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크라테스가 말을 걸어올 때

최미선 인문숲사회적협동조합 사무국장 / 기사승인 : 2021-05-02 09:2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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펠로폰네소스 전쟁에서 패한 아테네

소크라테스는 기원전 470년 아테네가 가장 풍요로울 때 태어나 황금기에 성장했고 기원전 399년 아테네가 멸망하기 직전 70세에 죽었다. 소크라테스에 대해 동시대인들이 쓴 책인 아리스토파네스의 <구름>, 크세노폰의 <소크라테스 회상>, 그리고 플라톤의 다수의 저작이 현재까지 남아 있다. 그들에 따르면, 소크라테스는 굉장한 천재였으며, 건장한 체격을 가진 강인한 사람이었고, 오랫동안 한 곳에 집중할 수 있는 집중력이 강한 사람이었다. 군 복무 시절 생각에 빠져 밤을 새고 태양이 떠오를 때까지 한 곳에 서 있었다고 전한다. 또한 인생의 중요한 순간에 종종 ‘다이몬’이라는 신비한 음성을 들었다고도 전해진다. 소크라테스가 자신을 도덕 철학가로 생각하게 된 결정적인 계기는 델포이 신탁의 응답이었다. 친구 카에로폰이 델포이에 가서 소크라테스보다 더 현명한 사람이 있느냐고 물었을 때, 없다는 응답을 받았다. 소크라테스는 이 응답의 의미를 자신이 무지를 깨달았기 때문에 그렇지 못한 사람들에 비해 현명한 사람이라고 해석했다. 이런 태도로 그는 진리와 지혜에 대한 탐구를 시작했다. 


펠레폰네소스 전쟁에서 패배한 아테네는 이 전쟁과 관련된 일련의 사태들 때문에 소크라테스를 법정에 세운다. 재판 전면에 드러나지 않았지만, 재판에 큰 영향을 미친 일련의 사태 중 하나는 소크라테스의 제자로 알려진 희대의 미남 알키비아데스였다. 알키비아데스는 명문가 페리클레스의 조카이자 소크라테스의 제자로 알려져 있고 전쟁에서의 공훈, 화려한 언변과 수려한 외모 등으로 알려진 아테네 정치의 중심인물 중 하나다. 그가 스파르타로 넘어가 아테네에 관한 귀중한 정보를 넘겨준 것이다. 사람들은 알키비아데스의 행위에 소크라테스가 어느 정도 책임이 있다고 생각했다. 또 한 가지는 소크라테스가 자신이 속해 있던 500인의 원로원 위원회와 심각하게 반목하고 있었다는 것이다. 또 다른 한 가지는 스파르타에 패한 아테네에 친스파르타 정부인 30인 위원회가 소집됐을 때, 이 구성원 가운데 몇 명이 소크라테스의 친한 친구였다는 것이다. 이 위원회는 폭력적인 과두지배체제였으며, 민주정 체제의 핵심인물들을 숙청했다. 결국 1년도 되지 않아 과두체계는 무너졌지만, 소크라테스를 향한 의심의 눈길은 무너지지 않았다. 이러한 상황은 소크라테스에 대한 불신을 더해 결국 기원전 399년에 재판에 회부되게 이른다. 


<소크라테스의 변명>의 무대는 아테네의 배심원 법정이다. 이 법정에는 서른 살 이상의 아테네 시민 500명이 배심원으로 참가하게 돼 있다. 소크라테스는 당시 유명 인사라 많은 사람이 재판을 보기 위해 모여들었다. 소크라테스는 자신을 고발한 멜레토스, 아뉘토스, 리콘 세 사람과 함께 배심원석 앞에 앉아 있다. 


<변명>은 크게 세 부분으로 나뉜다. 첫째, 소크라테스가 과거의 비공식 고발자들을 언급한 후 현재의 고발자들에 의한 자신의 주요 피의 사실에 대해 하는 연설이고, 둘째, 소크라테스가 배심원들에게 유죄를 선고받은 후에 대안 형량을 제안하는 연설이며 세 번째, 사형 선고가 내려진 후 소크라테스가 배심원들에게 한 마지막 연설이다.

