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삼관 매혈기

오영애 울산환경과학교육연구소 대표 / 기사승인 : 2021-09-14 00:0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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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중국 소설가 위화는 서문에서 이 작품을 평등에 관한 이야기라고 말한다. 과연 그럴까?
“그가 추구하는 평등이란 그의 이웃들, 그가 알고 있는 사람들의 그것과 다를 바가 없다. 그는 아주 재수 없는 일을 당했을 때 다른 사람들도 같은 일을 당했다면 괜찮다고 생각한다. 또 생활의 편리함이나 불편 따위에는 개의치 않지만 남들과 다른 것에 대해선 인내력을 잃고 만다. 그의 이름은 허삼관일지도 모른다.”-서문에서


<허삼관매혈기>는 1958년 중국 문화대혁명, 대약진운동, 제강생산운동이 일어나던 때가 배경이다. 누에공장에서 일하는 허삼관이 피를 파는 에피소드에는 당시 사회풍속, 음식과 생활양식, 문화대혁명이 어떻게 중국을 변화시키는지 알 수 있는 정보가 들어있어 중국에 대한 교양을 쌓을 수 있고, 피를 팔아야 할 때마다 능청스럽게 버티다가 막다른 길에 와서야 움직이지만 결국 가족을 위기에서 구하는 허삼관이라는 매력적인 인물을 발견하고 빠져드는 재미가 있다. 


중국은 대약진운동, 제강생산운동을 벌이며 농민들의 모든 땅과 살림살이마저 국가에 귀속시키고 급식소를 운영한다. 그러다 급식소가 문을 닫는다. 허삼관은 한 달 넘게 옥수수죽만 먹은 아이들이 가여워 자신의 생일날 말로 요리를 해서 먹인다. 


“허삼관은 침 삼키는 소리가 갈수록 커지는 걸 느꼈다. 삼락이 혼자 삼키는 소린가? 내 귀에는 아주 크게 들리는데. 일락이 이락이도 침을 삼키는 것 같은데? 당신도 침을 삼키는구먼. 잘 들으라고. 이 요리는 삼락이한테만 주는 거야. 삼락이만 침 삼키는 걸 허락하겠어. 만약 다른 사람이 침을 삼키면 그건 삼락이의 홍사오러우를 훔쳐 먹는 거라구. 다른 사람들 요리는 나중에 만들어줄 테니까 그러지들 말라구. 먼저 삼락이 먹게 하고, 나머지 사람들 요리는 따로 만들어줄게. 삼락아 잘 들어라. 한 점 입에 넣고 씹으니까 맛이 어떠니? 비계는 기름지지만 느끼하지 않고, 살코기는 보들보들한 게…”-164쪽


허삼관은 이후 결심한다. 피를 팔기로. 그는 피 판 돈으로 식구들에게 국수를 사 먹이지만 자신의 친자가 아니라고 생각하는 일락은 제외한다. 


“일락아. 내가 평소에 언제 너를 홀대한 적이 있니? 이락이, 삼락이가 먹는 거면 너도 같이 먹었잖니. 하지만 오늘 이 돈은 내가 피를 팔아 번 거라구, 쉽게 번 돈이 아니에요. 내 목숨하고 바꾼 돈이라구.”-174쪽 


그러다 결국 일락에게 국수를 사주게 되는데, 그 과정엔 중국소설이 아니면 맛볼 수 없는 해학이 넘친다.
허삼관의 아내 허옥란은 문화대혁명으로 억울하게 고초를 겪는다.


“문화대혁명이 오늘날까지 왜 이렇게 떠들썩한지 이제야 좀 알겠어. 문화대혁명이 무엇이냐? 개인적인 원수를 갚을 때 말이지. 예전에 누가 당신을 못살게 굴었다 치자구. 그러면 대자보를 한 장 써서 길거리에 붙이면 끝이야. 법망을 몰래 피한 지주라고 써도 되고, 반혁명분자라고 써도 좋아. 아무렇게나 써도 된다고. 요즘은 법원도 없고, 경찰도 없다구, 요즘에 가장 많은 건 바로 죄명이야”-216쪽


허옥란은 화냥년, 매춘부로 고발돼 머리카락을 잘리고 거리에서 목에 팻말을 걸고 자기반성을 하다가, 결국 집안에서도 비판투쟁대회가 열라는 압박을 받지만 가족이 오히려 화해하는 반전을 맞는다. 


이 작품은 해피앤딩 구조이고, 본문 곳곳에 풍자, 해학이 담긴 대화가 빛난다. 허삼관은 평생 불평등을 겪었지만, “좆털은 눈썹보다 늦게 나지만 눈썹보다 길게 자란다.”는 말로 평등을 역설하며 소설은 끝을 맺는다. 


오영애 울산환경과학교육연구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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