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이 지나도 달라지지 않는 한부모의 삶과 기본소득

이승진 나은내일연구원 이사 / 기사승인 : 2021-08-23 00:0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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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지 울산

대선 정국이 이어지면서 사회경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안 가운데 하나로 기본소득에 대한 찬반 논쟁이 이어지고 있다. 학계 일각에서는 ‘생계와 양육 모두를 책임져야 하는 한부모부터 기본소득을 지원하자’는 제안도 나온다. 한부모는 이혼이나 사별 등의 이유로 홀로 생계와 양육을 책임져야 하는 사람이다. 나 역시 한부모 밑에서 자랐다. 지난 37년 동안 내 어머니의 삶을 체감했다. 내 어머니뿐만 아니라 현장에서 만나는 한부모들의 삶 역시 고통스러운 지점들이 많았다. 소득이 낮은 한부모라면 그 어려움은 더 가중된다. 


한부모는 빈곤문제에 직면해 있을 가능성이 높다. 특히 여성이 혼자서 아이들을 키우는 경우 그런 문제들이 더 두드러지게 나타나게 된다. 아무리 일을 해도 한부모의 삶은 가난에서 벗어나기 어렵고, 대개의 경우 단기일자리나 서비스직처럼 불안정한 일을 많이 한다. 실직과 구직을 반복하는 사례도 빈번하다. 이럴 때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로 지원해주기도 하지만 신청주의에 기반하고 있고, 신청 과정에서 자신이 한부모라는 신분을 밝히기 꺼려서 포기하거나, 밝히더라도 ‘내가 가난하다는 사실을 입증’해야 하는 문제가 남는다.


소득이 기준선을 초과하면 생계급여뿐만 아니라 교육급여와 의료급여, 주거급여가 한꺼번에 사라진다. 좀 더 소득이 높은 일자리를 찾거나 일을 더 하기보다 자신의 소득을 생계급여 자격기준에 맞추며 근근이 살아가는 삶을 유지하게 된다. ‘복지정책의 역설’이 여기서 나타난다. 한부모 여성들이 일할 만한 노동시장도 협소하다. 가난한 한부모는 부당한 처우에 저항하거나 거절할 수도 없다. 아파도 일해야 하고, 늘 생활비 걱정에 시달려야 한다. 휴식은 고사하고 자녀를 돌보기 위한 시간을 만들기 위해 종종거려야 한다. 이 구조 속에서 한부모 여성들은 사회적으로 고립된 채 그 의무를 모두 짊어지고 살아가는 삶을 숙명처럼 생각하게 된다. 


2020년에 한부모연합이 한부모여성들을 심층 면접해서 분석한 보고서를 살펴보면 그 사람들의 문제가 선명하게 드러난다. ‘20년 전’에 일용직으로 일하는 한부모 여성들을 심층면접하고 분석한 보고서의 삶도 별반 다르지 않다. 가난을 증명해야 하고, 생계급여 수급 자격을 유지하기 위해 질 낮은 일자리를 전전해야 하는 현실도 달라지지 않았다. 복지사각지대, 저임금, 부당한 처우, 불안정한 노동환경, 양육책임의 고충과 외로움, 사회적 낙인들 역시 여전하다.


과거와 현재를 막론하고 보고서에 나타나는 한부모의 직업은 배달, 택배, 식당과 커피숍 서빙, 이삿짐센터 일용직, 자활근로, 공공근로, 막노동, 파출부, 가스검침원, 노점, 전단지 홍보, 간호조무사, 콜센터 직원, 파출부, 학습지교사, 학원교사, 건설일용직 등이었다. 파트타임으로 일하는 경우에는 월 100만 원 내외의 수입이 전부다. 나머지 시간에는 아이들을 돌봐야 한다. 하루 여덟 시간 일하고 최저시급을 받으면 기초생활수급자 자격이 사라진다. 행정복지센터를 방문해서 호소해도 답이 없으니 우울감에 아이와 함께 자살을 시도하는 경우도 봤다. ‘서초구 방배동 모자 변사’ 사건과 ‘강서구 화곡동 일가족 변사’ 사건이 대표적이다.


자녀 두 명을 홀로 부양하는 한부모 여성(3인 가족)은 116만 원 이상의 수입이 발생하면 지원받던 복지정책들을 포기해야 한다. 매월 고정지출을 빼고 나면 세 사람이 하루에 7500원으로 살고 있다는 보고도 있다. 근로의지와 자립의지가 있다 한들 언제 실직할지 모르는 불안한 일자리를 믿느니 기초생활수급자 자격을 유지하기 위해 경제활동을 포기하게 된다. 


20년 전에 발간한 보고서와 20년 후에 발간한 보고서를 함께 살펴보면서 그동안 우리 사회는 뭘 했는지 자괴감이 들었다. 지역사회복지운동을 한다며 돌아다니고 있는 나부터 반성해야 한다. 수많은 학자와 전문가들, 나 같은 활동가들이 이를 개선하기 위해 노력했지만 그들은 여전히 가난했고, 소외된 삶을 살아가고 있다. 자료를 살펴보면서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근본적인 대안이 뭔지 사회적 논의를 섬세하게 해야 할 단계라고 체감한다. 그런 의미에서 주목받는 정책이 바로 기본소득이다. 


한부모를 둘러싼 문제점들의 핵심은 다시 강조하건대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다. 언제까지 이런 체제를 유지하며 사람들을 빈곤의 늪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게 할 것인가? 어렵게 취업해도 기초생활수급자 자격을 유지하기 위해 사회보험 가입을 거부하게 할 작정인가? 근본 원인을 해결하지 않은 채 부도덕하고, 세금 빼먹는 도둑으로 손가락질받게 할 생각인가? 이런 현실과 문제의식들이 기본소득 도입의 단계적 이행 모델로서 ‘한부모 기본소득’에 대한 주장으로 나타나고 있다. 기본소득은 보편성과 무조건성, 충분성, 개별성, 정기성, 현금성을 강조한다. 이 가운데 늘 ‘충분성’에서 논쟁이 멈추질 않는다. 지금 당장 전 국민 기본소득 도입이 어렵다면 불안정한 일자리와 빈곤, 혼자 양육을 감당해야 하는 한부모부터 지급하자.


이승진 나은내일연구원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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