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달이 아저씨

이영선 문화공간 소나무 대표 / 기사승인 : 2021-07-12 00:0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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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관리 리더십

우리가 세상을 살면서 불행과 마주치지 않고 피해서 가고자 하지만, 인생은 항상 행복만 있는 게 아니다. 사노라면 행운과 불운이 교차로 오기 때문에 ‘새옹지마’라는 말이 있다. 인생길을 가다가 바람 불고 비가 오고 눈이 내리면 우리는 의연히 그 어려움을 헤쳐나가야 한다. 어려움을 헤쳐나가기 위해서 평소에 자기관리를 통해 심신을 단련해야 한다. 심신을 단련하는 방법으로 신체적으로 단련하는 것과 정신적으로 단련하는 것이 있다. 힘든 일에 부딪히면 극복하려는 의지가 필요하기 때문에 정신적 단련이 중요하다. 정신적 차원을 단련하는 방법에는 여러 가지가 있으며 자기주도적으로 합리적 이성인 정신 능력을 향상시킬 수 있다. 


우연일까? 내가 ‘선달이 아저씨’에 관한 글을 쓰고 싶다고 말하자 늦은 나이에 다시 공부하기 시작한 여동생이 자기가 대학원 기말 보고서에 선달이 아저씨와 우리 어머니에 관한 글을 썼다고 한다. 우리 둘은 깜짝 놀랐다. 우리 가족이 선달이 아저씨라는 단어를 만든 것은 내가 14살이고 여동생은 6세 때, 48년 전의 일이다. 두 자매가 그 아저씨에 대한 이야기를 동시에 하고, 글을 썼고 또 지금 글을 쓰고 있다. 여동생은 종교와 관련해 본인의 체험에 관한 내용을 써야 했다. 그 내용은 불교 신자였던 우리 어머니가 어떤 아저씨에게 매일 점심을 대접했다는 것이다. 동생의 기억에 그 아저씨는 매일 똑같은 옷을 입었다고 한다. 불교의 교리는 자비인데 우리 어머니가 그 아저씨에게 친절과 자비를 실천했다는 내용이고, 50년 가까이 되어가는 데도 그 가르침이 동생의 마음속에 남아있다는 것이다.


내가 기억하는 바로 그 아저씨는 매일 아침 우리 동네 골목 앞에 와서 종일 골목 어귀에 서 있었다. 그리고 저녁이면 돌아갔다. 2년 가까이 그렇게 서 있었다. 어머니가 선달이라고 이름을 지었고 우리끼리 그를 칭할 때 ‘선달이 아저씨’라 불렀다. 그는 고려대 영문과를 졸업한 키가 큰 청년이었다. 영어책을 가지고 물어본 기억도 난다. 그가 군대에 다녀오는 동안, 사업을 하던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그 와중에 재산을 골목 안에 사는 문 씨가 빼돌렸다 했다. 그는 골목 앞에 서서 문 씨 부부가 들락거릴 때마다 “내 재산 내어 놓아라!”고 큰소리로 외쳤다. 온 동네 사람이 그의 사연을 알게 됐다. 


어머니가 병환이 생겨 병원으로 전전하느라고 그의 점심을 못 챙겨줬다. 그 후 우리는 각자 생활에 몰입해 그의 존재를 까마득히 잊고 살았다. 그런데 갑자기 그가 돌연 떠올랐다. 희한하다! 여동생도 신기하다고 한다. 자랑 같지만 부모님이 장수하시고 우리 형제자매가 지금까지 모두 다 무탈한 것은 부모님이 오지랖이 넓고 남에게 친절한 덕분이라고 늘 생각했다.


내가 선달이 아저씨에 대해 글을 쓰고자 생각한 이유는 동생과 다르다. 1970년쯤이라 모두가 어렵게 사는 시절이었다. 선달이 아저씨가 사기꾼에 집착하지 않고 살았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하는 생각에서다. 한 사람의 ‘정신력’은 어떠한 위기 상황이나 어려움에 처해도 효율적으로 극복할 수 있는 ‘힘’으로 작용한다. 선달이 아저씨가 나타날 수 있는 사회적인 환경은 늘 있어왔다. 이런 예의 인간사는 언제 어디서든 발생할 수 있다. 그러므로 스스로 자기를 관리하는 과정에서 자발적으로 심신을 훈련해야 한다. 


어려운 환경에서 승리할 수 있는 정신적 차원을 단련하는 방법은 다양하다. 특히 우리는 많은 독서량이 필요하다. 직접 경험도 중요하지만, 간접경험을 통해서 단련할 수 있는 것이다. 정신적으로 준비해 위기 상황을 미리 상정하고 대안을 이성적으로 만들 수 있다. 종교 생활, 마음 수행, 글쓰기, 명상 등의 방법으로 정신 능력을 향상시킨다. 정신적 차원에서 훈련하는 것은 자신의 목표와 계획에 대해 약간의 거리를 두고 객관적으로 살펴보고 검토하는 것도 필요하다. 교양교육의 정의는 인생 계획에 대한 더 큰 질문과 목적 그리고 기존의 패러다임과 다르게 검토할 수 있는 능력을 키우는 것이리라. 


이제 세월이 흘러서 어릴 적 연민의 정으로 바라봤던 선달이 아저씨가 하찮은 원수에게 집착하지 않았기를, 분노를 잠재웠기를, 자신의 미래를 위해서 자신의 정신 능력을 발휘했기를 바라본다.


이영선 문화공간 소나무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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