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스운 사랑들

오영애 울산환경과학교육연구소 대표 / 기사승인 : 2021-07-13 00:0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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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밀란 쿤데라. 체코 소설가다. 그의 대표작인 장편 소설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과 1960년 프랑스에서 발표한 <우스운 사랑들>은 남녀의 사랑에 관한 철학적 담론을 담고 있다. 장편이 부담스러운 사람들은 7개의 단편으로 구성된 <우스운 사랑들>로 시작해 밀란 쿤데라 전작 읽기에 도전해도 좋을 것 같다. ‘전작 읽기라니!’하겠지만 역사와 이데올로기 속에 함몰되지 않는 개인의 삶과 처절한 실존의 문제가 시인이자 소설가이고, 문학과 미학, 희곡과 영화 연출, 시나리오 작업까지 해 온 쿤데라의 모든 작품에서 빛을 발하고 있어서 전작을 모두 읽은 사람이 이미 많을 것 같다.


<우스운 사랑들>은 쿤데라의 첫 장편소설인 <농담>보다 늦게 발표됐지만, 등단하기 전에 써 놓은 작품을 모아 발표한 것이다. 쿤데라는 이 작품이 자신의 가장 행복했던 시절을 투영하고 있기에 애착이 간다고 말했다고 한다.


그의 첫 작품 <농담>은 사회주의 체제를 풍자했고, 우스운 사랑은 사랑의 다양한 형태를 포착해 개인의 사랑이 진지하지도, 진실하지도, 영원하지도 않으면서 거짓말과 가벼움, 농담으로 채워진 것이라고 풍자한다. 그러나 그건 사랑을 지나온 사람만이 느낄 수 있거나 타인의 사랑일 때 할 수 있는 말일 것이다. 우스운 사랑이란 없지만, 사랑에 빠진 사람의 행동이 타인에게 우습게 보일 수 있고, 사랑의 시간이 지난 후엔 자신의 행동이 우스꽝스럽게 회고될 수는 있다. <우스운 사랑들>의 첫 에피소드 ‘누구도 웃지 않으리’에서 “우리는 눈을 가린 채 현재를 지나간다. 기껏해야 우리는 현재 살고 있는 것을 얼핏 느끼거나 짐작할 수 있을 뿐이다. 나중에서야, 눈을 가렸던 붕대가 풀리고 과거를 살펴볼 때가 돼서야 우리는 우리가 겪은 것을 이해하게 되고 그 의미를 깨닫게 된다”고 작가는 말한다. 하지만 사랑은 풍자의 대상이 될지언정 그것이 한 사람의 인생을 관통하는 동안엔 그 사람의 모든 것이다. 


어떤 사랑은 자신의 정체성을 임의로 설정하게 만든다. ‘히치하치킹 게임’에서 연애를 막 시작한 여자와 남자는 서로에게 낯선 사람이라는 긴장을 주기 위해서 히치하이킹 게임을 하고 그때마다 다른 사람을 연기하는데 그 끝은 가볍지 않았다. 여자가 부끄러움이라곤 모르는 사악한 요부를 연기했는데 상대가 거친 남자 연기로 답하면서 사악한 요부를 혐오하고 모욕했다면 어떨까, 여자의 내면에 사악한 요부가 되고 싶은 욕망이 있었다면, 그리고 남자가 바라는 여자는 조숙하고 얌전한 여자였다면 두 사람의 게임의 끝은 어떨까. 


같은 에피소드 141쪽에서 “흐느낌은 긴 울음으로 이어졌다. 아가씨는 그러고도 한참 그 가슴 저미는 동어반복을 계속했다. 나는 나야, 나는 나야, 나는 나야…. 그는 아가씨를 달래기 위해 연민에 도움을 청해야 했다. 그 감정을 가까이에서는 찾을 수 없었기에 먼 데서 불러들여야 했다. 그들에게는 아직 십삼일의 휴가가 더 남아 있었다.”


어떤 에피소드는 현재의 관점으로는 불편하게 읽힌다. ‘영원한 욕망의 황금사과’를 보자. “‘참 괴이한 자연의 법칙이야,’ 내가 마르틴에게 말했다. ‘못생긴 여자는 자기보다 예쁜 친구의 광채를 이용하길 원하고, 예쁜 여자는 추함을 배경으로 더 커다란 광채로 빛나고 싶어 하는 거지. 그 결과 우리 우정은 끊임없는 시련에 놓이는 거야.’” 


쿤데라 시대가 아직도 계속되고 있다고 믿지만, 여자를 추적하는 어리석은 남자의 행동이 이룰 수 없는 꿈과 이상을 좇는 인간의 모습을 풍자한다고 해석될지는 모르겠다. 어쨌든 <우스운 사랑들>은 너무 재밌다. 


오영애 울산환경과학교육연구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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