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례 : 감자 무경운 재배

이근우 시민, 농부 / 기사승인 : 2021-08-09 00:0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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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부 철학

농생태학의 이해(7)

지속 가능한 농업의 실천에서는 전환이 중요합니다. 관행 농업을 농생태학적 체제로 이행하는 과정에서 심각한 생산성과 경제성 저하가 발생하면 농민이 버틸 수 없기 때문입니다. 이 점에 유의하면서 무경운 감자 재배를 사례에 비춰 구체적으로 살펴보겠습니다.

개요

우리 부부의 감자농사를 무경운의 사례로 삼았습니다. 여건과 조건, 형편과 처지에 따라 무경운은 여러 가지 다른 방식으로 이뤄집니다. 무경운 방식으로의 전환 과정은 각 농가의 사정에 따라 다른 경로를 밟게 되는데, 이 사례를 통해 일반화의 가능성을 따져보기로 합니다.

환경과 조건

우리 부부의 농장은 모두 4천여 평이고, 실제로 경작하는 밭은 3천 평가량입니다. 이중 무경운 농법이 적용된 밭은 대략 50% 정도이며 개별 밭의 무경운 이력은 2~5년으로 서로 다릅니다. 각 밭은 평균 3백여 평으로 산자락을 타고 내려오는 계단식입니다. 모든 밭이 산 또는 계곡에 맞닿아 있어 마을의 다른 농가 농지와 상당히 떨어져 있습니다.


우리 부부는 15년간 줄곧 유기농법으로 농사를 지어왔습니다. 무경운으로의 전환은 6년 전부터 단계적으로 해오고 있습니다. 밭 단위로 하는 것이 아니라 한 밭에서도 일부는 밭갈이하는 식입니다. 이는 매년 이뤄지는 심을 차례(작부체계)가 정립되지 않았고, 노동력의 부족으로 계획대로 진행하기 어려운 형편이어서 그렇습니다. 한마디로 역량 부족입니다.


우리 부부는 전형적인 소농으로 밭농사 위주로 편재돼 있고, 나오는 수확물은 모두 직거래로 출하하고 있습니다. 농사방식과 그 전환은 수확물의 유통 방식에 의해 제한되는 경향이 있는데, 이에 대해서는 글 뒤에서 짚어보겠습니다.
 

▲ 덮개가 부족한 감자밭

 


도구와 농자재

농사에 사용되는 기계는 관리기가 유일합니다. 관리기는 무경운에 진입한 후에도 일시적으로 또는 일부 무경운 경지에 대한 경운이 필요할 때 사용합니다. 심한 비가 와서 밭이 망가질 때가 있으며, 관리 소홀로 풀이 만연했을 때에도 관리기가 필요합니다. 무엇보다 덮개작물이나 덮개용 유기물 부족으로 토양이 단단해졌을 때 가벼운 경운이 필요한데 관리기가 그 역할에 가장 적합합니다.


양분 공급은 퇴비와 액비(액체비료)에 전적으로 의존합니다. 퇴비는 자가제조를 원칙으로 하고 있으나 늘 필요량을 채울 수 없어 소요량의 30%가량은 판매되는 퇴비로 충당합니다. 액체비료는 깻묵, 양파 등 농작물을 재료로 하여 대체로 6개월 정도 숙성해 작물에 공급합니다. 어분 또는 골분은 시중에서 구입해 액비로 만들며. 생선 아미노산은 생선 부산물을 시장에서 얻어다가 활용하고 있습니다.

감자밭의 이력

우리 부부의 감자밭은 각각 150평 규모로 두 밭으로, 모두 300평에서 운영됐습니다. 편의상 그중에서 한 밭만을 기준으로 삼겠습니다. 감자밭 이전 해까지 해당 밭은 무경운 2년차였고, 마지막 해에는 고추재배를 했던 밭입니다. 고추 수확이 끝나고 난 11월 초순에 이랑 가장자리에는 줄지어 밀과 보리를 심었고, 이랑 중앙은 작물 부산물이나 낙엽, 부엽토 등을 덮었습니다. 고랑에는 이미 깔려있던 제초매트라고 알려진 풀 방지 부직포를 그대로 두었습니다.
 

▲ 강화분홍감자 수확



감자 재배


2월 중순 한 이랑당 두 골을 나란히 파고 퇴비를 넣어줬습니다. 퇴비 위에는 여러 종류의 유기물을 덮어줬습니다. 그리고 그 위에 액비를 뿌려줬습니다. 감자심기는 3월 초에 했는데, 이때 미리 모종판에 심어 싹을 틔운 두벌콩(강낭콩)도 함께 심었습니다. 콩은 이랑 중앙에 위치하도록 심었습니다. 감자 싹이 나와 줄기가 보일 즈음부터 두 차례에 걸쳐 북을 주었고, 6월 하순 수확을 시작했습니다. 수확 후에는 다시 가을에 수확할 콩을 심고, 이랑 가로는 메밀 씨를 뿌렸습니다.


