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학연구센터와 지역사 연구

이종호 기자 / 기사승인 : 2021-06-15 10:2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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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사에서 찾는 울산의 정체성

제주학연구센터와 강원학연구센터

2002년 <울산광역시사> 출간을 위해 울산광역시사편찬위원회가 한시 운영됐지만 시사 발간 뒤 해체됐다. 상설 연구기관을 운영하는 다른 지역에 견줘 울산의 지역사 연구는 부족한 실정이다. 지역사 연구는 지역의 정체성 형성에 필수다. 지역의 정체성은 지역이 갖는 특징과 나아갈 방향, 정책 등에 큰 영향을 미친다. 지역의 역사 자료를 발굴해 분석하고 정리해서 역사서를 편찬할 전문 연구기관이 없다면 지역의 정체성 찾기는 불가능하다. 2022년 특정공업지구 지정 60주년을 맞이하는 공업도시 울산의 ‘정체성’도 마찬가지다. 울산에 상설 역사 전문 연구기관이 왜 필요한지, 지역사 연구가 지역 정체성 형성에 어떻게 기여하는지 취재한다. <편집자 주>

1. 독립된 상설 지역사편찬원이 왜 필요한가
2. 지역사편찬위원회의 존재 이유
3. 지역박물관 따로 또 같이
4. 지역학연구센터와 지역사 연구
5. 울산광역시사편찬위원회 복원과 상설화



“무형문화유산을 유형화” 제주학연구센터
 

▲ 마을을 돌며 주민들의 구술을 채록하고 있다. 제주학연구센터는 지난해까지 36권의 <제주어 구술 자료집>을 발간했다. 제주학연구센터 제공.

 

<제주도지>는 지금까지 모두 네 차례 발간됐다. 1983년 <제주도지> 상·하편이 1차 간행됐고, 10년 뒤 <제주도지> 세 권이 2차로 나왔다. 2006년엔 3차 <제주도지> 여섯 권을 펴냈다. 2019년 <제주특별자치도지> 세 권과 보급판 <한 권으로 읽는 제주특별자치도지>를 발간했다. 2006년 제주특별자치도 출범 후 10여 년간의 변화상을 담았다. 


제주학연구센터 설립을 서둘러야 한다는 논의가 본격화한 건 2010년 제주어가 유네스코 소멸위기언어 5단계 중 4단계인 ‘아주 심각한 위기에 처한 언어’로 등재되면서부터다. 2011년 제주발전연구원 안에 제주학연구센터가 설립됐다. 센터가 가장 먼저 한 사업은 심각한 소멸 위기에 처한 제주어를 살리는 일이었다. 2012년 제2차 제주어 발전 기본계획을 수립하고 이듬해 ‘제주어의 새로운 인식과 보전 방안’을 주제로 세미나를 열었다. 2013년 제주어 표기법을 제정했다. 다음 해 제주학연구센터 개소 3주년 기념 세미나의 주제는 ‘제주 방언 연구의 현황과 과제 그리고 표기법 해설’이었다. 2017년부터 제주어 공모전을 진행하고 마을을 돌며 구술을 채록해 제주어 구술 자료집을 펴냈다. 구술 자료집은 지금까지 모두 36권이 발간됐다. 2018년 제3차 제주어 발전 기본계획이 수립됐다. 2019년 제주어 종합상황실을 개소하고 ‘들어봅서’ 전화를 개통했다. <(가칭)제주어대사전> 편찬 계획과 집필 지침도 마련했다. 그해 제8회 제주학 국제학술심포지엄의 주제는 ‘소멸 위기 제주어 보전과 부흥 방안, 세계 언어학자들에게 듣는다’였다.


기록유산이 많지 않은 제주의 전통문화는 제주어로 전해오는 본풀이(무가)와 노동요, 풍속 같은 무형유산이 대부분이다. 이 풍부한 구전 유산들을 더 늦기 전에 조사하고 기록하고 연구하지 않으면 제주어가 사라지는 속도만큼 제주 문화와 정체성이 빠르게 소멸할 것이라는 우려가 컸다. 제주칠머리당영등굿과 제주해녀문화가 2009년과 2016년 인류무형문화유산에 각각 등재된 것은 이런 시급성을 유네스코가 인정했기 때문이기도 하다. 


