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표권도 없는 두 청소년이 기성세대에게 전하고 싶은 말

이동고 / 기사승인 : 2020-01-30 09:13: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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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종이상자를 재활용해서 만든 피켓 글들은 행동하지 않는 기성세대에게 던지는 강럭한 항의 메시지다. ⓒ이동고 기자

 

[울산저널]이동고 기자= 점심시간이 막 끝나갈 무렵 울산시청 후문에서 피켓을 들고 있는 윤해영, 윤현정 두 청소년을 만났다. 이들이 들고 있는 피켓의 내용은 “남은 시간 8년 ACT NOW”, “우리의 생존권 침해하는 기성세대는 각성하라” 등이었다. 바닥에 세워둔 피켓에는 “기후위기는 생존권, 정의와 평등의 위기다”라고 쓰여 있었다. 이들은 학기 중에는 학교 정문에서 기후위기를 알리는 활동을 했고, 주말에는 울산대공원 등 사람이 많이 다니는 곳에서 마당을 펼쳤다. 부모님들 반응을 물으니 다행히 두 청소년의 어머니가 이런 활동을 반기는 분들이다. 한 명은 명예퇴직한 전직 교사고 한 명은 가정주부다. 인터뷰는 두 청소년이 번갈아 이야기한 내용으로 구분하지 않았다.

1. 이런 활동은 언제부터 했나?
 

작년 10월부터 했다. 이런 활동을 하고 싶었는데 함께 할 친구가 없었다. 그러다가 현정이가 비건(Vegan, 완전채식주의자)이 됐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비건이라면 이런 활동에 공감할 것’이라는 생각이 들어 제안했고 받아들여 같이 하게 됐다. 이런 활동을 한 지는 넉 달 정도가 된다. 처음에는 학교 정문 앞에서 시작했다. 평소에는 빠듯하게 등교를 했지만 일찍 학교에 나가 피켓을 준비하고 홍보했다. 평일에는 수, 목요일에 활동하고 주말에는 토요일 주로 점심 시간대를 이용해 활동하고 있다. 학기 중 주말에는 주로 울산대공원에서 활동했다. 지금은 방학이라 수, 목요일 울산시청과 세이브존 앞에서 주로 하고 있다.

2. 활동하게 된 계기는?
 

<동물들의 소송>을 읽으면서 지금까지는 ‘인간에게 먹히는 동물’만 생각하다가 생각이 바뀌었다. 기후변화로 멸종하는 친구들이 북극곰, 코알라뿐만이 아니라는 걸 알게 됐다. 기후변화를 내 생명까지 위협하는 문제로 보게 됐다. 


처음에는 동물 문제로 출발했는데 결국 내 문제 우리 문제로 결론이 나더라. 처음에는 나 혼자 그린피스와 유튜브 등을 찾아보든지 책을 읽으면서 많이 알게 됐다. 또 <플랜 드로다운(Drawdown)>이라는 책을 알게 됐는데 기후위기의 심각성을 알고 어떻게 바꿀 수 있을까, 역전시킬 수 있을 것인가 고민하게 됐다. 장기적인 계획으로 100개 정도 목표를 세우고 실천을 요구하는 책이다. 모든 것이 바뀌어야 한다. 자전거 타기 등 개인적인 실천은 물론 사회적인 방안까지 제시하고 있었다.  

 

▲ 왼쪽부터 윤현정, 윤해영 학생 ⓒ이동고 기자


3. ‘기후위기는 생존권, 정의와 평등의 위기다’, 이 말을 쉽게 설명한다면?
 

기후위기에 영향을 미치는 나라는 미국 등 선진국이고 직접적인 피해를 보는 나라는 인도 같은 개발도상국이다. 식량부족으로 피해를 받는 것도 후진국이다. 기후위기로 인한 식량부족은 시리아 내전처럼 전쟁위기까지 넘어갈 수도 있다. 


모든 것이 기성세대 문제다. 기성세대들은 반응이 별로여서 좀 더 세게 직접적으로 말해야겠다는 생각으로 이런 문구를 만들었다. 일상을 바꾸기가 힘들다. 습관처럼 돌아가는 구체적인 일상을 바꾸려는 노력을 하지 않는다. 자신의 일로 받아들이고 일상의 불편함을 감내하는 우리 세대 일로 보지 않는다. 미래세대 일이거나 북극곰에게나 닥치는 일로만 바라보고 있다. 세계적 과학자들이 몇 년 뒤에는 우리가 겪을 일이라고 경고해도 움직이지 않는다. 


