엉덩이로 공부합니다

김윤경 글 쓰는 엄마 / 기사승인 : 2021-07-27 00:0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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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일기

지난번엔 양육에서 패잔병이 돼 글을 썼다. 회복됐다면 좋으련만 여전히 죽 쑤고 있다. 등원 준비할 때가 1차 고비, 하원하고 나서가 2차 고비다. 특히 하원 시간이 다가오면 ‘오늘은 무사히 넘어가려나’ 걱정으로 두근거린다. 여름이라 창문을 열고 지낸다. 우리 집 우렁찬 소리가 1층까지 들린다. 이런 걸 남사스럽다고 하나.


패잔병이 됐을 때 초심을 떠올린다. 콩나물에 물을 주면 다 빠지고 없는 거 같지만 콩나물은 분명 자란다는 것, 사랑은 경작된다는 것을 마음속으로 읊조린다. 남편이 우리 집 너무 까발리는 거 아니냐며 수위 조절 좀 하란다. 남들이 보면 막장인 줄 알겠다고. 자고로 배우자 말을 잘 들어야 한다. 나는 이쯤에서 현장르포를 휘갈겨 쓰고 싶은 마음을 조절하겠다. 


내 상태는 요즘 여유가 없다. 자격시험을 2개 앞두고 있다. 필기에 붙고 면접까지 간다면 연말이다. 올해는 이렇게 가는구나 싶다. 대학원 5학기를 다녔고 이제 8월에 졸업한다. 심지어 평점이 4.5다. 하얗게 불태웠다. 내 학습유형은 ‘완벽-만족형’이다. 어마무시하다. 애 둘 키우랴 살림하랴 공부하랴 애썼다. 애들이 집에 없는 시간에 전투적으로 공부했다. 사람 만나는 약속도 잘 잡지 않았다. 만나더라도 밥만 먹고 헤어졌다. 늘 24시간이 부족했다. 애들은 돌아서면 오지 않는가.


과제나 시험기간이 되면 일상의 농도는 더 짙어졌다. 원래 책 보고 글 쓰는 걸 좋아해서 금방 석사과정에 적응했다. 보고서 작성을 하면서 희열을 느끼기도 했다. 매 학기 최선을 다했다. 친정엄마는 내가 살이 더 빠진 거 같다고 안쓰럽게 보신다. 밥은 잘 챙겨 먹냐고 물으신다. 솔직히 밥 먹는 시간도 아까워서 건너뛰기도 했다. 1시 되면 먹어야지 하다가 2시가 되고 곧 애들이 올 시간이고 그럼 건너뛴다. 그러다가 잠 밖에 줄일 시간이 없었다. 나는 커피를 안 마신다. 생으로 잠을 줄이기가 어려웠다. 꾸벅꾸벅 졸 때까지 공부했던 날들이 스쳐간다.


지금도 시험공부를 하고 있어서 졸업한다는 실감이 안 난다. 물심양면으로 뒷바라지한 남편에게 고맙다. 엄마 공부한다고 나름 협조한 아이들에게도 고맙다. 학교가 언제 끝나는지, 엄마는 공부가 재밌냐고 애들이 많이도 물어봤다. 큰애는 발표시간에 엄마는 일한다고 소개한다. 엄마가 학생이라고 하면 친구들이 이해를 못한다며 그렇게 말한다.


누군가 내게 물으면 대학원생이라고 대답하는 게 좋았다. 학생이라는 신분이 주는 안정감이 있었다. 공부하는 엄마도 마음에 들었다. 돈 벌 자신은 없어도 공부할 자신은 있었다. 그건 지금도 그렇다. 언제 꽃이 피는 거냐는 남편의 질문을 한 번에 알아듣지 못했다. 물을 많이 줬는데 이제 꽃이 필 때가 되지 않았냐는 덧붙이는 말에서야 알아들었다. 남편 입장에서는 그럴 수 있겠다. 이해는 되나 기분은 썩 좋지 않다. 하루 이틀 남편에게 달라진 모습을 보여줬다. 이 순간 뒤끝 있다는 말과 갈궜다는 말 중에 뭐가 적절할까 망설인다. 돈 안 벌어와도 되니까 평소처럼 하라는 자백을 받고 나서 남편을 풀어줬다.


완벽-만족형으로 공부하기 때문에 진이 빠진다. 이렇게 공부하면 되겠다는 그림이 그려진다. 머리가 좋진 않다. 남들보다 일찍 시작하고 공을 더 들인다. 이해가 안 되면 암기가 막힌다. 전형적인 문과 사람이다. 지금 공부하는 시험과목에 이과적 요소가 있다. 기출문제를 풀었는데 점수가 참담하다. 그래도 내가 좋아서 하는 공부라 붙들고 있다. 공시생은 얼마나 힘들까. 서점에서 공무원 책을 펼쳤다가 간담이 서늘해진 적이 있다. 공무원 공부해 봐라는 말은 쉽게 할 말이 아니다. 공부는 자기와의 싸움이란 생각이 부쩍 든다.

 

김윤경 글 쓰는 엄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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