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금파리 한 조각>으로부터

황은혜 기억과 기록 회원 / 기사승인 : 2021-10-25 00:0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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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과 기록

 

아동 문학의 노벨상으로 알려진 뉴베리상은 1922년부터 미국 아동 문학(소설·시집·논픽션)에 공헌한 작가에게 시상하는 상이다. 아동용 도서를 처음으로 펴낸 사람으로 손꼽히는 18세기 영국의 출판인 존 뉴베리의 이름을 따서 지었는데 수상 대상은 미국 시민이나 미국에 거주하는 사람의 작품이다. 2002년에는 재미교포 2세인 린다 수 박이 <사금파리 한 조각>으로 뉴베리상을 받기도 했다.


작가인 린다 수 박은 한국의 역사를 전혀 알지 못하고 한국의 문화를 체험한 적이 전혀 없다. 그녀의 부모님은 1950년대 미국 유학 시절 만나 결혼해 미국에 정착했는데 평양이 고향인 아버지와 서울이 고향인 어머니는 6.25 전쟁의 아픈 상처가 있어서 그런지 한국 이야기를 자주 하지는 않았다고 한다. 성장기에는 미국 사회에 더 빨리 적응하기 위해 집에서도 한국어를 전혀 쓰지 않고 생활했다. 그런 그녀가 <사금파리 한 조각>을 썼다는 것은 매우 놀라운 일이다. 2002년 뉴베리상 수상 후 한국을 찾았을 때, 인터뷰를 통해 그 이유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했다.


“아이들이 엄마의 나라를 궁금해할 만큼 자랐을 때였어요. 제 남편은 아일랜드계 미국인인데 아이들에게 아버지의 나라를 이해할 수 있도록 많은 이야기를 들려주고 보여줬어요. 무엇보다 자신이 아일랜드 사람인 것을 자랑스러워했죠. 하지만 전 한국에 대해 많은 것을 들려줄 능력이 없더라고요. 그래서 본격적으로 한국의 역사와 문화에 대한 글을 읽기 시작했어요. 저도 아이들에게 떳떳한 엄마가 되고 싶었거든요.”
한국문화에 관한 동화를 쓰기 위해 그녀는 더욱 ‘한국 공부’에 몰두했다고 한다. 영어로 된 한국 역사책을 40여 권 가까이 읽으면서 철저히 고증하려고 노력했으며 모르는 부분은 그때그때 부모님에게 물어보며 하나씩 해결해 나갔다. 본인이 한국말을 할 줄 알았다면 작품에 한국 정신을 더 잘 담아냈을 거로 생각하지만, 또 반대로 한국문화와 떨어져 볼 수 있는 거리를 가지고 있으므로 오히려 객관적으로 한국을 바라볼 수 있었다고 한다. 실제로 한국문화에 대한 그녀의 기록은 한국 밖에서 만들어졌지만 한국에서 펴낸 그 어떤 책보다 국외의 사람들에게 흥미를 불러일으켰다.


“문학, 그중에서도 아동 문학은 다음 세대들이 살아가야 할 세상을 좀 더 낫게 만드는 데 기여해야 한다. 정치적 견해를 밝히는 게 아니라, 시대의 문제에 관심을 갖게 하는 것이 작가의 역할이다. ‘창씨개명’을 소재로 한 ‘내 이름이 교코였을 때’는 일본에서 연극으로 만들어져 반향을 일으켰다. 일본계 미국인들이 그 연극을 보고 ‘처음 듣는 사실이다, 슬펐다’며 편지를 보내왔다. 작가가 세상을 바꿀 수는 없지만, 세상의 아픔에 관심을 갖게 할 수는 있다고 생각한다.”


다음 세대들이 지금 이 시대의 문제에 관심 갖게 하고, 앞으로 살아가야 할 세상을 좀 더 낫게 만들어주는 것이 꼭 문학만은 아닐 것이다. 지금까지 연구하고 고증해 정리한 무수히 많은 기록과 기억들이 그 역할을 충실히 해낼 기회가 더 많아졌으면 좋겠다. 역사가, 작가, 예술가, 교사, 학생들이 각자의 영역에서 다양한 방식으로 켜켜이 쌓인 그 기록들을 꺼내 마음껏 펼쳐 본다면, 우리의 오늘과 내일이 훨씬 더 재밌어지지 않을까.


황은혜 기억과기록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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