자신의 피의 사실에 대한 첫 번째 항변 연설

소크라테스는 모두 발언을 통해 자신은 언변에만 능한 소피스트와 다르며 진실만을 이야기하겠다고 말한다. 그는 70세가 다되도록 아테네에 살면서 법정에 처음으로 와봤다고 한다. 그런데 이 법정은 아테네의 민주주의 활동이 일어나는 장소가 아니던가? 아테네인들은 같은 동료를 시민들 앞에서 재판하는 아테네의 법제도를 자랑스러워했으며, 그 일은 바로 이 법정에서 일어나는 일이었다. 그런데 소크라테스는 그 나이가 되도록 이 법정에 처음으로 등장한 것이다. 이는 분명 아테네 시민들이 갖는 여러 의혹을 확신하게 하는 역할을 했으리라.

과거의 비판자들에 대한 항변

소크라테스는 자신에게 공식, 비공식의 이중의 고발이 존재한다고 말한다. 비공식 고발은 공식 고발보다 더 뿌리 깊어서 이에 대해서 먼저 항변을 시작한다. 배심원 중 많은 사람이 오랫동안 떠도는 잘못된 소문에 사로잡혀 있어서 그에게 공정한 심판을 내릴 입장이 아니라고 주장한다. 그는 배심원들이 과거에 들었던 소문이 아닌 자신의 변론을 기준으로 판단해주기를 바란다. 자신이 누구인지를 밝히기 위해 자신이 무엇이 아닌지를 밝히는 데 집중한다. 자신에게 씌워진 비공식 혐의들을 먼저 밝혀 나간다. 첫째, 나는 자연철학자가 아니다. 둘째, 나는 소피스트가 아니다. 셋째, 신탁 예언의 확인이다.

현재의 비판자들에 대한 항변

소크라테스를 고발한 공식 내용은 “소크라테스는 젊은이들을 망치고, 국가가 믿는 신들을 믿지 않고 다른 새로운 신령스러운 것들을 믿음으로써 불의를 행하고 있다”는 것이다. 소크라테스는 멜레토스를 상대로 이 고발에 대한 논박을 진행해 나간다. 소크라테스는 멜레토스의 비논리적인 면과 모순적인 면을 잡아내며 반박한다. 


첫째, 젊은이를 망쳤다. 먼저 “젊은이를 망친다는 고발”에 대해 반박하며, 멜레토스가 중요한 문제를 경박하게 처리하고 젊은이 교육에 무관심함을 지적한다. 


둘째, 신을 믿지 않는다. 고발장에는 ‘새로운 신’에 대해서 언급하고 있는데, 이는 소크라테스가 말한 ‘목소리’ 또는 ‘다이몬’을 가리키는 말인 듯하다. 소크라테스는 자신은 신적인 것을 믿기 때문에 ‘신의 존재를 믿는다’고 했고, 그러므로 멜레토스의 기소는 자기모순이라고 항변했다. 


셋째, 시민불복종. 소크라테스는 자신을 아킬레우스, 헤라클레스와 연결시키며 자신도 신의 총애를 받고 있다고 말함으로써 배심원들의 분노를 샀다. 여기서 우리는 소크라테스가 새로운 영웅상을 제시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가 제시한 영웅은 아킬레우스나 헤라클레스처럼 전투에서 뛰어난 실력을 발휘하거나 도시 국가를 위해 맹목적으로 목숨을 바치는 사람이 아니라, 정의에 헌신하는 사람이다. 소크라테스는 아테네를 ‘굼뜨고 깨워줄 필요가 있는 말’에 비유하고 자신은 그 말을 깨우는 ‘등에’로 비유한다. 자신은 신이 내려 준 사명인 ‘아테네의 등에’로서 지속적으로 아테네를 깨우고 설득하는 것을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말한다. 이는 배심원들의 분노를 사기에 충분했을 것이다.


첫 번째 변론 마지막으로 그는 동정에 호소하지 않겠다고 말한다. 그에게도 아이와 친척이 있지만 그들을 이용해 동정을 사는 행위를 하지 않겠다고 한다. 이유는 그것이 아름답지도 정의롭지도 경건하지도 않다는 것이다. 첫 번째 항변 연설이 끝나고 소크라테스는 유죄 판결을 받는다. 설득에 실패한 것이다. 우리는 첫 번째 연설 도중 간간이 들려오는 소란에, 소크라테스가 설득에 실패하고 있음을 짐작할 수 있다. 이 재판을 직접 본 사람들은 그날 재판장이 야유와 고함 등이 난무하는 아수라장이었다고 말한다.