기후위기는 국내외에서도 불평등의 문제다. 인도나 미국에서도 폭염으로 죽은 사람들은 모두 극빈층이다. 기후위기를 일으키는 사람들은 많이 가진 자들인데 그 피해는 가장 어려운 계층이 당한다.

4. 기후위기에 대한 울산시민들의 생각은 어떻다고 보나?
 

울산지역은 경제성장을 중심으로 발달해 와서 그런지 사람들이 탄소가 증가하는 경제발전에 갇혀 지낸다. 그 범위에 생각이 갇혀 벗어날 줄 모른다. 환경을 보전하는 일은 물질적인 성장을 방해한다고 회피하려는 생각이 많은 듯하다. 지구위기 문제도 중요하지만 ‘경제가 먼저다’라고 말하고 지나가는 분이 있었다.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경제다. 다른 지역은 기후위기, 공동체 복원 등을 중심으로 이야기하는 지자체도 많은데 우리 울산시 시정은 많이 다르다. 울산은 산업화, 공업화된 지역이라 일자리나 경제적인 생계를 목적으로 온 사람이 많아서 그런지 경제를 중심으로 바라보면서 벗어나지 못하는 것 같다.

5. 활동하면서 학교에서 반응은?
 

등교 시간에 학교 정문에서 활동했는데 3일 동안은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 ‘쟤들 학교 선생님이 시키나’, ‘혹은 무슨 단체활동인가?’ 이렇게 보더라. 처음에는 무관심해서 상처를 받았다.
아침마다 서 있으니 기후위기 같은 낯선 단어가 학생들에게 익숙한 단어로 바뀌는 것 같았다. 우리가 계속 피켓팅을 하니까 친구들이 개인적으로 검색해 찾아본 듯했다. ‘맥도날드를 안 가겠다’고 하며 우리보다 기후위기를 먼저 아는 친구들도 생겼다. 우리와 대화하고 토론한 것은 아니었는데 말이다. 


처음에는 ‘기후위기’라고 하면 못 알아듣고 ‘기후온난화’라고 해야 알아들었다. 기후위기 자료가 있으면 ‘이거 우리 학교 친구가 말하던 건데’하며 관심 있게 보더라. 선생님들은 ‘저 아이들이 활동하는 동아리가 어디냐’고 궁금해하고 ‘지도 선생님이 누구냐’는 식으로 생각하는 것 같았다. 몇몇 선생님들과 이야기하는 과정에서 자발적인 활동이라는 것을 이해했다. 환경문제에 관심을 가진 선생님은 지지하고 성원했다. 특히 사회 선생님은 창의체험시간에 우리가 반 학생을 상대로 강의할 수 있도록 배려해서 직접 강의를 한 적도 있다. 학생들의 반응은 ‘너희들 강의가 교과서보다 더 유익하다’며 ‘교과서에서 시험을 위해 배운 지식보다 너희들을 통해 들은 정보가 더 많다’고 했다. 


학교에서 목표로 하는 것이 있었다. 학교급식에 채식을 선택할 수 있게 할 목표를 세웠지만 중학교 3학년이라 시간이 부족했다. 창의체험학습 시간에 기후위기 교육을 제대로 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장애인, 민주시민교육, 독도 교육 등만 하고 있다. 자료를 드릴 테니 기후위기 교육을 하면 어떻겠냐고 제안도 했지만 제대로 되지 않았다.

6. 바깥에서 활동할 때 기성세대 반응은 어땠나?
 

좋은 말은 기억이 안 나고 나쁜 말만 기억난다. ‘이것 누가 선동했냐’, ‘전교조가 선동했냐’고 물어보는 일흔 살 정도로 보이는 할아버지가 있었다. 이걸 해결하려면 핵발전소를 지어야 한다고 말했다. 격려하는 말들, ‘학생들 열심히 하네’ 이런 말들도 자주 듣다 보면 황당할 때가 많다. 기성세대는 문제를 제기 받는 집단이잖나. 그런데 그런 분들이 우리한테 ‘열심히 하네’하는데 이것은 흡사 노조가 파업했는데 경영자가 ‘열심히 하세요’하는 것과 같다. 문제제기를 받는 사람들이 ‘열심히 하세요’하는 것이니 웃기는 상황인 것이다. 좋은 뜻으로 이야기하는 것이라 바로 항변하진 못하지만 황당한 반응을 수시로 겪는다. 그냥 ‘아이들이 하는 좋은 활동’ 정도로 보는 것이다. 그냥 물어보는 게 ‘언제까지 할 거냐’ 정도의 반응이다. 그러면 우리는 ‘이 문제를 해결할 때까지 할 겁니다’라고 답한다.

