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이 원하는 건 무엇이든 만들 수 있는 모험 놀이터가 더 많이 생겼으면 좋겠습니다"

정승현 기자 / 기사승인 : 2021-12-31 11:27: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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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와 숨바꼭질' 마을교육공동체 금민주, 조언주 회원 인터뷰
놀이에서 가장 중요한 건 '놀이의 질'

▲ 마을교육공동체 '아이와 숨바꼭질' 금민주(왼쪽), 조언주(오른쪽) 회원. 

 

[울산저널]정승현 기자 = 우리나라 놀이터는 지나치게 안전하다. 미끄럼틀, 시소, 그네 등 놀이기구도 정형화돼있어 별 재미도 없다. 아이들은 놀이터에서 능동적으로 놀이를 만들기보다 수동적으로 놀이기구를 타는 데 만족한다. 아이들에게는 '놀이'가 밥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놀이'가 중요하다. 한데 아이들은 점점 놀 공간을 잃어가고 있다. 이에 문제의식을 느낀 학부모들이 나서서 지역 놀이 동아리를 구성하고 울산 최초로 민간 주도형 '모험 놀이터'까지 만들었다. 지난 29'아이와 숨바꼭질'에서 열정적으로 활동하고 있는 금민주, 조언주 회원을 만났다.

 

Q. 마을교육공동체 '아이와 숨바꼭질'에 대해 간단히 소개 부탁드린다.

 

'아이와 숨바꼭질'은 2015년 아이들의 놀이 문화에 관심이 많은 구영 지역 학부모들이 만든 자생적 지역 놀이 동아리이다. 전래놀이, 숲 생태 놀이 등 다양한 놀이와 청소년 주도의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현재는 지역 공동체 연대를 통해 부모와 자녀의 건강하고 행복한 성장을 도모하며 마을교육공동체로 성장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Q. '아이와 숨바꼭질'의 최대 성과는 울산 최초로 '모험 놀이터'를 만든 것이지 않나. 어떤 계기로 모험 놀이터를 만들었나.

 

아이와 숨바꼭질은 지난 5년간 구영초등학교 운동장에서 매주 한 번 모여 놀이 프로그램을 진행했는데 코로나로 학교 출입이 어려워지면서 아이들이 놀 장소를 잃었다. 그 시기에 대나무놀이터 협동조합과 협력해 태화강의 대나무를 활용한 놀이터를 만들었는데 그게 되더라! 처음에는 간단하게 원두막만 지으려고 했는데 아이들이 그네와 미끄럼틀 등 하루 만에 4개 놀이 시설을 만들었다. 이 경험을 계기로 마을교육공동체로서 지역 사회에 아이들이 마음껏 뛰어놀 수 있는 시간과 장소를 제공하고 놀이의 중요성을 알리고 싶어서 모험놀이터를 기획하게 됐다.

 

* 모험놀이터 : 아이들이 스스로 해보고 싶은 놀이를 제안하고 직접 실현해나갈 수 있는 놀이터다. 가령, 마음껏 땅을 파고 집을 짓거나 적정 기술을 사용해 불을 피울 수 있다. 나무를 톱으로 잘라 목공 체험도 하고, 높은 곳에서 집라인을 탈 수 있다. 모험 놀이터는 일반 놀이터보다는 위험할 수 있다. 하지만 통제된 위험이다. 모험놀이터에서 좌절하고 다쳐본 경험을 통해 미리 큰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는 마음가짐을 배울 수 있다.

