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무역개발기구(UNCTAD)에서 인정한 선진국, 대한민국의 사회보장정책은?

이승진 울산민관협치지원센터 마을연구소장 / 기사승인 : 2021-09-06 00:0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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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지 울산

최근 유엔무역개발기구(UNCTAD)가 대한민국을 개발도상국 그룹에서 선진국 그룹으로 이동시켰다. 외형적으로 한국의 위상이 그만큼 높아진 것이다. 그러나 이를 뒷받침해야 할 사회보장정책은 어떨까?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우리나라 사회보장정책들이 제대로 기능하고 있는지에 대한 의문이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다. 빈곤층과 취약계층일수록 사회적 위험에 더 많이 노출돼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복지정책은 1990년대까지 주로 빈곤층과 취약계층에 대한 ‘사회보호’ 개념이 전부였다. 생활보호대상자라는 표현이 대표적이다. 그러다가 1997년에 시작된 IMF 구제금융 위기를 극복하면서 빠르게 사회보장제도를 확충해 왔다. 이때 사회보호가 아닌 ‘사회보장’이라는 개념이 도입되고, 좀 더 포괄적인 복지정책들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대표적으로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와 긴급복지, 장애인연금, 기초연금, 장기요양보험, 근로장려세제, 무상보육, 무상급식, 고등학교 의무교육, 국가장학금이 있다. 현 정부 들어서도 만 7세 미만에게 지급하는 아동수당과 기초연금 급여 확대, 건강보험 보장성 확대, 지역사회 통합돌봄(커뮤니티 케어)으로 이어지고 있다.


한편 코로나19 사태 이후 긴급재난지원금이 등장하고, 지급대상 범위에 관한 논쟁이 이어지고 있다. 그런 논쟁 속에서도 정부는 추경 편성을 통해 긴급재난지원금을 지급해왔다. 그러나 선별주의를 적용하면서 그에 따르는 행정절차로 인해 지급 시기를 놓치거나 지연되는 경우들이 많았다. 사회적 합의를 위한 논쟁은 필요하지만 때를 놓치면 정책 목적이 퇴색하기 때문에 일단은 누군가를 선별하고 배제하는 데 시간을 허비할 게 아니라 전 국민을 대상으로 지원하고 고소득층은 세제 정책으로 환원받는 것이 효과적이다.


작년(2020년) 5월에 지급했던 전 국민 대상 긴급재난지원금은 그동안 막연하게 생각했던 기본소득에 대한 대중의 관심을 크게 증가시켰다. 위기 상황을 극복하고 부족한 사회보장제도를 대체할 수 있는 주요한 수단으로 기본소득이 부상한 것이다. 그러나 급여적정성 문제나 재원조달 방안에 대한 명확한 방향을 제시하지 못하는 것이 또한 현실이다. 기본소득을 주장하는 여러 연구자도 서로 다른 입장을 보이기도 하고, 그러다 보니 기본소득이 무엇인지 혼란이 일어나기도 한다.


직전 칼럼에서 생계와 양육을 혼자 감당해야 하는 한부모들부터 기본소득을 지급하자는 주장에 대해 다뤘는데, 일각에서는 이를 범주형 기본소득이라고 한다. 범주형 기본소득은 아동, 청년, 노인, 장애인 등 인구집단별로 급여를 지급하는 것이다. 사회수당과 유사하다. 사회수당은 공공부조 같은 선별적 복지와 대비되는 개념으로 보편적 복지를 대표한다. 자산조사를 하거나 일하고 있는지 여부를 따지지 않고 현금을 지급하며, 보완적 소득보장제도의 특성을 갖는 한편 일정한 조건을 갖춘 사람에게 지급하는 수당이다. 보험료를 납부해야 보장해주는 사회보험과 달리 세금을 기반으로 하기 때문에 소득재분배 기능도 갖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사회수당 성격을 가진 대표적 제도는 아동수당과 기초연금, 장애인수당이다. 사회수당은 무조건 지급한다는 점에서 기본소득과 동일하지만, 특정 인구집단을 대상으로 한다는 점에서 기본소득과 다르다. 자연스럽게 기본소득 논쟁과 코로나19를 극복하기 위한 방안으로 사회수당이 주목받고 있지만 본래 기능을 하려면 개선해야 할 지점이 있다. 기초연금과 국민기초생활보장 수급자의 생계급여를 연결해서 줬다 뺏는 체계나 국민연금과 연계해서 차별하는 정책은 없애야 한다. 만 7세 미만 아동에게만 지급하는 아동수당 역시 지급대상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 적어도 우리가 아동이라고 생각하는 초등학생 전체까지는 적용해야 한다. 그래야 사회수당이라는 이름으로 범주형 기본소득이 완성될 수 있다.


우리나라가 국제연합무역개발회의(UNCTAD)에서 회원국 중 처음으로 개발도상국에서 선진국으로 편입됐지만 사회보장정책에서는 여전히 후진적이라는 인식이 이런 데서 나타난다. 사회보장정책이 빠르게 발전했다고 하지만 정작 국민은 체감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 그러므로 기본소득 시행이 어렵다면 사회수당 체계라도 정상화해야 한다. 선별과 배제는 사회적 연대와 공동체 의식을 해체시킨다. 고소득층 자녀들을 의무교육에서 배제한다면, 당신은 동의할 수 있겠는가? 


이승진 울산민관협치지원센터 마을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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