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상선-가면을 쓰다

우정제 (사)울산민예총 춤위원회 회원, 예술집단 놈 대 / 기사승인 : 2021-11-02 00:0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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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환상선’ 본공연

 

한편의 공연은 많은 사람과 함께 만들어 가는 작업이다. 나는 울산의 청년예술가다. 현대무용을 하고 있으며 나이는 스물한 살이다. 울산의 20대 초반 현대무용 단체는 ‘놈’이 유일하다. ‘놈’과 같은 젊은 예술 단체가 울산에 많이 생겼으면 하고 바란다.


10월 25일 울산 플러그인 공연장에서 ‘환상선-가면을 쓰다’를 발표했다. 신생 예술단체지원사업에 선정돼 적은 비용이지만 지원받으며 공연할 수 있었다. 지난 3월 ‘환상선-프롤로그’의 쇼케이스 공연은 있었지만 많은 스텝과 함께 만든 작품은 이번 공연이 처음이다. 혼자서 작품을 구성하고 안무를 만들고 콘셉트를 만들어 거기에 맞는 음악도 직접 만들고 무용수들과 함께 훈련하고… 여기까지는 혼자 할 수 있었다. 하지만 무대에 작품을 올리는 작업은 혼자 할 수 없었다. 조명과 음향, 무대감독과 스텝, 극장에 대한 이해와 소품과 세트, 의상, 촬영, 더불어 모든 것을 채워주는 관객까지 절대 혼자는 할 수 없으며 함께여야지만 만들어 갈 수 있는 작업이다. 그래서 공연하는 예술인은 더불어 살아감을 공연 현장에서 배우게 되는 것 같다.


‘환상선’ 작품의 안무 초안은 고등학교 2학년 때 시작됐다. 막연하지만 내 공연, 내 작품을 만들고 싶다는 작은 바람에서 시작됐다. 입시 준비가 한창일 때 머릿속에 작품을 그리며 힘든 시기를 이길 수 있었다. 환상선은 판타지(fantasy)라는 의미의 이야기가 아니다. 철도 용어로 철로를 변경해 무한으로 교차된다는 의미에서 제목으로 선택했다. 안무 초안에서는 가면이라는 제목으로 작품을 그려갔다. 이 작품은 제목 그대로 가면을 쓰고 사는 사람들에 관한 이야기다. 고등학생 때 주변의 많은 사람이 상황에 따라 자신의 얼굴을 바꾸며 사는 것을 보고 느낀 그대로를 만들고 싶었다. 앞으로 환상선은 시리즈로 만들어 갈 예정이다. 내가 사회에 나와 세상을 보는 시선에 따라 환상선은 끊임없이 변할 것이다.


예술집단 놈은 2020년 창단했다. 2020년에 스무 살짜리가 아무것도 모르고 예술 엔터테인먼트 회사를 만들고 싶다는 생각 하나만으로 무모하게, 한편으로는 도전적으로 만든 단체다. 나는 예술집단 놈의 대표다. 그리고 스물한 살 대학 휴학생이다. 


아직 단독 공연을 올리기에는 많은 것이 부족하고 경험도 없다. 이번 작품도 함께한 무용수들, 주변 예술인들의 많은 도움을 받아서 만들었다. 연습하면서 많은 생각을 했다. 환상선의 출연진은 무용수 4명, 악사 1명인데 이중 무용수 3명이 모두 부산을 거점으로 활동하는 무용수들이다. 울산에 단체를 둔 나 또한 울산보다 부산에서 공연하는 횟수가 훨씬 더 많다. 내가 다니고 있는 대학도 대구에 있으며 내 또래의 현대무용 단체는 울산에 존재하지 않는다. 단체뿐만 아니라 현대 무용수도 찾기 힘들다. 그러니 무용 단체들은 계속해서 다른 지역에서 사람들을 불러와야 한다. 


현재의 나도 고민된다. 대학을 졸업하고 내가 울산에서 활동하면서 제대로 된 경제활동을 할 수 있을지 장담할 수 없다. 분명 지금처럼이면 젊은 무용수들은 살아남기 힘들다. 그렇다고 젊은이의 자리를 만들자고 기존 선생님들의 자리를 뺏자는 것은 아니다. 다 같이 예술로 밥 벌어먹을 수 있는 사회가 될 수가 있으면 하는 바람을 갖는다. 


나는 내가 자란 울산을 돈벌이가 없고 함께할 사람들이 없어 떠나기는 싫다. 그래서 모두 함께 변했으면 한다. 현재보다 나은 예술 환경을 스물한 살 젊은 현대무용수인 나는 꿈꾼다.


우정제 (사)울산민예총 춤위원회 회원, 예술집단 놈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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