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자녀보다 하루만 더 살고 싶은 게 부모 마음

박현주 울산장애인부모회 북구지회장 / 기사승인 : 2021-12-22 00:0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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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부모 칼럼

아침에 일어나 밖을 보니 겨울이 어느덧 성큼 다가와 있네요. 며칠 전만 해도 춥지 않아서 봄,가을 같은 날씨였는데 오늘은 겨울인 게 새삼 느껴지는 날씨입니다. 오전 7시 45분에 학교 버스를 타고 가야 하는데 깨워도 일어나지 않아서 “오늘도 데려다줘야겠네”하고 의자에 앉아있는데 아이가 깨서 나오더니 “엄마 아파”라고 말하는 거예요. 이마에 손을 대보니 이마가 뜨거웠어요. 힘도 하나도 없고 코가 막혀 답답해했어요.


급하게 열을 재니 37.2도였고 일단 근처 병원에 가서 상담하고 약을 처방받고 나오는데 ‘혹 코로나면 어쩌지?’하고 걱정돼 아이와 저는 코로나 검사하는 곳에 가서 어렵게 어렵게 검사를 하고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아이 코로나 검사하는 데 너무 진땀을 빼서 힘이 하나도 없었습니다. 아이가 고등학생이라 이렇게 검사할 때면 몸이 두 개였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바꿔가면서 돌볼 수 있을 테니까요.


어릴 때는 작아서 수월했는데 아이가 성장하다 보니 많이 힘든 건 사실입니다. 크면 클수록 부모는 나이가 들어 힘이 약해져 키 큰 아이를 간호한다는 건 쉽지 않습니다. 지적 수준이 어린아이 수준이라 아플 때면 더 짜증을 많이 내고 더 부모를 힘들게 하니 감당하기 어려울 때도 있습니다. 이럴 때면 너무 힘들어 시설에 보내고 싶다는 생각을 하곤 합니다.


시설에 보내는 부모들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본인이 가고 싶어 가는 것이 아니라 부모들의 힘듦이 감당이 안 될 때 가게 되는 것 같고 저도 만약 나이가 들어 힘듦이 감당이 안 될 때는 어떤 선택을 하게 될지 모를 일입니다.


절실히 필요로 하는 곳에 적절히 인력 등을 배치해준다면 부모들이 시설로 아이를 보내지는 않을 거라 생각합니다. ‘모든 것을 부모의 책임으로 몰아가는 것이 과연 옳은 것일까’하는 생각이 듭니다. 부모들의 인권도 아이의 인권도 지켜지지 않는 지금의 현실은 부당하다고 생각합니다. 


장애자녀를 키우기 위해서는 부모들의 거친 투쟁이 뒷받침돼야 하는 게 지금의 현실입니다. 누구나 인권을 보호받으며 행복하게 살 수 있을 날이 언제쯤 올까요? 장애자녀보다 하루 더 살고 싶다는 게 모든 부모들 마음입니다. 부모들이 편하게 눈 감을 수 있는 그런 세상이 빨리 오기를 간절히 바랄 뿐입니다.


하루에도 수없이 아이와 신경전을 벌이며 힘들게 사는 부모들에게 힘내시라고 전해주고 싶습니다. 우리가 아니면 누가 이 험난한 세상을 막아줄 수 있을까요? 준비되지 않은 사회 속에서 우리 아이들이 인권을 무시당한 채 살아가지 않기를 바랍니다. 국가는 국민으로서 당연히 받아야 할 모든 권리를 보장해줘야 하는 의무가 있습니다. 국가가 책임을 다하는 그 날이 올 때까지 부모님들 힘내셨으면 좋겠습니다.


박현주 울산장애인부모회 북구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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