찔레꽃 전설

서민태 울산저널 대표 시민기자 / 기사승인 : 2021-05-10 00:0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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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

국토교통부는 지난 2월 ‘3080+대도시권 주택공급방안’에 대한 후속 조치로 울산 선바위지구 183만㎡에 1만5000가구의 주택을 공급한다고 밝혔다. 우리나라의 공공택지 개발은 가치의 유무를 따져 보존할 것과 안 할 것을 따로 분류해서 개발하는 것이 아니라 한꺼번에 뒤집어엎어 완전히 다른 세상을 만들기에 추억 속의 마을 모습이나 과거 조상들의 삶의 흔적을 전혀 찾아볼 수가 없는 안타까움이 있다. 이번에 개발되는 선바위지구의 가운데 있는 마을이 입암(立岩:선바위)마을이다. 이 마을에는 학암 이관술 선생의 생가가 있다. 이 생가가 흔적 없이 사라질 위기에 놓였다. 


학암 이관술 선생은 1929년 동덕여고로 첫 발령을 받아 교사가 됐다. 1930년 1월 광주학생독립운동의 영향으로 동덕여고 학생들도 시위에 참가하는 모습을 지켜본 후, 독서회를 만들어 지도하면서 본격적인 사회주의운동에 투신한다. 교사를 그만둔 후 항일혁명 운동에 전념해 거물급 노동운동가로서 서울을 중심으로 활동하다 해방을 맞았다. 해방 직후 1945년 12월 <선구>라는 잡지에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가장 양심적이고 역량 있는 정치지도자로 여운형, 이승만, 김구, 박헌영에 이어 5위에 선정된 훌륭한 분이다. 해방 후 조선공산당 재정부장을 맡아 건국 활동 중에 미군정이 조작한 ‘정판사 위폐사건’으로 무기징역형을 선고받아 복역하던 중 한국전쟁이 일어나자 1950년 7월 3일 대전형무소 인근 골령골에 끌려가 재판도 없이 처형됐다. 참으로 허무하게 훌륭한 인재를 잃었다. 위대한 혁명가인 이관술 선생은 빨갱이라는 주홍글씨로 인해 지금까지 서훈이 없다. 미국이 주도해 남북이 분단됐고 한민족이 분열되면서 새겨진 주홍글씨가 ‘빨갱이’다. 그걸 정당화한 법이 ‘국가보안법’이고, 남북은 그렇게 멀어져 갔다. 


울산에 이관술 선생이 광주학생독립운동의 영향을 받아 사회주의 활동을 했다면, 광주의 장재성 선생은 광주학생독립운동을 직접 지도했다. 1928년 광주고보 학생 이경재가 ‘일본타도’라는 유인물을 만들었다가 제적당하면서 이에 반발한 학생들이 동맹휴학을 결의하고 투쟁할 때 장재성은 학생들을 지원했다. 해방 정국에서 1945년 9월 전남 건국준비위원회 조직부장을 맡았다. 1946년 2월 민주주의민족전선 결성대회에 전남 대표로 참석했으며 그 후 세 차례 이북을 왕래했다는 이유로 1948년 11월 검거돼 국가보안법 위반으로 징역 7년형을 선고받았다. 아이러니한 것은 국가보안법은 1948년 12월 1일 제정됐는데 소급입법 금지의 원칙을 어기고 법 제정 이전의 행적을 문제 삼아 처벌한 것이다. 장재성 선생은 광주형무소에서 복역 중 1950년 7월 5일 재판도 없이 처형됐다. 이낙연 전 총리도 2019년 11월 3일 광주학생독립운동 기념식에서 “광주학생독립운동의 주역이 장재성 선생”이라고 말한 바 있다. 그런 장재성 선생도 이관술 선생과 마찬가지로 아직 서훈이 없다.


지금 전국적으로 국가보안법 폐지 운동이 펼쳐지고 있다. 국가보안법은 부모 형제를 부정하고 같은 민족을 배신하게 만든다. 마치 일제강점기 때 교사들이 조선인 학생들끼리 서로 뺨을 때리게 하는 체벌처럼 국가보안법은 우리 민족끼리 서로 싸움을 시켜 적대감을 키운다. 싸움을 부추기는 자가 바로 미국이라는 나라가 아니겠는가! 이번에 반드시 국가보안법을 폐지해야 한다. 참으로 부끄럽고 부끄럽다. 국가보안법은 어떤 논리로도 설명될 수 없는 반민족 반통일 악법이다. 


울산 선바위지구 택지개발계획 속에 이관술 선생의 기념관 건립 계획은 꼭 있어야 한다. 기념관에는 빨갱이로 몰려 피해를 입은 사람들을 기억하는 자리도 마련해야 한다. 국가보안법은 독립운동을 하면 삼대를 망하게 하는 악법 중의 악법임을 후손들이 알아야 한다. 대한민국은 국가폭력으로 희생된 분들께 진심 어린 사죄를 해야 한다. 


5월 들판에는 찔레꽃 향기가 그윽하다. 찔레꽃 전설처럼 당시 나라를 지키지 못한 국가(남자)의 잘못으로 인해 몽고로 끌려가 돌아온 여자들을 화냥년으로 몰아 두 번 죽게 한 것과 목숨 바쳐 독립운동을 한 수많은 애국자를 빨갱이로 몰아 죽이는 애달픈 한들이 찔레꽃 향기처럼 너무 슬프다. 장사익의 ‘찔레꽃’ 노래를 듣는다. 부끄러운 짓을 하고 나중에 후회하는 일은 이제 그만하자.

 

서민태 울산저널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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