 

Q. 그럼 구체적으로 모험놀이터는 어떤 과정으로 만들었나?

 

놀이터 부지를 찾기 위해 6개월 이상 노력했다. 부지 찾는 게 관건이었다. 상북마을교육공동체 의 정선모 선생이 박용운 길천일반산업단지협의회 회장을 소개해줬고 그분이 교육적 취지에 적극적으로 공감하시더라. 그래서 개인 부지를 무상으로 구할 수 있었다. 또 울산민관협치지원센터의 시민오픈랩에서 놀이터 시설을 구축하고 전문가들을 초빙하는 데 필요한 비용을 지원해줬고 안전 점검과 관련한 자문 교수를 섭외하는 데도 도움을 줬다. 무엇보다 오픈랩의 실험 정신이 모험놀이터 사업에 매우 잘 맞았다. 적정 기술을 지원한 대나무놀이터 협동조합, 지내리에 위치한 대리마을공동체 등 많은 단체의 도움을 받았다. 

 

모험놀이터 강연을 통해 일반 시민 대상 참가자를 모집한 후, 워크숍을 진행하며 생각의 결을 맞춰나갔다. 이후 매주 놀이 시설물을 아이들과 함께 만들어나갔고 다양한 프로그램도 진행했다. 11월 이후에는 코로나 감염 예방을 위한 인원 제한으로 인해 참여 못 한 분들을 위해 외부 단체를 초청해 자유롭게 놀 수 있도록 개방하고 있다.

 

▲ '아이와 숨바꼭질' 모험놀이터 앞에서 찍은 참여자 단체 사진. 

 

▲ 울주군 상북면 지내리에 있는 아이와 숨바꼭질 모험놀이터에서 모래산 미끄럼틀을 타는 아이들.   

 

Q. 모험 놀이터의 차별점이나 특성은 무엇인가?

 

지역 사회 많은 분들이 도와줘서 울산 최초로 민간 주도형 모험 놀이터를 만들 수 있었다. 또 모험놀이터의 경우 실내 시설까지 있는 경우는 드문데 우리는 실내 공간이 있어서 아이들이 비 오는 날도 함께 뛰어놀 수 있고 실내에서 목공 체험도 할 수 있다. 아이와 함께 온 보호자들도 가만히 아이들이 노는 걸 보고 있는 게 아니라 함께 원하는 것을 만들고 뛰어논다. 모든 걸 보호자와 아이가 같이해야 더 즐겁고 아이와 깊이 교감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 부분이 아이와 숨바꼭질 모험 놀이터의 차별점이다.

 

Q. 모험놀이터에 대한 아이와 아이 보호자들의 반응은 어떤가?

 

세은이라는 친구가 한 말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그 친구는 지금까지 '아이와 숨바꼭질'을 통해 정말 많은 경험을 했다. 다양한 곳에서 많이 놀기도 하고. 그런데 세은이가 우리 모험놀이터를 체험하더니 어디에서도 못 해본 경험이라며 정말 최고라고 말해주더라! 또 보호자들도 자신의 아이를 새롭게 발견하게 됐다고 말해줬다. 우리 아이가 이렇게 적극적이고 밝은 줄 몰랐는데, 모험놀이터에서 노는 모습을 보니 보호자 자신도 신이 나고 흥분이 되는 것이다.

 

Q. 모험놀이터를 구축하는 과정에서 힘든 점은 없었나?

 

우리는 모험놀이터를 운영하는 당일에만 일하는 게 아니다. 그날 프로그램을 준비하기 위해서는 여러 업무가 많다. 육체적으로 힘들었다. 하지만 육체적인 힘듦은 감내할 수 있는데 이 모험놀이터에 대한 확신이나 공동체 경험이 적은 분들에게 믿음을 심어주는 과정이 어려웠다. 우리도 처음 만들어보는 거라 잘 모르는 부분도 적지 않았고 시행착오도 많이 겪었다.

 

Q. 모험놀이터를 운영하면서 가장 신경 쓰는 부분은 무엇인가?

 

아이들이 스스로 모험놀이터를 꾸려갈 수 있도록 회의도 아이들이 직접 진행하고 톱질 같은 위험한 일도 우리가 방법은 알려주지만, 아이 스스로 뭐든지 하게 둔다. 안전조치는 우리가 사전에 아주 꼼꼼하게 다 해놓기 때문에 모험놀이터 당일 현장에서는 아이들이 독립성을 기를 수 있는 방향으로 프로그램을 진행하기 위해 노력한다.

