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의 여행?

이영두 울산대학교 전기공학부 연구교수 / 기사승인 : 2021-05-02 09:03:52
  • -
  • +
  • 인쇄
생활 속 자연과학
▲ 교류 발전기의 단상 출력. 출처: 위키백과, https://ko.wikipedia.org/wiki/교류_발전기, 일부 수정했음.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Digital Transformation)의 시대를 맞으며 현실 속의 모든 것들이 가상의 환경과 연결되는 시대로 빠르게 흘러가고 있다. 실제와 가상이 하나로 융합된 초현실의 세계를 구축하는 힘은 바로 전기에너지에서 나온다.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은 기저에 컴퓨팅이라는 디지털 연산의 힘에 의존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변화는 기존 다양한 형태의 에너지들을 대부분 전기에너지로 변환시키는 결과를 낳고 있다. 가장 좋은 예가 바로 ‘전기자동차’다. 전기자동차는 기후위기와 함께 친환경 기술로서의 의미뿐만 아니라 엔진 속 소규모 가스폭발로 만들어내던 물리화학적 에너지를 전동기를 구동하는 전기에너지로 대체하는 하나의 사건이기도 하다.


전기에너지는 발전기라는 기계장치를 통해 공간으로부터 생산(유도)되는 에너지로서, 생산된 후 여러 곳을 전전하다(?) 우리에게로 와 사용된다. 발전소에서 생산된 전기는 효과적인 저장이 어려운 특성을 지니고 있어 생산 후 바로 사용하지 않으면 소멸된다. 이런 이유로 한전과 같은 국가전력망을 관리하는 기관에서는 미리 필요한 전기의 양을 예측해 전기생산 곧, 발전을 계획·실행하는데 이를 ‘급전계획’이라고 한다. 일반적으로 발전소에서 생산되는 전기는 3개의 상(相, phase)으로 구성된 교류전기로서 하나의 상(단상(單相))은 +와 –가 계속해서 교차하는 전기신호이며, 이렇게 교류전기를 출력하는 발전기를 ‘교류발전기’라고 한다.(그림 참조) 


3상 교류전기는 발전소에서 출발해 우리에게로 오기까지 여러 곳을 여행하게 된다. 사람이 여행할 때 자금계획이 핵심요소이듯, 전기의 여행도 비용효율적인 형태로 이뤄진다. 전기의 여행 경로는 전기선 곧, 전선이다. 전기가 전선을 통과하게 되면 전선의 물리적 특성인 전기저항(電氣抵抗, electrical resistance)으로 인해 발열이 일어난다. 발열작용은 전기에너지가 열에너지로 변환돼 나타나는 현상이므로 생산된 전기가 소모됨을 의미한다. 전기저항은 도체에서 전류의 흐름을 방해하는 정도를 나타내는 물리량으로, 전선의 길이에 비례하고 굵기(단면적)에 반비례한다. 따라서 전기에너지 소모를 최소화하려면 전기저항을 최소화시키는 것이 필요하고, 전기저항을 최소화하려면 전선의 굵기를 더욱 키워야 한다. 더 굵은 전선을 사용하면 발열작용은 감소하지만 전선의 비용이 크게 증가한다. 그럼 전기는 비용문제로 여행을 포기해야 할 것이다. 다른 방법은 없는 것일까?


해결안은 전기의 특성에서 찾을 수 있다. 전기는 전류와 전압이라는 2가지 주요한 요소를 기반으로 작용하는 현상이며, 이 두 요소의 곱이 바로 전기에너지인 ‘전력’이다. 발열작용의 주범인 전기저항은 전류의 흐름을 방해하는 물리량이니 전선을 굵게 만드는 대신 전류를 적게 흐르게 하는 것이다. 어떻게 하면 전류를 적게 흐르게 할 수 있을까? 단순하게도 이는 에너지보존의 법칙에서 답을 찾을 수 있다. 전력은 전류와 전압의 곱이므로, 전압을 상승시키면 전류가 상대적으로 줄어들어 동일한 전력(전기에너지)을 유지하게 된다. 발전소에서 생산되는 전기는 대개 10~20kV의 전압을 갖는데 이를 345kV 또는 765kV로 높여 송출하는 것이다. 그러면 높여진 전압의 비율만큼 전류의 크기가 작아지고 이를 통해 적정한 굵기의 전선을 사용할 수 있게 된다. 출발조차 하지 못할뻔한 전기의 여행이 가능하게 됐다.


전압을 높이거나(승압) 낮추는(강압) 장치를 ‘변압기’라고 하며, 대규모 변압기를 갖춘 시설을 ‘변전소’라고 한다. 발전소의 전기를 승압된 전기로 바꿔 주는 곳을 ‘승압변전소’라고 한다. 비용효율적인 전기의 여행은 시작됐지만 문제가 하나 있다. 그것은 이렇게 고압의 전기를 우리가 바로 사용하는 것이 지극히 위험한 일이라는 것. 전기가 우리에게 방문하기 전 다녀와야 하는 곳이 있다. 사용하기에 적정한 전압으로 강압시켜주는 ‘1,2차 변전소’다. 1차 변전소에서 강압된 전기는 2차 변전소를 통해 한 번 더 강압돼 전봇대에 설치돼 있는 주상변압기 등과 같은 소규모 변압기에 전달되고 최종적으로 표준 전압인 220V로 변환된다. 그런데 전기를 강압하면 다시 전류가 커져 발열작용의 문제가 되진 않을까? 전기는 1차와 2차 변전소를 거치며 여러 곳으로 분배된다. 그래서 강압과 함께 전류가 커지더라도 전류의 양은 적정한 굵기의 전선으로 운반할 수 있는 크기가 된다. 마치 산 중턱에 있는 저수지의 물이 아래에 펼쳐져 있는 논으로 흐르더라도 계속해서 여러 논으로 퍼지면서 흘러넘침이 없는 것과 같다. 전기가 여러 모습으로 변신하며 천신만고(?) 끝에 드디어 우리 눈앞에 왔다.


이영두 울산대학교 전기공학부 연구교수

 

[저작권자ⓒ 울산저널i.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이영두 울산대학교 전기공학부 연구교수
뉴스댓글 >

오늘의 울산 이슈

주요기사

+

많이 본 기사

정치

+

경제

+

사회

+

PHOTO NEW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