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기서열 분석 이야기

권춘봉 이학박사 / 기사승인 : 2021-09-06 00:0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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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 속의 자연과학

코로나19 때문에 mRNA 백신이라는 말은 이제 제법 익숙한 용어가 됐다. 대표적인 mRNA 백신 제조사인 화이자-바이오엔테크, 모더나는 백신을 개발하고 허가를 받기까지 각각 10.8개월, 11.4개월이 소요됐다. 일반적으로 신약 개발에는 10년 이상, 백신 개발에도 10.71년이 소요되는 것으로 보고되는데, 이번의 경우, 어떻게 이토록 빠르게 진행됐을까? 첫 번째 이유는 암 치료 목적으로 mRNA 백신의 플랫폼과 제조 방법이 꾸준히 연구돼 오고 있었다는 것이다. 두 번째는 전 세계적으로 코로나19의 염기서열 정보를 신속하게 공유했기 때문이다. 


해당 질병의 유전자 염기서열만 정확히 알면 mRNA 백신에서 항원으로서 작용할 유전자 부분만 교체해 생산할 수 있다. 염기서열 정보가 무엇이기에 유전정보를 갖고 백신을 만들 수 있는 것일까? 이번 호에서는 mRNA 백신을 가능하게 했고, 이미 인간의 삶에 다양한 영역에서 접목해 사용되는 염기서열 분석이 무엇인지, 그 역사와 응용에 대해 알아보고자 한다. 


지구상에서 모든 생물의 자식 세대는 부모로부터 유전형질을 물려받는다. 유전형질에는 피부, 머리카락 색 같은 것부터 혈액형, 혈우병 같은 형질까지 모두 포함된다. 생물의 유전정보가 담겨 있는 것이 진핵생물에서는 DNA이고 바이러스의 경우에는 RNA다. 하나의 세포를 살펴보면, 핵이 있다(사진 1). 이 핵 안에 염색체가 있는데, 이것은 DNA가 실타래처럼 응축돼 감겨 있는 것이다. DNA는 기본적으로 염기와 당, 인산으로 구성된다. 이 중, 염기는 A(아데닌), T(티민), G(구아닌), C(시토신) 4종류가 있다. 이 4가지 염기가 세 개씩 어떤 순서로 배열돼 있느냐가 바로 유전정보다. 유전체(게놈, genome)는 한 개체의 모든 유전정보를 뜻한다. 이 유전정보의 서열을 읽어내는 것이 바로 유전체 분석이다.

 

▲ 사진1. 세포, 핵, 염색체, DNA, 염기의 모식도(출처, 기초과학연구원)

유전자 서열 분석의 역사를 살펴보자. 1972년 벨기에의 분자생물학자 발터 피어스가 박테리오파지 MS2의 표피단백질 유전자 염기서열을 해독한 것이 세계 최초 유전자 서열 분석이다. 1977년 영국의 생화학자 프레더릭 생어는 박테리오파지 ΦΧ174의 게놈을 분석했다. 이미 1958년 단백질 서열을 최초로 해석해 노벨 화학상을 받은 생어 박사는, DNA의 염기 해석법을 개발해 1980년 두 번째 노벨화학상을 수상했다. 


이후 유명한 것이, 1990년에 시작돼 2003년에 완료된 인간 유전체 프로젝트((Human Genome Project)다. 인간 게놈은 약 32억 개의 뉴클레오타이드 염기쌍으로 이뤄져 있다. 이 서열을 밝히는 데 미국, 영국, 일본, 독일, 프랑스, 중국 6개국의 공동 노력과 셀레라 게노믹스(Celera Genomics)라는 민간 법인의 후원을 받아 13년 만에 인간 한 사람의 유전체 전체를 해독한 것이다. 인간으로서 최초로 전체 DNA 염기서열 지도를 갖게 된 주인공은 제임스 왓슨이다. 이 사람은 1953년 프랜시스 크릭과 함께 DNA 이중나선구조를 밝혀낸 유전학 분야의 대가다(사진 2). 

 

▲ 사진2. A. 1953년 25살의 제임스 왓슨(좌), B. 인간게놈프로젝트의 첫 주인공 노인이 된 왓슨(연도미상)(출처, 구글)

한 사람의 게놈이 13년 동안 약 3조 원이라는 경비를 들여 판독됐다면, 2000년대부터 도입된 차세대 염기서열 분석법은 상용화된 이후 관련 기술이 비약적으로 발전했다. 차세대 염기서열 분석법이라 불리는 NGS(Next Generation Sequencing) 기술은 모든 유전자의 집합체인 유전체를 무수히 많은 조각으로 나눠서 읽은 후, 얻어진 염기서열 조각을 조립해 전체 유전체의 서열을 분석하는 방법이다. 이는 단기간 안에 많은 양의 유전체 정보를 얻게 됐고, 유전체 분석 비용과 시간이 혁신적으로 감소함에 따라 인간을 비롯한 다양한 생명체의 유전체 분석 수요가 증가하고 다양한 연구 분야에 활용할 수 있게 됐음을 뜻한다(마크로젠). 