 

 

▲ 아이와 숨바꼭질 모험놀이터에서 친구의 도움으로 집라인을 타는 아이들. 

▲ 아이와 숨바꼭질 모험놀이터에서 직접 땅을 파서 놀이시설을 만드는 아이와 보호자. 

 

Q. 울산에서 처음으로 민간 주도형 모험놀이터를 만들었는데 해보니 어떤 점들이 아쉬웠나? 지자체에 바라는 점도 있는가?

 

해보니까 모험놀이터가 더 많아져야 한다는 사람들의 요구와 인적 자본은 충분하더라. 우리가 모험놀이터를 만들어 성공해봤기 때문에 확신도 있다. 하지만 부지가 없다. 다른 지역은 노는 땅을 1년간 무상 지원해주는 시스템이 있더라. 우리 지역도 그런 시스템이 있었으면 좋겠다. 부지만 오랜 기간 사용할 수 있으면 더 많은 분에게 모험놀이터 참여 기회를 줄 수 있다.

 

Q. 놀이에서 가장 중요한 건 뭐라고 생각하나?

 

놀이의 질이다. 아이의 욕구가 놀이에 얼마나 많이 반영되는지, 아이가 얼마큼 놀이에 몰입하는지, 아이 보호자가 아이 놀이에 얼마나 공감할 수 있는지, 이런 요소들이 중요하다

 

Q. 무엇이든 개척하는 건 힘이 든다. 모험놀이터도 최초로 만드는 과정이 쉽지 않았을 텐데, 지금까지 열정적으로 활동할 수 있었던 원동력은 무엇인가.

 

우리는 우리의 활동 자체를 매우 의미 있고 가치 있게 생각한다. 무엇보다 아이들이 행복하다고 하는 말이 우리를 뛰게 한다. 여기만큼 재미있는 곳이 없다고 말할 때 굉장히 뿌듯하고 아이들이 성장하는 게 눈에 보이기 때문에 힘들어도 계속할 수 있다. 이를테면 사춘기에 접어든 중학생 아이가 있었는데, 걔가 처음에는 놀이터에 별로 가고 싶지 않다고 하더라. 그런데 지금은 왜 이번 주는 안 가냐고 너무 가고 싶다고 얘기한다. 또 처음에는 모험놀이터에서 작은 의자를 만들었는데 지금은 적정 기술을 공부하며 전동카트를 만들어보고 싶다고 얘기하더라. 그런 변화를 생생하게 볼 수 있다.

 

Q. 앞으로 나아가고자 하는 방향은 무엇인가?

 

원점으로 돌아가고 싶다. 놀이를 매개로 아이들을 만났던 순수한 시간으로 다시 돌아가고 싶다. 놀이 자체를 지역사회에 보급할 방법도 고민하고 있고, 특히 내년에는 중학생이 된 아이들을 졸업시키고 다음 세대의 아이들을 받아야 한다. 올해 '아이와 숨바꼭질'에서는 청소년 주도 프로젝트가 다양하게 진행됐다. 버스킹 팀의 작은 음악회, 해껏열매공방(미술)의 대형 협동화 제작 및 핼로윈 행사, 모험팀의 서바이벌게임, 국제문화 이해팀의 영국과 인도 선생님 초청 강연, 1392 역사동아리의 미얀마 민주화 캠페인, 과학동아리의 다채로운 실험, 환경동아리의 EM흙공 만들기 캠페인 등 다방면에서 이뤄지는 아이들 활동에서 결과만 보면 안 된다. 이 아이들을 성장시킨 동력이 놀이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아이와 숨바꼭질'은 다음 아이들과의 '놀이'를 꾸준히 준비하고 있고 내년에도 아이들과 함께 즐겁게 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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