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난감 휴대폰

노재용 삼일여고 교사 / 기사승인 : 2021-04-20 00:0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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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 톺아보기

군대에 간 아들이 4월 말에 휴가를 나온다고 연락이 왔다. 작년 11월에 입대해 면회도, 휴가도 안 됐는데 반가운 소식이었다. 오늘은 아들이 어렸을 때 있었던 이야기를 몇 줄 적어보고자 한다. 


아이가 한 다섯 살 때의 일이다. 어느 날 저녁 아이는 자기 옷이 없어졌다고 찾았다.


아들: “엄마, 여기 있던 내 옷 다 어디 갔어?”


엄마: “작아서 재활용하는 데 다 버렸어.”


엄마의 대답을 들은 아이는 갑자기 큰 소리로 울면서 나에게 왔다. 그리고는 울고 화를 내면서 다짜고짜 못 알아들을 말을 하는 것이었다. 난 깜짝 놀라 왜 그러느냐고 물었다. 하지만 아이의 울음은 그칠 줄 모르고 두 손으로 내 배를 번갈아 가며 치는 게 아닌가? 어떻게 된 건지 아내에게 물으니 자기가 아이 옷을 버렸다고 하니 아이가 저렇게 울고 있다는 것이었다. 옷을 버린 것은 아이 엄마인데 왜 내게 와서 울고불고 하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그칠 줄 모르는 아이의 울음 중간중간 겨우 알아들을 수 있는 단어가 하나 있었다. “휴대폰...” “엉엉, 그건 내 거란 말이야, 엉엉.”


‘휴대폰’이란 말을 듣자 몇 달 전 일이 생각났다. 아이와 가게에 간 적이 있었다. 볼일을 보고 가게를 나오는데 입구에 장난감 휴대폰이 있었다. 아이가 그것을 집어 들고 가려고 했다. 나는 “자기 물건이 아니면 들고 가면 안 된다, 어떤 애가 놀다가 여기 놔두고 간 모양인데 그냥 놔둬라.” 했다. 그런데 아이는 자기 것이라고 우기는 것이었다. 그래서 나는 화를 버럭 내면서 “남의 것에 손을 대면 나쁜 사람이야.”하고 아이의 손을 이끌고 집으로 왔다. 아이는 내 손에 이끌려 집으로 오면서도 줄곧 뒤돌아보며 눈물을 글썽였다. 아이가 집에서 장난감 휴대폰을 가지고 논 적이 있길래 혹시나 하고 아이의 것을 찾아보았다. 그러나 어디에도 없었다. 조금 전 장난감 휴대폰이 내 아이 휴대폰이었던 것이다. 아이를 달래고 야단을 치며 집에 왔는데…


아이는 엄마가 자기 옷을 버렸다는 말을 듣고 몇 달 전 일을 떠올리며 울분과 설움에 울음을 터뜨렸던 것이다. 자초지종을 따지지 않고 내 생각으로만 단정 지었던 것이 아이의 가슴에 상처로 남았던 것이다. 이 일을 계기로 무조건 아이를 나무라고 야단치는 것은 조심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전후 사정을 들어보고 아이에게 마음의 상처를 주지 않는 게 아이를 바르게 키우는 게 아닐까 생각했다. 


아이의 일을 겪으며 눈에 보이는 것이 다가 아니라는 생각을 늘 하며 눈에 보이지 않는 이면을 보려고 노력한다. 학생들을 대할 때도 마찬가지다. 물론 쉬운 일은 아니다. 우리는 당장 눈앞에 벌어지고 있는 일에 초점을 두니까.


아들은 이 일을 잊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어렸을 적 일이니 아마 기억하지 못할 것이다. 그래도 한번 물어봐야겠다.


노재용 삼일여고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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