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인영 장관의 특이 화법

김영윤 (사)남북물류포럼 대표 / 기사승인 : 2021-03-22 00:0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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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

이인영 장관의 화법은 특이하다. 남의 이야기를 하는 것 같다. 주무장관으로서, 정치인으로서 정책을 추진하는 국정 담당자로서의 의지 표현이 아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와의 인터뷰(21.2.24)에서 이 장관은 “5년간 강한 제재가 이뤄졌고, 이제는 제재가 성공적인 북한 비핵화 프로세스에 긍정적으로 기여하는지 아닌지 살펴볼 때가 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인도주의적 지원에 대한 예외를 확대하거나 보다 큰 유연성을 발휘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아니, 살펴볼 때가 됐으면 살펴보고 주무장관으로서 어떻게 하겠다고 해야 하지 않겠는가. 인도지원에 대한 예외를 확대하거나 유연성을 발휘할 필요가 있다고만 이야기할 것이 아니라, 일선 최고 정책추진자로서 인도지원의 예외를 어떻게 확대해 나가겠다, 유연성을 어떻게 발휘하겠다고 해야 하지 않겠는가 말이다. 말만 하고는 끝이다. 


한 통일매체와의 인터뷰(20.3.9 통일뉴스)에서도 이 장관은 “한반도 평화, 남북관계 개선에 도움이 된다면 훈련 연기나 유보도 바람직하겠다는 생각을 개인적으로 가지고 있다”고 했다. 이것이 어찌 주무장관으로서의 말인가. 올해는 “남북관계 개선이나 한반도 평화를 위한 노력들은 정치적 일정과 상황과 관계없이 꾸준하게 지속돼야 한다”고 하면서 “상반기 중에는 남북관계가 대화도 재개되고 정상화되는 개선의 과정에 접어드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했다. 바람직하다는 것을 누가 모르는가? 정부서울청사에서 영상으로 열린 국무회의(21.3.9)에서도 똑같이 이야기했다고 한다. “올해는 문재인 대통령으로서는 집권 후반기이고 거의 마무리해야 하는 시점”이라면서 “여러 가지 복잡한 상황들을 염두에 두더라도 상반기 중에는 남북관계가 대화도 재개되고 정상화되는 개선의 과정에 접어드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겠냐는 생각을 한다”고 밝혔다.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면 주무장관으로서 개선의 과정을 어떻게 열겠다든지, 열기 위해 어떤 일을 하겠다고 해야 하지 않겠는가 말이다. 매번 이런 식이다. 미국 하와이대 한국학연구소 주최로 열린 웨비나 코리아비전 대화(20.2.20)에서도, 대한적십자사의 ‘상생과 평화의 한반도 생명·안전공동체 구축’ 공개 세미나(20.2.23)에서도 이 장관 특이 화법은 계속된다. 


공공자리에서 하는 장관의 언급이 “생각한다”, “필요하다”로만 매번 마무리해서 될 일인지 이해가 잘 안 된다. 중요한 것은 “필요하다”, “바람직하다” 다음, 희망을 안겨줄 수 있는 메시지다. “남한 주민들의 금강산 방문이 인도주의적 가치가 있다”고 하면서도 이를 위해 “대북제재를 유연화해야 한다”고 말하고 끝내면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국제사회의 공감대가 형성된다면 비상업용 공공 인프라와 같은 분야로 조금 더 제재의 유연성이 확대되는 것도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바람직함을 생각으로만 끝내야 하는 문제인지 정말 묻고 싶다.


통일부의 대북 정책에 큰 관심을 갖고 있고, 남북관계 개선과 활성화를 원하는 사람들은 통일부 장관이 하는 공식적 발언에 늘 귀를 기울인다. 그렇지만 연약하고 감성적인 표현을 보면서 정부가 무엇인가 해낼 것으로 기대를 걸 수 있을지 의문 갈 때가 많다. 이 장관은 위에서 언급한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와 인터뷰(21.2.24)에서 “남북 간의 특수한 관계를 조금 더 세계인들이 이해해 주고, 그런 과정에서 남북관계의 개선이나 발전을 바라보는 따뜻한 시각들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했다. 안타까운 마음이야 이해하지만 감성적이다. 전 세계 사람을 상대로 호소한 것이라고 이해하는 것으로만 만족해야 할까? 그뿐이 아니다. “국제사회의 공감대가 형성된다면 비상업용 공공 인프라 같은 분야로 조금 더 제재의 유연성이 확대되는 것도 바람직하다”고 했다. 그 바람직한 것을 어떻게 실천해 내야 할 것인가가 관건일 텐데, 답답함이 물밀 듯 밀려온다. 


그러다 보니 이 장관의 언급에 비난과 비판의 날이 선다. 위 인터뷰에서 이 장관이 “제재의 목적이 아니었는데 결과적으로는 북한 주민들의 삶이 어려워졌다면 이런 점들은 어떻게 개선하고 갈 것인가”라고 하면서 “분명히 평가하고 짚고 넘어가야 할 시점은 된 것 같다”고 말한 것을 두고 미 국무부는 “북한의 도발과 무력 사용을 막고, 가장 위험한 무기 프로그램을 손에 넣지 못하도록 제한하는 것이 미국의 중대한 관심 사항”이라고 반박(21.3.2)했다. 이는 이 장관의 취지에 대한 일말의 고려가 없는 언급이다. 그야말로 자존심을 짓밟는 발언이다. 하물며 조슈아 스탠튼이라는 일개 변호사도 이런 이야기를 했다. “모든 중요한 정책 문제와 관련해 심지어 자국민의 시민적 자유를 희생해가며 김정은의 이익을 옹호하는 문재인 정부의 경향을 고려할 때 미국이 한국을 동맹으로서, 그리고 수만 명의 미군과 미군 가족들의 안전한 주둔국으로서 신뢰할 수 있는지를 바이든 행정부는 현실적으로 재평가해야 할 것”이라는 것이다. 참을 수 없는 모욕감을 느낀다. 이런 말에 변변한 항변마저 찾아보기도 힘들다. 


기껏 항의라고 내놓은 것을 보면 꼬리를 내리는 것 같은 모습이다. 반박 성명은 오히려 반감까지 부채질할 정도다. 제재의 비핵화 촉진 여부에 대한 평가가 “국제사회의 인식과 동떨어진 것은 아니다”라고 하면서 이 장관의 언급이 “대북제재만으로 북한의 어려움이 야기됐다는 것은 취지와 어긋난다”는 정도다. 대북제재가 북한 경제를 어렵게 한 것은 삼척동자라도 다 아는 사실이다. 이유야 어떻든 서방 세계와 제대로 교역할 수 없는 상황을 만든 것이 지금까지 지속돼온 대북제재다. 생각해보라. 대북한 제재로 한 해 50만 배럴의 정유제품만 수입할 수 있는 북한에 비해 하루에 250만 배럴을 소비하는 남한과 무엇을 더 어떻게 비교할 수 있겠는가 말이다. 북한이 겪는 대북제재를 남한이 받는다면 과연 그와 같은 제재를 이겨낼 수 있을지 생각해봐야 할 일이다. 보다 더 선이 굵고 확실한 언급을 기대하는 것은 불가능한 일일까? 답답하고 안타까운 마음을 언제까지 계속하며 살아가야 할까?


김영윤 (사)남북물류포럼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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