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취가 부른 참극

김매자 울산병원 내과의사, 유니힐 통일토론모임 대표 / 기사승인 : 2021-06-14 00:0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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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

한국인 한 명당 술 소비량은 거의 세계 1위에 가깝다. 내가 의사로서 만나는 환자 중에 정말 가슴 아픈 경우는 경찰에 의해 응급실에 실려 온 알코올 중독자다. 그 환자의 보호자를 어렵게 찾아 연락하면 부인이나 딸 아들 모두 “우린 인연 끊은지 오래니 연락하지 마세요”라고 한 마디만 하고 냉정히 전화를 끊어버린다. 가족에게조차 버림받고 결국 요양원에서 우리가 낸 세금으로 연명하다 쓸쓸히 생을 마감하는 알코올 중독자들.


술이 인간을 짐승으로 만든다. 중독. 어떤 종류의 중독이건 중독은 다 무섭다. 성중독, 권력중독, 마약중독, 니코틴중독 그리고 알코올중독. 우리 뇌는 일단 어떤 물질에 의해 굉장한 기쁨을 맛보면 그 수준으로의 희열을 자꾸자꾸 갈망하게 된다. 담배는 제일급 발암물질 니코틴이 주성분이다. 니코틴에 중독되면 우리 뇌에 있는 니코틴 수용체는 계속해서 높은 수준의 니코틴이 달라붙기를 갈구한다. 혈중 니코틴 농도가 높아지지 않으면 불안 초조해지고 손까지 떨리니 계속 담배를 피워댄다. 이때 니코틴과 분자구조가 비슷한 약물을 먹으면 뇌의 니코틴 수용체가 담배의 니코틴인 줄 착각하고 그 약물과 결합한다. 이것이 금연약의 원리다. 일 인당 담배소비량 역시 술과 함께 세계에서 대한민국이 최고 수준에 가깝다. 담배는 어린 나이에 피우기 시작하면 시작할수록 쉽게 중독된다.


술 역시 일찍 배우면 배울수록 중독의 위험이 매우 커진다. 술중독을 없애는 약물의 치료 원리도 니코틴중독 치료제와 비슷하다. 약물을 복용하면 뇌세포에서 술을 마셨다는 느낌을 느끼게 해 술을 덜 먹게 된다. 모든 중독은 우리 몸 명령체계의 최고사령부인 뇌세포와 관련되기에 교정이 그만큼 힘들다. 알코올중독자는 힘든 재활 기간을 거쳐도 겨우 25퍼센트만 성공한다. 그런데 이 술중독은 니코틴중독과는 차원이 다르다. 술중독이 되면 본인의 생명뿐 아니라 주위의 애꿎은 선량한 사람들에게까지 큰 피해를 준다. 음주운전에 의한 사망을 접할 때마다 가슴이 아프다. 피해자는 저런 기막힌 날벼락이 올 줄 어디 상상이라도 했겠는가.


요즘 핫이슈인 성폭력 당한 공군 여중사의 자살 건에서도 볼 수 있듯이 우리 여성은 성폭력이나 성폭행을 당한 후 심리적으로 망가져 자살하거나 평생 정신병원 신세를 지는 경우가 많다. 가해자 대부분의 뻔뻔한 제일성은 “술김에 그런 행동을 했다”는 것이다. 사람을 죽여놓고도 술에 취해 기억이 잘 안 난다고 말도 안 되는 변명을 늘어놓는다.


우리 사회가 당한 술의 무서움을 알리는 기사는 그 얼마나 많은가. 조두순. 알코올을 마신 상태에서의 범죄라는 게 참고가 돼 형량이 줄어들었다는 대목에선 말문이 막힌다. 오히려 형량이 늘어나야 한다는 게 내 의견이다. 마치 술 권하는 사회, 술 마시는 사람을 우대하는 사회 같다.


앞으로의 남북통일은 보다 성숙한 단계로의 남북합작이어야 한다고 늘 생각하고 있다. 술 문화부터 바꾸자. 이만열은 그의 저서 <한국인만 모르는 다른 대한민국>에서 이 지구상에서 다른 나라와 격이 다른 대한민국을 발견하고 가슴이 떨릴 정도로 기뻤다고 하면서 다음과 같이 주문한다. 대한민국 국민이 세계를 이끌어야 한다, 우리 국민의 말 한마디 행동 하나가 세계의 모범이 돼야 한다고.


품격 높은 하나된 한반도. 그 미래의 통일대한민국을 꿈꾼다면 우리는 당장 술 문화부터 바꿔야 한다. 자식교육 중 술과 담배에 중독 안 되게 하는 걸 가장 우선으로 하자. 술 대신 차를 마시는 문화를 만들자. 감잎을 따서 만든 감차, 꽃잎을 따서 말린 꽃차. 자연이 준 선물을 음미하며 친구와 담소하는 차 문화로 술 문화를 대신하자. 현재의 남북이 지리적으로 정치적으로 하나 된다고 통일이 아니다. 철학이 발전 성숙된 나라로 하나 되는 게 중요하다.


김매자 울산병원 내과의사, 유니힐 통일토론모임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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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매자 울산병원 내과의사, 유니힐 통일토론모임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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