7. 비건(채식주의자)이 된 계기는?
 

지구환경을 생각한다고 대중교통수단을 이용하고 엘리베이터도 안 타고 텀블러 들고 다녔다. 나름 열심히 많은 것을 하고 살아간다고 생각했는데 축산이 끼치는 영향을 알고 보니 아무런 역할도 하지 않았던 것을 알게 돼 충격을 받았다. 갑자기 부끄러워지면서 ‘내가 진짜 제대로 해온 것이 없구나’하는 생각이 들면서 비건이 됐다. 축산이 지구온난화를 이렇게 많이 시키는지 처음 알았다. 아까 말했던 <동물들의 소송>을 읽고 생각이 바뀌었다. 축산업 실태를 고발하고 동물을 대변하는 책으로 처음 읽고 충격을 받았다. 처음 들어보는 내용이 많았다. 그 이후 음식이 단순한 음식으로 보이지 않았다.

8. 비건이어서 친구들과 어울리는 게 불편하지는 않나?
 

친구들이 주말에 놀러 오면 내가 직접 채식 반찬으로 밥을 지어 먹이고 같이 놀러 나간다. 채식으로 짜장면도 만들어 주고. 너무 맛있다는 반응인데 친구들은 직접 만들어 먹지는 않지만 너무 좋아한다. 생각보다 비건을 위한 대체 식품이 많이 개발돼 있다. 


분식점을 같이 가면 육수 대신 맹물에 끓인 떡볶이를 먹는데 먹을 만하다. 김밥집에 가서도 주인에게 햄과 달걀 빼고 만들어 달라, 쫄면에 달걀을 빼달라고 한다. 떡볶이도 어묵 빼고 육수를 뺀 맹물 떡볶이를 만들어 달라고 하면 만들어 주는데 그런대로 맛있다. 편의점에도 비건을 위한 메뉴가 있고 오뚜기에도 그런 제품이 있다. 자주 가는 분식집은 주인이 알고 그렇게 해준다. 이제 불편한 것이 별로 없다.

9. 고등학교 진학을 하면 어떻게 활동할 것 같나?
 

서로 다른 고등학교에 가기 때문에 평일에 같이할 수는 없지만 주말에는 같이하자고 계획하고 있다. 같이하자는 사람들이 나온다면 같이할 생각이고 바라고 있다. 여러 명이 나오면 여러 공간에서 역할 분담을 하면서 할 수 있을 것이다. 많은 청소년이 우리 활동에 참여했으면 하고 바라고 있다. 내게 이메일을 남기면 된다. (haeyeong1225@gmail.com)


주말에는 토요일 점심때 활동하고 평일에는 수, 목요일 학교 앞에서 활동하면 된다. 계절별로 상황에 따라 다른데 원래 날이 따뜻할 때 주말은 사람이 많이 찾는 울산대공원에 나갔다. 어디 장소가 확정된 것이 아니라 홍보가 잘 되는 곳으로 이동한다.

10. 피켓에 구체적인 개인의 실천 강령이 있는가?
 

일주일에 한 번은 ‘고기 없는 날’을 말하고 있다. 또 기성세대에게는 총선 때 사람들을 잘 뽑아 달라는 이야기도 하고 있다. 원래 피켓이 20~30개 정도로 많은데 오늘은 다 들고 오지 못했다. 대공원 앞에서 할 때는 벽면에 여러 개를 세워 둔다. 


울산교육청은 2주에 한 번은 ‘고기 없는 날’을 실천하는데 학교는 아직 하고 있지 않아 우리는 도시락을 싸서 다니고 있다. 서울시청도 1주일에 한 번은 ‘고기 없는 날’로 하고 있다고 들었는데 울산시청은 아직 시행하지 않는 것으로 알고 있다. 기후위기 관련한 강의를 들으러 가면 이영미 채식평화연대 대표님이 말하는 것을 여러 번 들었는데 도움이 많이 됐다.

11. 기성세대에 대해 부탁하고 싶은 말은?
 

당장 실천하기 힘들겠지만 지구온난화를 부추기는 석탄화력발전소에 투자하지 않은 은행을 이용해 달라고 부탁하고 싶다. 지자체나 공공기관은 그런 은행에 계좌를 만들지 않아야 한다. 제주은행과 전북은행을 제외하고 현재 대부분 은행은 국내외 석탄투자를 하고 있다. 투자금액도 아주 많다. 관공서에 요청해서 바꾸기는 어려운 일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개별적인 실천을 요구하고 있다. 앞으로 곧 총선인데 우리 지역 기후문제, 기후위기 문제를 해결해 줄 수 있는 후보들에게 표를 줬으면 한다. 우리는 유권자가 아니기 때문에 표를 행사할 수 있는 시민들에게 요청하는 것이다. 