결과적으로는 양과 질 등 모든 면에서 풍작을 끌어내지 못하였습니다.

분석

밭의 생산성은 크게 두 가지 요소에 의해 결정됩니다. 재배방식, 다시 말해 사람의 관리역량이 그 한 가지인데, 비교적 긴 시간을 놓고 판단해야 합니다. 감자 재배가 이뤄진 무경운 밭의 경우 감자 재배 이전의 무경운 기간까지 포괄해 관리 내용을 살펴야 합니다. 두 번째 요인은 밭의 환경적 조건입니다. 이는 자연조건과 해당 기간의 기후조건을 말합니다. 재배 전체 기간의 일조량 변화와 최저기온, 일교차, 강수량 등입니다. 그런데 환경적 조건은 관리역량으로 극복 가능한 부분이 많습니다.
 

▲ 섞어짓기한 강낭콩, 감자와 함께 수확

 


1) 밭의 환경적 요인

감자를 심은 3월 초는 낮에는 비교적 고온을 보이다가 밤과 새벽에 걸쳐 급격히 기온이 떨어지는 현상이 반복되던 시기였습니다. 기후변화 탓인지 최근 몇 해 반복되는 현상입니다. 섞어심기한 콩 일부는 잎이 얼어 시커멓게 변하기도 했습니다. 게다가 밭이 지형적으로 일조량 부족이어서 감자 싹 나오는 게 더뎠습니다. 싹이 나온 후에는 강수량이 부족해 초기 생장이 전반적으로 부실했습니다. 밭 자체가 비탈이어서 가뭄을 더 탄 것 같습니다.

2) 관리역량

무경운 전체 기간에 걸쳐 유기물 투입이 부족했고, 토양 덮개가 일시적으로 없거나 부실했던 적이 많아 토양이 단단해지는 현상(토양 경화)이 있었습니다. 이는 매우 뼈아픈 실책으로 밭갈이를 해야 하는 이유와 맞물려 반성할 점이 많았습니다. 이는 북을 두 차례에 걸쳐 주었음에도 감자의 크기와 수량이 고르지 않은 결과를 초래한 근본 원인이 됐습니다. 합리적이고도 효율적인 토양 덮개에 대한 고민이 필요합니다.
 

▲ 감자 수확 후 심은 콩과 메밀


평가

무경운의 핵심과제는 토양의 항상성을 유지하는 것임을 다시 한번 확인하게 됩니다. 항상성은 간단히 말해 수분 유지를 통해 투입된 유기물이 분해되면서 토양 미생물이 왕성하게 활동하는 상태를 말합니다. 관건은 토양 덮개가 연중 충실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덮개로 작물 부산물이나 톱밥, 왕겨, 낙엽, 부엽토 등을 사용할 수 있으나 노동강도가 높은 소모적인 방법입니다. 분명히 필요한 작업이기는 하나 보조적으로 선택해야 합니다.


토양의 항상성은 그 안에 내린 살아있는 뿌리에 의해 지지되는 것이 가장 좋습니다. 감자를 심기 전인 초겨울에서 이듬해 2월까지 보리나 밀, 자운영, 완두콩 등을 이랑에 가득 심어둔다면 토양의 항상성을 유지하는 데 크게 도움이 됩니다. 고랑까지 덮개작물을 심어둔다면 적당한 때 부산물 덮개로 활용하는 데 모자람이 없겠습니다.

무경운과 출하방식

우리 부부는 무경운 감자 재배에서 나온 감자를 모두 직거래로 출하했습니다. 주종이 지게감자, 강화분홍감자 등으로 모두 토종이어서 나름대로 경쟁력이 있었고, 10년 이상 직거래에 의존해와서 작으나마 시장이 형성돼 있어 큰 어려움이 없었습니다. 그러나 농산물 경매를 통한 출하방식이 일반적인 농가에서는 선호도 높은 개량감자 품종을 무경운으로 재배하자면 규모의 적정성이나 수확량에서 불안한 요인이 많이 있습니다. 대규모 단작 형태의 농사에서 무경운을 도입하면서도 안정적인 생산성을 유지할 수 있는 비결이 필요한 것이죠.


밭갈이하지 않는 데서 오는 이점을 누리면서도 생산성을 유지하는 무경운 재배방식이 필요하고, 그 방법론이 체계화돼야 합니다.


이근우 농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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