2014년 제주학 아카이브가 개설됐다. 제주학연구센터에서 수집한 자료들을 디지털로 변환하고 분야별, 매체별로 나눠 피디에프나 동영상, 음성 파일로 내려받을 수 있게 데이터베이스화했다. 2020년 12월 기준 제주학 아카이브에 모아놓은 자료는 모두 5만1000여 건에 이른다. 지난해 제주학 주간에 맞춰 ‘제주학 아카이브전-기억의 재생, 지금 이 자리’를 열었다. ‘제주의 마을제’를 주제로 사진과 영상을 공개 수집한 데 이어 올해는 ‘제주의 관혼상제’를 주제로 시민참여형 아카이브를 구축하고 있다. 시민 아키비스트 양성과정도 개설한다.


제주 신화와 굿, 민요, 해녀 문화를 탐구하는 학술대회도 꾸준히 열었다. 2016년 제1회 제주학대회와 함께 열린 제5회 제주학 국제학술심포지엄은 ‘신화의 보물섬 제주, 제주 신화의 성격과 세계적 위상’을 집중해서 다뤘다. ‘무의(巫醫), 치유로서의 제주굿’ 학술 세미나도 열렸다. 2017년 제2회 제주학대회에서는 ‘유네스코 지정 문화유산 해녀의 민속과 어문학’, ‘민요자료의 아카이브와 자원화 방안’을 토론했다. 2018년 ‘제주 해녀, 미래유산의 길을 묻다’, ‘제주 해녀의 다층성과 보전’, 2019년 ‘제주 해녀, 문화와 항일정신으로 빛나다’를 주제로 학술대회를 열었다.


연구자들의 제주학 연구를 지원하고 책자를 발간하는 일은 제주학연구센터의 주요 사업이다. 제주의 문화사, 해양문화, 설화, 목축문화, 마을조사, 생활사 등 인문학 분야와 제주인 정체성, 개발사, 이주민, 가족·여성, 장수·복지, 산업사 등 사회과학 분야, 환경·기후·해양, 한라산, 지질, 수자원, 건축·도시계획 등 자연과학 분야로 나눠 제주학 연구를 지원했다. 매년 기획주제와 자유주제를 공모하고 연구보고서를 펴냈다. 지금까지 모두 71호의 제주학연구 보고서가 발간됐다. 제주를 주제로 출판된 국내외 단행본들과 새로 펴낸 간행물을 49권의 제주학총서 시리즈로 모았다. 번역서 출판과 제주학 학술 세미나도 지원했다. <일제하 신문 제주 기사 자료집-동아일보>를 시작으로 <승정원일기 제주 기사>, <프란게문고 제주 기사 자료집> 등 11권의 제주역사자료총서를 펴냈다.

 

▲ 지난해 11월 제주학연구센터와 인터넷언론 제이누리가 함께 주최한 제8회 제주어 공모전 시상식. 제주학연구센터 제공.

‘시민 지향 제주학’을 모토로 제주학 시민교육 프로그램도 진행했다. 2018년 제1기 제주학 시민학교 ‘알아두면 쓸데있는 신비한 제주사회론’ 5강에 이어 지난해 제2기 제주학 시민학교는 제주 역사, 제주 사회, 제주의 굿 등 제주학 개론 3강으로 꾸몄다. 2019년부터 제주 고전 강독회도 열고 있다. 5월부터 11월까지 매주 <탐라기년>과 <남사록>을 20회씩 강독했다. 작년엔 <남명소승>과 <탐라기년>을 9회씩 비대면 화상강의로 함께 읽었다. 올해는 <파한록> 상권 12강과 주제에 맞게 <고려사>, <동국여지승람> 등 원전을 강독하는 12강좌로 진행한다. 지난해 제주학 주간에는 제주학 탐방 프로그램으로 구좌읍 일대 신당과 제주시 원도심을 돌아봤다. 올해 시작한 제주 신화학교는 한 기에 여섯 강씩 일반신본풀이를 다루고 있다. 1기 신화학교에서는 천지왕본풀이, 할망본풀이, 마누라본풀이, 초공본풀이, 이공본풀이, 삼공본풀이를 공부했고, 2기에서는 차사본풀이, 멩감본풀이, 지장본풀이, 세경본풀이, 문전본풀이, 칠성본풀이를 강의한다.