우리가 계속 듣는 말이 ‘너희를 위해서...’라는 말이다. 정치적 수사인 것 같아 진정성이 느껴지지 않는다. 기후위기를 잘 대처해야지 진정 우리를 위하는 것인데, 정말 아는 것부터 실천하면 좋겠다. 기성세대는 우리를 위한다고 하지만 정작 기성세대 본인이 할 일은 하지 않고 있다. 기성세대가 부채의식을 가지고 좀 부끄러워했으면 좋겠다. 기성세대는 우리가 누릴 기회를 박탈하고 있다. 우리는 투표권도 없기에 기성세대가 책임성 있게 나서주면 좋겠다.
안전한 미래를 꿈꿀 권리를 우리에게 보장해주면 좋겠다. 청소년들이 정책결정에 참여할 수 있도록 선거연령이 더 낮아졌으면 한다.

12. 학교에서 하는 기후위기 교육은 어떤가?
 

교육 내용에 지구환경위기에 대해 투발루 섬이 잠기는 문제나 기아에 시달리는 제3세계 나라를 많이 보여주는데 결론은 ‘우리나라는 잘 대처하고 있다’다. ‘세계적으로 잘 대처하고 있으니 곧 끝날 문제다’라는 식으로 결론이 나는 교육이다. 오존층 파괴를 막기 위한 몬트리올 의정서를 예로 들면서 ‘대체물질 개발로 오존층이 이제 더 이상 파괴되지 않는다’는 식이든지 ‘파리협약이 모든 국가가 잘 진행하고 있다’는 식이다. 해결하지 못한 문제가 산적한데도 해결한 문제만 한두 가지 이야기하는 식의 교육을 하는 경우가 많다. 환경위기 현상은 많이 나열하는데 그 해결책까지는 제시하지 못하고 몇몇 문제 해결 사례로 전체 문제가 해결된 양 이야기한다. 예를 들면 ‘아프리카 아이들이 굶어 죽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빈부격차의 문제가 있다’는 식으로 우리들도 다 아는 표면적인 현상만을 나열하고 이것이 얼마나 심각하고 앞으로 추이가 어떻게 될 것인지에 대해 이야기하지 않는다. 


또 이런 기술이 개발됐다면서 앞으로 환경문제가 해결될 것이라고 너무 희망적으로 말한다. 울산은 수소차나 풍력발전이 모든 문제를 해결할 것처럼 이야기한다. 사회 책에서는 핵발전소가 친환경이라고 아직도 설명하고 있다. 천연가스도 화석연료인데 공해물질이 적어 친환경연료라고 한다. 개인 실천에 있어서도 플라스틱이나 비닐 줄여 쓰기, 물 아껴 쓰기 등으로 해결할 수 있는 것처럼 환경문제의 심각성을 희석화시킨다. 지구위기 문제를 개인적인 실천만 잘 하면 해결될 문제로 설명하고 탄소배출권 같은 이야기도 우리가 잘 이행하는 것처럼 이야기한다. 기후위기교육은 시간도 적고 내용도 문제가 있다고 본다.  

 

▲ 울산시청 큰 건물 앞에 선 두 청소년 모습은 왜소해 보였다. 하지만 기후위기에 대한 울산지역 청소년들의 목소리로는 처음이라 큰 주목을 받고 있다.                                                                                                         ⓒ이동고 기자


13. 더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담벼락에 기대어 두는 홍보 피켓은 더 있다. 어떻게 하면 기성세대를 설득할 수 있나 고민하며 종이상자 뒷면에 직접 손으로 써서 만들었다. ‘시험은 벼락치기가 돼요. 기후위기는 벼락치기가 되지 않아요.’, ‘아마존 파괴 원인 91%는 축산업’, ‘숲이 없으면 지구도 없습니다’, ‘마지막 빙하가 녹고 마지막 종이 멸종되고 당신의 집이 잠길 때 그때 우리는 깨달을 겁니다. 당장 행동해야 했다’, ‘기후야 변하지 마, 우리가 변할게’, ‘대한민국은 기후가해국, 이산화탄소배출량, 1인당 에너지 사용량, 가장 지위에 비해 낭비가 심한 나라, 재생에너지 비율 등등 OECD 꼴찌’, ‘한국인처럼 살려면 지구 3.5개가 필요’ 이런 문구들이다.


이동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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