않을 수가 없다. 노동조합과 기업이 어떤 국면에서 굉장히 적대적이고 갈등적이라고 할지라도 안전 문제에 대해서는 서로 협력하고 보조해야 할 위치에 있는데 전혀 그렇게 되지 않고 여전히 경직된 노사 문화가 안전 문제까지도 영향을 미친다는 생각이 들었다. 노동조합이 반드시 알아야 하고 또 소통해야 될 위험과 관련된 정보들이 정보들이 전혀 소통되지 못하고 기본적인 정보조차 제공받지 못하고 자료를 요청하더라도 굉장히 까다롭게, 어렵게 자료를 받아야 하는 수준이어서 놀랐고, 심지어 내가 놀랐던 건 산재조사표를 노동조합이 직접 받지 못한다는 거에 굉장히 놀랐다. 어떻게 이런 지경까지 와 있나 이런 생각이 들고 안전 문제에서만큼은 현장의 노동자 참여가 굉장히 관건이기 때문에 기업에서 전향적으로 정보에 대한 소통이나 교류를 적극적으로 해야 하는 것 아니냐라는 생각이 든다.

 

세 번째는 위험에 참여하지 못하는 문제다. 위험성 평가 규정을 보면 원청이 하청업체의 위험성까지 평가하도록 돼 있고 수시로 위험성 평가를 하게 돼 있는데 예를 들어 중대재해 뿐만 아니라 아차사고가 발생해도 위험성 평가에 적극적으로 반영하도록 돼 있다. 만약에 수많은 아차사고상에서 일어난 위험들을 적극적으로 민감하게 반응해서 위험성 평가가 제대로 이뤄지게 했다면 중대재해를 막아낼 수 있는 시스템의 기본은 구축됐을 것 같은데 전혀 그래 보이진 않았다. 노동자나 현장 작업자들이 위험에 적극적으로 참여하지 못하는 구조가 가장 큰 문제로 생각이 든다. 두 번째 참여를 못하는 분들이 부서장, 과장, 팀장이나 사내협력사 대표, 소장, 반장 등 오히려 관리감독자나 현장감독자 라인이라고 얘기하는데 실제로 이 분들이 안전에 대해서 얼마만큼의 문제의식을 가지고 참여하고 있는가 하는 부분은 괄호가 쳐져 있다고 생각한다. 예를 들어 안전페트롤이 움직여지고 안전 감시자가 있고 노동조합이 현장을 돌면서 작업중지권을 발동하고 있다고 하더라도 가장 기본적으로 현장에 작업을 지시하는 반장이나 직장들이 어떤 부분에서 위험한 작업들이 있으니 이 부분들을 주의하고 위험에 대한 어떤 조치를 취한 후에 작업을 해야 한다는 것들이 확고하게 서 있지 않으면 생산에서의 위험은 굉장히 해결되기 어렵다. 그런데 이 부분이 굉장히 지금 소통이 안 되고 있다. 이것은 사실 경영상의 문제다. 안전보건 시스템을 넘어서 안전경영을 하겠다고 현대중공업이 패러다임을 전환하겠다고 하고 있는데 안전경영이라고 하면 직접적인 생산라인들이 안전에 대한 문제의식과 실천을 얼마나 할 것이냐 문제인데 이 부분이 지금 전혀 해결되고 있지 않다는 거다. 그러면서 안전경영이라고 하는 게 실질적으로 얼마만큼 이뤄지고 있는지 문제라고 생각한다.(다음 호에 계속)

 

특별취재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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