유전체 분석을 이용하는 예로, 필자가 대학에서 연구하는 것 중 한 가지는 현미경 크기의 미소생물의 유전체를 분석하는 일이다. 필자의 경우는 해당 생물의 진화적 계통, 족보를 알아보고자 하는 것이 그 목적이다. 이런 경우, 모든 유전정보를 포괄적으로 얻기 위해서는 전장유전체 분석(Whole genome sequenmcing)을 시행한다. 


얼마 전 공영방송에서 <모기의 역습>이라는 다큐멘터리가 방영됐다. 여기서 인간이 모기와의 전쟁에서 이기기 위해, 암컷만 골라 죽인다는 목표를 세웠다. 유전자가 조작된 수컷 모기가 야생에서 암컷과 짝짓기를 하면 이 과정에서 조작된 유전자가 새끼에게 전달되는데, 이때 조작된 유전자를 물려받은 암컷 모기는 번데기가 되기 전 죽게 된다는 가설이다. 이 또한 유전체 분석을 시행해 유전자를 파악한 후, 유전자를 조작하는 예다. 또는, 수의학 분야에서 질병을 유발하는 다양한 병원체를 연구하는 방법 중 하나가 유전자 염기서열을 분석하는 방법이다(문 외 5인, 2016). 


의학 분야에서 NSG 검사를 이용한 임상적 응용은 매우 다양하고 거대하다. 여러 유전자가 원인이 되는 다양한 질병과 질환에 대한 진단이 가능하며 비용효율이 높은 검사들이 이미 다양하게 시행되고 있다. 유전성 암 질환, 신경발달질환, 시각 장애와 관련된 유전성 안질환, 청각소실 및 난청, 심혈관질환, 기형 증후군, 각종 암체세포 돌연변이 발견과 치료, 폐암, 위암, 대장암 등 고형암에서 표적치료 등이다(유전자 검사의 이해). 


울산에서도 이와 관련해 의미 있는 연구 결과가 있다. 지난 4월 종료된 “울산 만 명 게놈 프로젝트”다(사진 3). 울산과학기술원(유니스트, UNIST)에서 지난 2015년 출범한 ‘게놈 코리아 인 울산’ 프로젝트의 하나로 진행한 ‘울산 만 명 게놈 프로젝트’가 5년 만에 완료된 것이다. 이 또한, 유전체 정보 분석을 기반으로 전사체, 후성유전체, 단백질체 등 생물학적 정보를 총망라해 질병의 근본 원인을 밝혀내는 연구에 응용될 것이다. 

 

▲ 사진3. 프로젝트 수행 당시 울산 만 명 프로젝트 홈페이지 http://10000genomes.org/

인간게놈프로젝트의 완성은 유전정보를 해독하는 기초를 마련한 것에 불과하다. 그러나, 2003년 인간유전체프로젝트가 완료됐을 때, 여러 매체에서는 우리가 자신의 유전자 염기서열 정보를 주문해 얻을 수 있는 새 시대가 시작됐음을 의미한다고 전했다. 즉 포스트게놈(post-genome) 시대가 열리는 것이다. 질병의 정복이라는 꿈을 꾸는 것이다. 이 적용은 현재진행형이며, 기술이 개발되고 처리속도가 빨라지며 비용이 저렴해질수록 개인 맞춤형 시대가 도래할 것이다. 


한편, 과학기술의 발전은 늘 윤리와 책임이라는 문제를 동반한다. 앞서 언급한 유전자 조작 수컷 모기의 경우는 얼마나 효과가 있었을까? 방송에 의하면, 최대 62%까지 모기가 줄어들긴 했으나 다시 모기들이 생겨났다. 환경전문가들은 유전자 조작 모기가 가져올 부작용을 우려한다. 유전자 조작 모기를 자연에 방사할 경우 어떤 결과를 나올지 알 수 없고 또, 한 번 발생한 문제는 돌이킬 수 없다고 말한다. 태아의 유전자를 분석해 질병을 유발할 수 있는 유전자가 있는지 알 수 있다. 이런 경우도 윤리 도덕적 가치와 팽팽히 대립되게 될 것이다. 또한 코로나19 이후 세계는 게놈 프라이버시 시대가 시작됐다. 국경검문소에서 전염병 통제를 위해 입국자의 유전자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기 시작했다(고재원, 2021). 이에 따라 유전자 감시 기술 사용에 관한 지침 재정에 대한 필요성도 대두될 것이다. 


권춘봉 이학박사

※ 참고문헌
고재원, 2021. <표지로 읽는 과학> 20주년 맞은 인간게놈프로젝트(HGP)의 유산.
동아사이언스. https://www.dongascience.com/news.php?idx=43778
마크로젠 홈페이지 https://www.macrogen.com
문성현, 아미나 카툰, 김원일, 후세인 엠디 묵터, 오연수, 조호성, 2016. 돼지생식시호습기증후군바이러스(PRRSV)의 전장 유전체 염기서열(whole-genome sequencing) 분석을 위한 차세대 염기서열 분석법의 활용. 한국가축위생학회지 제39권 제1호, 41-19.
이승태, 이경아, 심효섭, 원홍희, 김나경, 신새암, 2019. Next Generation Sequencing 기반 유전자 검사의 이해. 식품의약품안전처 식품의약안전평가원. 1-140.
UHD 기후변화 특집 <지구의 경고> 3부 모기의 역습, 2021. K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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