형량의 대안을 제시하는 두 번째 연설

아직 형량은 정해지지 않았다. 소크라테스를 고소한 자들이 연설했고, 이제 소크라테스가 자신의 형량을 제안하는 연설을 해야 한다. 소란이 가라앉은 후 소크라테스의 연설이 시작된다. 먼저 그는 유무죄 투표수 차이가 근소한 것에 놀라워하고 있다. 그렇다면 소크라테스가 받아야 하는 정당한 형량은 무엇인가? 놀랍게도 소크라테스는 형벌이 아니라 보상을 받아야 한다고 말한다. 영웅들이 대접받는 시 중앙청사에서 식사 대접을 받는 것이 마땅하다고 말한다.

최종 판결 후 마지막 연설

이제 마지막 투표만 남았다. 처음 투표에서는 무죄판결이 220표, 유죄판결이 280표였다. 그러나 두 번째 연설이 끝난 후에는 사면이 160표, 사형이 340표가 나와 그 차이가 훨씬 벌어졌다. 그의 연설이 설득에 실패한 것이다. 아니 실패를 자초한 것이다. 아테네 시민들은 자신들을 설득하기보다는 자신은 진실만을 말하고 있다고, 나쁜 삶을 살기보다는 차라리 죽겠다고 말하는 소크라테스에게 사형을 선고했다. 호시절에는 그의 잔소리를 참을 수 있었으나, 아테네는 이젠 그런 관용을 베풀 여력이 없었다. 이제 소크라테스는 그들에게는 귀찮고 위험한 존재였던 것이다.

사형 선고를 한 배심원들을 향한 연설

사형선고를 받은 소크라테스는 배심원들을 향해 연설한다. 먼저 사형 투표자들에게 하는 연설에서, 사형 투표자들은 잠깐을 못 기다리고 곧 죽을 지혜로운 자를 죽였다는 오명과 비난을 자초한 것이라고 말한다. 그는 자신을 처형했다는 이유로 아테네를 비난하는 사람들이 소크라테스 자신을 지혜로운 사람이라고 말할 것이라고 예언한다. 그리고 자신의 죽음 이후에도 논박자는 계속 늘어날 것이라고 예언했다. 소크라테스 자신이 지금까지 이 비판자들을 억제시켜 왔으며, 그것을 벗어나는 길은 자신을 훌륭하게 만드는 것뿐이라고 말한다.

무죄 투표를 한 배심원들에게 한 연설

이제 소크라테스는 무죄 투표자에게 눈을 돌려 연설을 한다. 서두에서 그는 지금 일어난 일의 의미에 관해 친구 간의 대화를 나누자고 말한다. 그의 무죄에 표를 던진 배심원들에게 자신에게 굉장한 일이 일어나고 있음이 분명하다는 말을 한다. 이는 아침에 법정에 나올 때부터 지금까지 신의 가호가 반대하지 않았으니 자신에게 일어난 일이 나쁜 일은 아니라는 것이다. 즉 그의 죽음은 좋은 죽음이라는 것이다. 그에게 죽음은 무로 가는 것이거나 다른 곳으로 이동하는 것이다. 만일 죽음이 무로 가는 것이라면, 꿈도 없는 깊은 잠을 잘 것이고, 다른 곳으로 이동하는 것이라면, 훌륭한 사람은 살아 있든 죽은 후든 신이 돌보므로 걱정할 것이 없다는 것이다. 그리고 각자의 길을 향해 가는 자신과 고발자들을 비교하며 어느 쪽이 좋을 것을 향해 가는지는 신만이 안다는 최고의 철학적 수사로 마무리한다 .


“아니 벌써 떠날 시간이 되었군요. 나는 죽으러, 여러분은 살러 갈 시간이. 우리 중 어느 쪽이 더 좋은 일을 향해 가고 있는지는 신 말고는 그 누구에게도 분명치 않습니다.”


최미선 인문숲사회적협동조합 사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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