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번에 갔던 그 산, 봄날의 달음산

노진경 시민 시민기자 / 기사승인 : 2021-04-19 00:0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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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 산행

최근 함께 일하게 된 동료와 산으로 향하기로 했다. 그림을 그리고 디자인 작업을 하는 그녀는 용모가 언제나 어딘지 모르게 특이하면서 감각적이었다. 항상 반쯤은 등산복 차림에 항상 거의 똑같은 옷을 입고 다니는 필자와는 너무 다른 종류의 사람이었다. 피부가 하얗고 여린 느낌이 드는 그이가 산을 좋아하리라곤 상상도 못했다. 

 

한 날 식사를 같이하며, 산에 대한 이야기를 하다가 문득 산행을 함께 가고 싶다기에 빈말이겠거니 넘겼다. 산하에 진달래가 피고 질 때쯤 “아, 산에 가야하는데…”라고 했더니 같이 가자 거듭 이야기한다. 진심일까 반신반의하며 산행 약속을 잡았다. 


약속 당일 아침까지도 어디로 갈지 정하지 않았다. 그날의 날씨와 기분에 따라 마음 가는 데로 발길을 맞을 참이었다. 봄비가 오고 난 다음 날 봄볕이 좋다. 하늘은 청명하다. 탁 트인 경치가 떠오르는 날이었다. 신불산상벌을 떠올렸으나 아직 산행이 막 시작인 이에게는 고행길이 될 수 있을 듯해 달음산을 떠올렸다. 바다 조망과 약간은 가파른 길을 설명하며, 달음산으로 가자 한다. 동행하는 이는 마음에 걸리는 바 없이 흔쾌히 수긍해준다. 


차로 옥정사까지 가는 길, 창안으로 들어오는 바람결이 보드랍다. 여기저기 벚꽃이 만발해 낭만이 넘친다. 산머리에 들었다. 싱그러운 신록이 산을 타고 오르는 게 참 좋다. 그 신록 사이로 여기저기 분홍빛이 완연하다. 산에서 내려오는 물소리를 들으며 좁다란 오솔길을 걷는다. 

 

▲ 옥정사에 벚꽃이 만발했다.

 

얼마 올라가니 길가에 진달래가 여기저기 펴있다. 슬그머니 하나를 따서 입에 집어넣는다. 산우도 따라 하나를 입에 넣는다. 시큼떨떠름한 큰 향이나 맛은 없어도 봄이 주는 낭만적인 간식일 뿐이다. 물을 꺼내 한 모금 들이킨다. 가쁜 숨을 몰아쉬며 마시는 물이 더 달다. 

 

▲ 산의 들머리

산우가 얼마 전에도 왔는데 혹시 자기 때문에 다시 오는 건지 묻는다. 전혀 그렇지 않다 답한다. 산은 언제나 그 자리에 있지만, 시시각각 모습을 달리한다. 길도 그 위의 생명도 조금씩 변화한다. 얼마 전에 온 그 산은 추위와 청명함을 선사해줬다면 오늘의 산은 보드라운 봄의 정취를 준다. 

 

▲ 봄이 완연한 등로

가파른 오르막을 걸어 오르니 바다가 보이는 나무의자가 보인다. 거칠고 얕은 호흡을 깊고 느리게 쉬어본다. 편히 앉아 평온을 찾으니 청록의 바다와 보들한 하늘빛이 조화롭다. 배낭에서 과일 도시락을 꺼내 나눠 먹는다. 나눠 먹는 일에 불안과 걱정이 따라붙지 않았던 팬데믹 이전의 나날들이 아득하다. 

 

▲ 만발한 진달래도 맛보며 쉬어가는 중


걸어온 길을 떠올리고 두 달 전의 겨울 냄새 나는 달음산을 떠올리니 생경하다. 자연은 언제나 시시각각 모습을 달리하며 감동을 준다. 분홍과 연두의 길을 걸어온 것이 황송하다.

 

▲ 바다가 보이는 벤치에 앉아 먹는 과일 도시락

 

▲ 길가에 천지로 핀 진달래

다시 걸음을 걷는다. 가파른 오르막을 무념무상으로 걷는다. 호흡과 무의식으로 옮기는 발걸음만이 내가 되는 순간이다. 비움의 순간. 이 순간 때문에 계속 산을 찾는지도 모른다. 비움의 연속을 진달래군락지가 채운다. 키보다 더 큰 진달래꽃이 바람에 살랑거린다. 이런 호사를 우리만 누리는 듯해 함께 일하는 다른 이들이 떠오른다. 

 

▲ 키가 큰 진달래나무 아래서 하늘을 바라보며
▲ 진달래군락지

 

▲ 달음산 정상을 향해 가는 중

정상에 다다르는 길. 두 달 전 모르고 오를 때는 그리도 길게 느껴졌었다. 허나 길의 모양을 익히고 다시 걸으니 훨씬 가깝게 느껴진다. 커다란 바위를 몇 개 넘어 정상에 다다른다. 아는 경치라고 생각했던 정상조망이 절기가 바뀌니 완전 다른 감동으로 다가온다. 판단하고 생각으로 규정하는 일은 힘이 없다는 것을 체화한다. 

 

▲ 달음산 정상석에서

 

▲ 바위에 앉아 올라온 길을 내려다본다.

산하를 내려다보니 고요하다. 그 평온과 보드라운 봄바람을 느끼며 하염없이 앉았다. 오늘의 호사로 일상을 따뜻하게 살아가리라. 끝없는 수평선을 바라보며 마음의 깊이가 넓어지길 바라본다. 


노진경 시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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