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무부장론

도상열 두동초등학교 교사 / 기사승인 : 2021-03-23 00:0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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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 톺아보기

 

이 글을 읽는 독자들은 ‘교무 선생님 또는 교무부장’이란 말이 낯설지 않을 것이다. 교무부장은 평교사 중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역할을 수행하는 사람으로 학교의 주요 행사를 주관하고 평교사와 학교 관리자(교장, 교감) 사이에서 의견을 조율하며 대외 업무의 창구 역할을 수행하는 직책이다. 교무부장은 수업은 수업대로 하며 학교 업무 대부분을 주관해야 해서 학교 일에 익숙하고 노련한 경험 많은 교사가 맡는다. 


그런데 학교구조에서 승진하기 위해서는 가장 힘든 교무부장 역할을 몇 년간은 담당해야 한다. 근무평정에서 최고점은 교무부장에게 주는 것이 불문율처럼 돼 있다. 그만큼 고생하는 자리이기 때문이다. 학교장이 돼 학교를 경영하기 위해서는 학교의 모든 일을 속속들이 파악하고 운영해보는 경험이 있어야 하므로 승진하려는 이들은 반드시 교무부장은 해 봐야 한다고 말한다. “교무부장도 해 보지 않은 사람이 학교장을 하려 한다고….” 승진한 교장, 교감들이 내부형 공모 교장에 대해 평가할 때 하는 말이다. 현재의 학교 체제에서는 이런 말은 상당히 설득력 있게 들린다.


그런데 학교를 배움 중심의 민주적 학교로 변화시켜 나가기 위해선 현재의 교무부장 중심의 학교 운영시스템 자체를 변화시켜야 한다. 왜 그럴까?


지금의 학교장-교감-교무로 이어지는 학교 시스템은 우리나라에 근대교육이 도입되면서(일제 강점기에) 만들어져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다. 1990년까지 이 시스템은 매우 효율적인 시스템이었다. 학급당 학생 수가 많게는 50~60명까지 육박했고 학 학년에 10개 반이 넘는 학교가 많았다. 울산 시내 중심지 학교 대부분이 과대 과밀 학교였고 학교에서의 교육활동은 교사들에 의해서만 이뤄졌다. 급식소도 없었고 행정실 일도 교사들이 맡아서 했다. 보건교사도 없었고 교과전담도 없었다. 교육실무사도 없었다. 지금으로선 상상하기 어려운 교육여건이지 않은가? 함께 상상해 보자. 이런 여건에서 어떤 방식의 교육이 가장 효율적인 방식이었을까?


학급에서는 체벌이 허용됐고 학교에서 회의는 지시 전달과 집행-점검으로 이뤄졌다. 창의적인 학교·학급 운영보다는 학교 간, 학년 간 보조를 맞추며 정해진 일을 잘 챙겨나가는 것이 학생들의 일탈을 막고 사고를 줄이는 효율적인 운영시스템이었다. 학교장과 교감의 역할은 큰 사고 없이 학생들이 정해진 교육과정을 이수할 수 있게 학교를 유지·관리하는 것이었다. 교육청의 책무도 같은 선상에 있었다. 국가에서는 학생들의 학력을 신장시키는 방안으로 일제고사식 학생평가와 선발고사를 통해 국가가 필요한 인재를 기르고자 노력했다. 


이런 교육환경의 산물이 ‘수업과 학교 업무를 주관’하는 ‘교무부장’이란 직책이다. 문제는 이 시스템이 여전히 유지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그간 학교 여건은 어떻게 변화해 왔는지 확인해보자. 학급당 학생 수는 평균 20~30명대로 줄었고 울산 시내 중심지 대부분의 학교도 한 학년에 3~4학급을 넘지 않는다. 교과 전담제가 도입됐고 모든 학교에 보건교사가 배치됐다. 모든 학교에 급식소가 만들어져 무상급식이 이뤄지고 있고 교육실무사가 배치돼 예전에 교감이 하던 일들의 상당 부분을 교육실무자가 맡고 있다. 학생 대비 교직원 수는 선진국 수준에 육박한다. 물리적 교육환경은 새로운 교육을 열어갈 수 있을 정도로 성숙했다. 


하지만 국가교육정책과 교육행정 시스템은 아직 새로운 미래를 열어갈 정도로 변화하지 못하고 있다. 상당한 변화들이 이뤄지고 있지만 몇 가지 부분에서 근본적인 변화를 이뤄내지 못하고 있다. 학교 운영시스템도 마찬가지다.


학교 운영시스템의 근본적인 변화를 교무부장 역할을 새롭게 규정하는 것에서 시작해야 한다. 현재의 교무부장 역할은 교감이 맡고 교무부장 역할은 수업과 관련된 교육과정 운영, 수업 나눔, 프로젝트학습 운영 등으로 전환시켜야 한다. 교무부장이 자기 반은 자습시켜 두고 입학식과 졸업식을 주관하거나 학교의 월간, 주간, 일일 업무 계획을 짠다고 학급 일이나 학년 군 일에 소홀할 수밖에 없는 현재 시스템의 개혁 없이 학교는 미래로 나아가기 어렵다.


밀양의 밀주초와 진주의 대곡초에서 이런 실험을 시작했다고 하니 여간 반가운 게 아니다. 혁신교육 2기에 들어선 경남교육청 혁신학교 두 곳에서 올해 시작한 일이다. 대곡초는 내부형공모교장이 운영하는 학교이고 밀주초는 올해 경남형 혁신학교로 지정된 학교다.


페이스북에 올라온 이 두 학교의 목소리를 옮겨 본다.


밀주초 교감 “밀주초는 올해 교무부장이라는 보직을 없앴다. 일반 학교의 교무부장이 했던 입학과 취학, 유예와 정원외 관리를 포함한 의무교육관리위원회를 맡아서 처리하고 있다. 입학대상자 중 한 명이 입학하지 않고 ‘홈스쿨링’을 선택했다. 하나씩 공부하면서 매뉴얼대로 처리하려고 하니 머리에 쥐가 난다. 교감 6년 차인 내가 이러한데 교직 경력 10년 차에 교무부장을 맡은 이웃 학교 ♡♡♡선생님은 우짜노?”


도상열 두동초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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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상열 두동초등학교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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