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업의 사다리를 없애지 마라

정진익 농부 / 기사승인 : 2021-05-10 00:0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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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작나무

쌀농사를 지어서 올리는 소득을 보면 1헥타르(3만 평에) 5000만 원의 수익을 기대한다. 3만 평을 평당 20만 원으로 가정해도 60억 원이다. 수익률 1%라도 6000만 원의 소득을 올릴 수 있다. 그냥 은행에 저축하는 것보다 못한 결과다. 그나마 고수익인 축산을 해야 함에도 자기 땅에 축산하기가 어렵다. 가축사육 제한구역이란 것이 있어서다. 도대체 누구를 위한 정책인가? 축사 냄새가 싫다면 그냥 도시의 공해를 마시면 되지 않는가? 도시의 공해는 어쩔 수 없고 축사의 냄새는 안 된다는 발상이 어떻게 가능한가? 대도시 도로보다 축사가 더 오염원인가? 축사는 마을로부터 500m, 1km 떨어져야 한다. 약자에 대한 무자비한 차별이다. 


벼농사의 부산물인 볏짚을 이용해 소를 키우고 퇴비를 다시 논밭에 뿌리는 것이 전통적인 농사였다. 지금도 유효하다. 송아지 한 마리에 400만 원이다. 10마리를 낳으면 4000만 원이다. 30마리를 논농사 부산물로 키우면 제법 소득을 올린다. 전통적인 농사의 현대적 모델을 만들 수 있다. 문제가 있다면 논농사 경작면적을 기준으로 소를 키울 마릿수를 정하든지 친환경 사육 규모와 사육 방법을 제시하든지 해야 한다는 것이다. 일반적인 시골에서 소를 키우지 않으면 큰 소득이 없다. 축산만 하는 전문 기업으로 축산을 몰고 가니 오염은 심해지고 질병은 창궐하고 축산혐오는 늘어난다. 


적정수준의 환경을 유지하는 축산과 식량자원을 생산하는 농업을 만들어야 한다. 부가가치가 낮은 농업에 그나마 부가가치가 높은 축산을 접목시켜야 농업소득이 올라가지 않는가? 물론 다른 과수나 채소도 있지만 식량자원을 생산하면 반드시 부산물이 나오고 그 부산물로 축산을 할 수 있기 때문에 다른 품목보다 이 둘을 접목해야 하는 것이다. 


귀농 정책이나 청년창업도 소농이 중농이 되고 부농이 되는 사다리를 튼튼하게 만들어야 함에도 계속 없애는 정책만 하고 있다. 어떤 품목이든 진입장벽이 높아지고 있다. 자금으로 봐도 그렇고 제도와 규제 면에서도 그렇다. 개천에서 용이 안 난다는 말이 농업에서는 정말 그렇다. 현실이 이런데도 귀농 정책이나 청년창업을 지원한다. 조그맣게 시작해서 부농의 꿈을 키워야 하는데 방역기준을 맞춰야 하고 가축사육제한구역 같은 환경기준을 맞추느라 사다리가 없어졌다. 처음 시작하는 농부에게는 너무 많은 자금이 들어가고 지원도 없다. 이미 진입한 농가에 지원하지 진입하려는 농가에는 지원이 없다. 일례로 농장을 지을 때 무인 카메라를 설치해야 한다. 기존 축사에는 지원해주고 신규 축사는 농장주가 달아야 한다. 이런 예는 차량 소독기, 고압분무기, 방역실, 울타리 등 너무나 많다. 


농산물의 안전이나 가축전염병과 관련한 업무는 국가가 기존의 농민뿐 아니라 진입하는 농민에게도 지원해줘야 한다. 사다리를 치우는 정책은 그만 좀 하자. 이런 상태에서 귀농과 청년창업은 정말 아니다. 사다리가 튼튼하면 저절로 올라가는 사람이 생기고 일자리도 늘어날 것이다.


정진익 농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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