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짜기의 백합

오영애 울산환경과학교육연구소 대표 / 기사승인 : 2021-03-16 00:0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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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프랑스 대혁명(1789)~나폴레옹 제1제정~왕정 복고~7월 혁명 등 격동기를 살았던 오노레 드 발자크의 거대한 소설전집 <인간희극> 중 시골 생활 편에 속하는 이 작품은 연애소설로 심리묘사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나폴레옹이 지중해의 엘바섬으로 사라지고, 동시에 국왕 루이 18세가 망명지인 영국에서 돌아온다. 화자인 펠릭스와 모르소프 부인이 처음 만난 곳이 망명지에서 돌아오는 국왕을 환영하는 무도회였고, 그곳에서 펠릭스는 새가 둥지에 날라 앉은 듯한 몸가짐을 한 여성, 그녀의 장밋빛 어깨에 입을 맞추면서 사랑이 시작된다. 이야기 속의 이야기 형식으로 쓴 이 작품은 화자인 펠릭스가 현재의 연인 나탈리에게 과거의 일을 고백하는 편지와 나탈리의 답글로 구성돼 있다. 지금은 포도 산지로 유명한 투르의 아름다운 전원 풍경과 혁명기의 토지경작, 토지개량에 대한 내용도 찾아볼 수 있으며 낭만적이고 감상적인 수사가 넘치는 언어의 향연에 푹 빠질 수 있는 작품 속으로 들어가 보자. 


모르소프 백작부인은 사회에 첫발을 내딛는 펠릭스에게 성공과 출세를 위해서 갖춰야 할 덕목과 처세술, 말하기, 듣기, 인간관계를 어떻게 맺어야 하는지, 여성을 어떻게 대해야 할지 상세하게 알려주고, 펠리스가 사교계에서 돋보일 수 있는 자질을 타고 났다고 추켜세운다. 그 부분을 발췌해 사회생활을 시작하는 아들이 있다면 읽어보라고 권할 만하다. 펠릭스는 편지의 가르침과 백작부인의 후원으로 당시 루이 18세의 심리관이라는 중요한 공직을 맡게 된다. 


모르소프 백작 부인은 철저하게 뒷바라지하는 대신 펠릭스에게 자신에 대한 절개를 지킬 것을 요구한다. 펠릭스의 내면에서는 정념과 절개 사이에서 치열한 전투가 벌어진다. 펠릭스는 어느 날부터 백작부인에게 바칠 꽃다발을 만들기 위해 꽃을 찾아다녔다. 그 꽃다발 속에 감정을 묘사하려 애썼다. 그가 만든 꽃다발에는 색과 향기와 그림이 있었다. 


“흰색 끈과 초록색 끈이 달린 드레스처럼 반짝거리는 줄무늬의 뾰족한 줄기를 꽃다발에 넣으면, 그 무궁무진한 향이 마음 깊숙이 수치심으로 짓눌린 장미 봉오리를 깨울 것이다. 사기 화병의 넓은 입구 주위에 투렌 지방의 포도밭에서 나는 꿩의 비름의 하얀 뭉치가 두텁게 둘러져 있다. 두 개의 화병에서 꽃이 샘처럼 거품을 일으키며 나와서, 술 모양의 파도로 떨어지고, 그 가운데서 내 소원이 흰 장미와 은색 백합에 실려 솟아 나오는 그림을 상상해보라. 이런 시원한 바탕 위에 수레국화, 물망초, 지치과 등 푸른색 꽃들이 빛을 발하는데, 하늘처럼 다양한 뉘앙스들은 흰색과 너무도 잘 어울린다. 두 종류의 순수함이 아니겠는가? 하나는 아무것도 모르고, 다른 하나는 다 아는 순수함. 즉 아이의 상념과 순교자의 상념이다. 사랑에도 문장이 있다. 백작부인은 몰래 그것을 해독했다.” 독자들은 잠시 꽃을 찾아 골짜기를 헤메는 펠릭스와 정성 들여 만든 꽃다발을 받는 백작부인의 마음이 되어봐도 좋을 것이다. 


펠릭스는 백작부인에 대한 정념을 떨치지 못하고 파리의 사교계에서 영국 여자 아라벨과 육체적 사랑에 빠진다. 이 사실을 알게 된 백작부인은 그토록 걱정하던 남편과 아이들을 두고 먹지도 자지도 못하다가 죽는다. 


펠릭스는 두 사람이 떠난 후에도 고귀하고 이상적인 백작부인과 아마조네스처럼 강인한 열정의 아라벨이 자신에게 바친 사랑에 도취돼 있었다. 세 번째 여인 나탈리는 공감 대신 요즘 식으로 말하면 “됐거든” 해버린다. 나탈리는 펠릭스에게 “나는 두 명의 유령과 비교당하지 않겠다. 가장 불쌍한 사람은 나도 떠난 후 세 명의 여자와 비교당할 네 번째 여자”라고 말한다. 나탈리는 모르소프 백작부인이 펠릭스의 출세에 도움을 줬듯이 자신도 펠릭스의 교육을 완성시키게 해 달라고 하면서 답신을 썼다. 나탈리의 편지는 오늘날의 남녀가 함께 읽어도 유용할 것이다. 


오영애 울산환경과학교육연구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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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영애 울산환경과학교육연구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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