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나리와 친구들 이야기

권춘봉 이학박사 / 기사승인 : 2021-05-10 00:0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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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 속의 자연과학

영화 <미나리>가 유명해진 틈을 타 생활 속에서 만날 수 있는 미나리와 ‘미나리’가 들어간 식물을 소개해 보고자 한다. 울산 일대도 미나리와 깊은 관련이 있다. 조선시대부터 임금님께 올리던 진상품이 바로 ‘언양 미나리’다. 범서 선바위에는 미나리 재배단지도 있고, 두동 율림 일대에는 야생으로 자라는 ‘돌미나리’도 흔하다(사진 1, 2).

 

▲ 사진1: 두동 율림에 자생하는 돌미나리.

 

▲ 사진2: 자생하는 돌미나리의 줄기를 이용해 밭을 만든 미나리꽝.

식물학에서 ‘미나리’가 들어가는 식물은 미나리아재비와 미나리냉이가 있다. 식물분류체계를 살펴보면 미나리는 미나리목(order), 미나리과(family), 미나리냉이는 양귀비목 겨자과(십자화과), 미나리아재비는 미나리아재비목 미나리아재비과로 분류된다. 이들은 목 수준에서 이미 다른 식물들이다. 이들의 공통점은 꽃과 열매가 있고, 떡잎이 2장인 쌍떡잎식물이라는 것이다. 산과 들에 습기가 있는 풀밭에서 자라는 여러해살이풀이라는 것도 공통점이다. 그러나 각각은 다른 식물이므로 그 특징을 알아보고자 한다. 


첫째, 미나리는 둥근 줄기에 속이 비어있다. 줄기에 어긋난 잎이 있다. 작은 잎은 달걀형이고 가장자리가 톱니 모양이다. 꽃은 7~9월에 피고 잎과 마주나는 꽃대 끝에 여러 개의 꽃이 방사형으로 달린 산형꽃차례 모양의 자잘한 흰색 꽃이 핀다. 영화 <미나리>에서처럼, 씨로 번식하지만, 땅속으로 길게 뻗는 줄기마디에서 새싹이 돋아 번식하기도 해 가을에 미나리를 잘라 논에 뿌리면 겨울 동안 새순이 난다(사진 3; 송, 문, 2003).

 

▲ 사진3: 미나리 표본(출처: 국립생물자원관)

둘째, 미나리냉이는 미나리와 비슷한 생김새이고 냉이 맛이 난다. 미나리냉이는 줄기가 40~70㎝ 정도 자라고 윗부분에서 가지가 갈라진다. 전체가 부드러운 털이 있다. 줄기에 어긋나는 잎은 다시 5~6개의 작은 잎으로 갈린다. 작은 잎은 길쭉한 달걀형이며 끝이 뾰족하고 가장자리에 고르지 않은 톱니가 있다. 흰색의 꽃은 4~6월에 피며 가지 끝에 하나하나의 꽃이 짧은 꽃자루에 달려 무리져 피는 총상꽃차례로 핀다. 미나리냉이도 미나리처럼 종자와 줄기마디로 번식한다(사진 4; 송, 문, 2003).

 

▲ 사진4: 미나리냉이 표본(출처: 국립생물자원관)

셋째는 미나리아재비다. 왜 미나리아재비일까? 생물에서 ‘아재비’는 아저씨의 낮춤말로 호명된 식물과 유사하다는 뜻이다. 자칫 미나리아재비는 미나리와 닮았다고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미나리와 미나리아재비는 이미 목 수준에서 꽤 먼 사이이며 형태적으로 닮거나 유사한 면이 보이지 않는다. 왜냐하면 미나리아재비는 일단 독초로서 식용인 미나리와 차이가 있다. 미나리는 털이 없는 반면, 미나리아재비는 줄기 전체에 부드러운 털이 나 있다. 뿌리에서 잎자루가 길게 나오고 잎은 둥근 오각형이며 잎이 3갈래로 깊게 갈라지는 점도 미나리와 다르다. 노란 꽃이 작은 잎줄기에 1개씩 달리는 점도 미나리와 매우 다른 점이다(사진 5). 

 

▲ 사진5: 미나리아재비 표본(출처: 국립생물자원관)

<한국식물명의 유래>(이우철, 2005)에서는 아재비를 ‘아이를 잡다’라는 뜻의 ‘아잽이’가 변한 것으로 독성이 있는 미나리아재비를 잘못 먹어 아이들이 생명을 잃었다는 뜻으로 보기도 한다. 그러나, 이미 1873년 조선 후기에 작성된 한의서 <녹효방>에 미나리아재비를 ‘미나리아ㅈ.ㅣ비’로 쓰고 근숙(芹菽)이라고 병기했다. 여기서 숙(菽)은 콩, 콩잎의 뜻이지만 아재비 숙(叔)과 동자로 사용하기도 해, 근숙은 미나리의 아재비(아저씨)라는 의미를 이미 갖고 있었다(푸른솔의 식물 이야기). 


세계적으로 통용되는 미나리아재비의 생물학적 이름, 즉 학명은 Ranunculus japonicus Thunb.이다. 학명이 국내에서 사용되기 전부터 선조들은 식물을 인식했음이 당연하다. 당연하나 과학적 분류방법과 전통적 분류방식은 차이가 있다는 점에서 미나리아재비 이름의 유래를 찾아보자. 전통적인 분류방식은 사람이 식물을 사용하는 용도에 따른 것이다. 이는 서로 다른 종이라도 사람이 식물을 사용하는 용도가 같은 경우, 같은 식물로 인식했다는 뜻이다. <물명고> (유희, 1824년 추정)에서는 미나리아재비를 털이 있는 초약이라는 뜻으로 ‘모랑(毛莨)’이라고 기록하고 있다. 전통적 인식방법에 따른 모랑에는 어린잎이 겹잎이고 미나리와 함께 자라면서 어린잎을 식용했던 것으로 생김새가 닮았지만 털이 많아 다른 것으로 구별된 식물들이었을 것이다. 현대 종 분류에서 미나리아재비 속(Genus Ranu nculus)에 속하는 미나리아재비(Ranunculus japonicus), 왜젓가락나물(R. quelpaertensis), 젓가락나물(R. chinensis), 털개구리미나리(R. cantoniensis)가 그에 해당한다(푸른솔의 식물 이야기). 이로써 현재의 미나리아재비는 미나리와 다른 종이며, 유사한 점이 없지만, 고전적 생물 인식에서 미나리아재비와 유사한 식물들이 미나리의 어린잎 모양과 서식지가 같으나 줄기에 털이 있어 미나리아재비라고 칭했을 것이라고 유추할 수 있다.

※ 참고문헌
송기엽, 윤주복, 2003. <야생화 쉽게 찾기>. 진선출판사, P.607.
이우철, 2005. <한국식물명의 유래>. 일조각, P.726.
푸른솔의 식물 이야기, 2019.
미나리아재비의 이름 유래기
(http://www.indica.or.kr/xe/flo
wer_story/9152533)

 

권춘봉 이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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