 

▲ 김순자 제주학연구센터 센터장 ⓒ이종호 기자

제주학연구센터의 연간 예산은 15억 원 안팎이다. 김순자 제주학연구센터장은 체계적인 제주학 연구와 교육을 위해 예산을 늘리고, 제주학 진흥 기관과 자료관, 제주어박물관 등을 설립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지역학에서 미래 가치를” 강원학연구센터

▲ 2018년 1월 강원학연구센터 개소식. 강원학연구센터 제공.

강원학연구센터 설립 논의를 시작한 건 1998년 지방선거 때 ‘강원학의 체계적 정립’이 공약으로 제시되면서부터다. 이듬해 ‘강원학의 개념과 정립 방향’, ‘새천년과 강원학’ 학술 세미나가 열렸고 2000년 강원학연구회가 결성됐다. 강원학연구회 결성 발기대회와 함께 연 학술 세미나의 주제는 ‘강원학의 현재와 미래’였다. 2002년 강원연구원 부설 강원학연구센터가 설립됐다. 하지만 강원학연구에 대한 관심과 투자는 지속하지 못했다. 지역발전 정책 개발에 지역 연구의 우선순위가 밀리고 예산이 줄어들면서 강원학연구센터는 2010년 문을 닫았다. 2016년 강원포럼에서 강원학연구센터를 부활시켜야 한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2017년 ‘강원학연구센터 설립 및 지원 조례’를 제정했다. 조례는 강원학을 ‘선사 이래 시대를 거쳐 내려온 강원도의 지리적 바탕 위에 형성된 인문·사회·자연과학 분야를 대상으로 학문적 체계를 정립하고, 통합 학문의 실천으로 강원도인의 정체성 확립과 삶의 방향 구현에 이바지하는 학문’으로 정의했다. 조례에 따라 강원연구원 안에 강원학연구센터가 다시 출범했다. 


2018년 여덟 차례 강원학 아카데미와 영동권, 영서 북부, 영서 남부권 순회 세미나를 열었다. 제3회 강원학 아카데미는 3일 동안 공무원 대상 강원학 입문과정으로 진행했다. 공동 심포지엄도 두 차례 열렸다. 국립춘천박물관과 공동으로 ‘고대 강원의 정치체 물질문화’를 다뤘고, 한국철문화연구회, 한림고고학연구소와 ‘환동해 지역 철(철기) 생산과 금속 생산 유적 최근 조사성과’ 심포지엄을 공동 개최했다. 학술 세미나 ‘남북 강원 유산의 세계화’와 ‘강원도 지역 연구의 동향과 전망’을 주제로 한 제1회 강원학대회도 주최했다.

 

▲ 2019년 11월 ‘강원도 지역 유산의 미래 가치’를 주제로 제2회 강원학대회가 열렸다. 강원학연구센터 제공.

2019년 김유정기념사업회와 함께 ‘김유정 문학과 지역학’ 포럼을 주관했다. 국립춘천박물관과 ‘고대 강원의 대외교류’ 심포지엄을, 강원도의회와 ‘강원 역사문화인물 선양의 성과와 과제’ 세미나를 공동으로 열었다. 6월에 열린 학술 세미나는 ‘강원도 지명 연구의 새로운 방향 모색’을 주제로 잡았다. 8월엔 ‘강원학 아카이브 구축 센터’를 개소하고, 11월 유튜브 채널 ‘강원학TV’를 시작했다. 11월 열린 제2회 강원학대회의 주제는 ‘강원도 지역 유산의 미래 가치’였다. 지난해 12월 열린 제3회 강원학대회는 강원학TV에서 라이브로 열렸다. 7개 분과 33개의 주제발표와 토론이 온라인 생중계됐다. 


강원학연구센터는 해마다 연구과제와 번역·출판 사업을 공모해 지원하고 있다. <강원도 민북마을의 경험과 기억 그리고 미래>, <강원지역 출신 문과 급제자 분석>, <강원 서출 여성들의 삶과 문학세계 연구>, <금강산 양구로의 가치발굴과 활용연구>, <17세기 북강원 사람들> 같은 연구보고서가 강원학연구센터의 연구지원으로 발간됐다. 


<고대 강원의 대외교류>, <한국전쟁기 미군이 바라본 강원지역 연구>, <강원도 수목민속의 의미와 가치 연구> 등 강원학 학술총서와 <이야기가 있는 강원의 00> 시리즈인 강원학 지식총서도 해마다 펴내고 있다. 2018년엔 이야기가 있는 강원의 산, 강, 해안, 동물, 식물 등 강원의 자연을, 2019년 이야기가 있는 강원인의 삶 시리즈로 민통선, 탄광촌, 밭갈에비, 실향민, 이민자의 삶을 발간했고, 지난해 <이야기가 있는 강원의 음식문화> 시리즈는 산촌음식문화 두 권, 어촌음식문화 두 권, 강원의 노포 등 모두 다섯 권을 출판했다. 


올해 강원학 지식총서 지정연구 공모는 ‘이야기가 있는 강원의 옛길’을 주제로 <사람과 물자의 소통로 강원도 물길>, <굽이굽이 넘어가는 강원도 고갯길>이 최종 선정됐고, <강원도와 한양을 이어주던 관동대로>, <유람과 순례의 길 금강산 가는 길>, <동해바다 따라 관동별곡 800리>가 예비 선정됐다. 연구 공모에는 <타자(외국인)의 시선으로 바라본 금강산과 강원도>, <강원도 석탄산업유산의 세계화를 위한 자원 활용방안 연구>, <강원권 시문학과 정전의 재구성>이 연구과제로 선정됐다.


강원학연구센터의 사업 예산은 강원도 출연금으로 지원받는 운영사업비와 공기관 대행사업, 위·수탁 용역사업비 등으로 마련된다. 운영사업비는 2018년 4억 원, 2019년 5억 원이었고, 2020년엔 코로나19 때문에 3억5000만 원으로 줄었다. 올해 예산은 약 3억7000만 원이 편성됐다. 고성군이 발주한 <고성군지> 발간사업은 2년 동안 5억 원의 예산으로 수행했다. ‘태백 탄광역사기록물 발굴사업 추진을 위한 학술연구용역’은 태백시청에서 7649만 원을 받아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센터는 6개년 사업으로 지명 편찬 사업을 시작했다. 올해는 <고지명사전>을 발간하고 내년부터 18개 시·군을 돌며 현장 구술조사에 들어간다. 강원대 아카이브센터와 협업해 민간과 기관 자료들을 공유하는 디지털 아카이브 사업도 본격화한다. 

 

▲ 유영심 강원학연구센터 부센터장 ⓒ이종호 기자

유영심 강원학연구센터 부센터장은 “지역사 연구는 역사적 측면에서 지역을 연구하는 반면에 지역학 연구는 다양한 학문 분야를 총체적으로 접근하는 것”이라며 “지역학은 지역의 역사 등 과거를 탐구하는 것에 머무르지 않고 미래 가치를 창출하는 접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 “지역 정체성의 사전적 의미는 지역이 지니고 있는 독특한 자연환경, 역사, 문화 또는 지역 내 주민들이 마음속에 갖고 있는 지역의 이미지”라며 “지역학은 지역 정체성의 근원이 되는 지리적 특징이나 문화자원의 특수성을 연구해 관광자원화할 수 있는 스토리 등을 재발굴, 재발견, 재창조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종호 기자

※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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