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울산 생물다양성 탐사

권춘봉 이학박사 / 기사승인 : 2021-09-27 00:0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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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 속의 자연과학

생물다양성과 모니터링
▲ 2021 생물다양성 탐사 지의류 둘째 날 참가자

울산은 자랑스러운 도시다. 환경적인 측면에서 그렇다. 산업도시로 발전하는 과정에서 크게 훼손됐던 자연환경이 생태환경 도시로 일컬어질 만큼 개선됐다. 태화강의 오폐수 유입을 막고 태화강을 관리하기 시작해 수질이 5등급에서 1등급으로 개선됐고 현재는 일대가 국가정원으로 지정됐다. 대기오염 물질도 1997년에 비해 아황산가스와 일산화탄소의 농도도 각각 63%, 44% 감소했다(환경부, 대기환경 연보). 


더욱이, 울산은 지자체의 이름을 포함한 “울산 생물다양성 센터”가 있어 자랑스러운 도시다. 대학이나 기관에 생물다양성 센터가 있는 곳은 몇몇 있다. 울산대학교에도 생물다양성 실험실이 있으니 말이다. 서울시, 충청북도, 부산시, 제주시, 인천시, 경기도, 경상남도, 강원도에서 지역생물다양성전략을 수립했지만, 시의 이름으로 센터를 지원하는 경우는 처음일 것이다. 현재 생물다양성은 국제 사회가 공동으로 추구해야 할 목표다. 그만큼 울산시가 세계적인 중요성을 인지하고 환경도시로서 발맞춰 나아가려는 의지가 강하다고 판단할 수 있다. 


이런 와중에 9월 11일, 12일 이틀에 걸쳐, 울산광역시가 주최하고 울산생물다양성센터가 주관하는 ‘2021년 울산 생물다양성 탐사’가 열렸다. 이번 대회는 식물류, 포유류, 조류, 지의류, 버섯류의 분야별 전문가와 울산지역 초등학교 5~6학년 학생 20명이 함께 중구 입화산 참살이숲 일대에서 탐사, 채집, 교육을 하는 것으로 진행됐다. 학생들은 4명씩 한 분류군을 조사했고, 코로나 때문에 분류군마다 동선을 달리하며 조사했다. 


필자는 지의류 전문가로 참여했다. 입화산 참살이숲은 지의류를 찾을 수 있는 좋은 장소였다. 참살이숲 입구의 느티나무에 피어있는 검은배지네지의, 굵디굵은 오동나무 허리춤에 전면으로 눈에 띄는 과립지네지의, 혹시나 하고 뒷면을 보니 녹색 분필을 뿌려놓은 듯한 가루지의속 지의, 쓰러진 참나무에 멋지게 펼쳐진 너덜너덜노란속매화나무지의, 숲 안 이정표인 커다란 바위 표면에 자리 잡은 검은테접시지의 등이 있다.

 

▲ 입화산 참살이숲 일대의 지의류. A. 검은배지네지의, B. 과립지네지의, C. 검은테접시지의, D. 너덜너덜노란속매화나무지의


눈에 띄는 곳에 펼쳐진 지의류만 조사했음에도 11종의 지의류를 관찰했다. 합성물질을 분석해서 동정(생물의 종이름을 확인하는 작업)하는 가루지의속 2종을 제외하고 9종을 종(species) 수준으로 동정했다. 필자는 원생생물 중 섬모충의 형태학적 분류를 전공한 자여서 까다로운 지의류 동정에 관해서는 문외한이다. 다행히 동정에 중요한 미소구조를 현미경으로 관찰할 수 있어서 그에 대한 정보를 국립수목원 지의류팀에게 공유하고, 자문을 받아 종 수준의 동정을 할 수 있었다. 지의류 연구에 사명과 책임을 갖고 도움을 준 지의류팀에게 지면을 빌어 감사드린다. 이로써, 입화산의 지의류 11종은 네이처링(Naturing) 앱을 통해 한국생물다양성 목록에 등록됐고 이는 입화산의 생물다양성과 모니터링에 유용한 자료가 될 것이다.


태백에 가면 차가 쌩쌩 달리는 은행나무 가로수 수피에서도 지의류를 볼 수 있지만, 지의류는 대체로 깨끗한 자연환경에서 다양성과 풍부도가 높으며, 오염에 약해 산업단지나 대기오염이 심한 곳에서는 관찰이 어려워 지표 생물로 활용된다. 지의류는 수명이 길고, 합성해내는 물질이 있기 때문에 환경에 대한 지표생물로도 사용된다. 아황산가스, 암모니아와 같이 대기질 측정, 중금속 오염 정도, 숲의 보존 상태 등을 모니터링하는 데 사용되기도 한다. 


환경의 가치와 중요성을 인식해서 관심을 기울이며 지속적으로 관찰하는 것을 “모니터링”이라고 표현한다. 2020, 임하우의 석사논문, ‘울산의 해안식생’을 살펴보면, 울산 동구의 대왕암공원에 위치한 팔손이군락, 해송-팔손이군락은 공원관리 등으로 개체수가 줄어들고 있어, 장기모니터링을 통해 보호 및 관리가 필요하다고 보고하고 있다. 또한, 울산 북구 우가항 일대에는 개봄맞이꽃군락이 있다. 이는 환경부가 지정한 멸종위기 야생식물 2급이며 울산의 개봄맞이꽃군락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남쪽에 위치하는 군락으로서 온난화 기후변화를 감지할 수 있는 중요한 군락이다. 그러나, 해안산책로 건설로 인해 면적의 절반 정도가 훼손됐고, 관리가 이뤄지지 않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위 사례의 경우, 지속적인 관찰, 모니터링이 필요하다. 


지속적인 모니터링의 우수사례로는 태화강 조류 관찰이 있다. 이는 현재 철새홍보관의 관장인 김성수 박사가 2010년 1월부터 현재까지 매일 같은 장소에서 태화강의 백로와 떼까마귀를 관찰한 것이다. 태화강 먹거리단지의 33번 가게 앞에는 관찰조망대가 있다. 이곳에서 10여 년 이상 매일 일출 전부터 한 시간가량 백로와 떼까마귀가 언제 잠자리에서 먹이터로 날아가는지 이소시각과 그들의 생활사는 어떤지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한 것이다. 누군가의 이런 헌신적이고 지속적인 관찰이 있었기에 국내 유일의 철새홍보관이 울산에 세워지게 됐다. 


인간은 환경과 그 속의 생물과 더불어 살아가야만 한다. 생물이 잘 사는 환경이 인간이 살 수 있는 환경이기 때문이다. 주변의 생물에 대해 관심을 갖고, 하나의 것이 마음속에 꽂히게 된다면, 관찰자가 되어보는 것은 어떨까? 그리고 네이처링 앱과 같은 생물다양성 공식 창구를 통해 기록해 보자. 세계의 생물다양성이 밝혀지고 보존되는 것은 흡사, 거대한 성으로 비유할 수 있다. 한 생물에 대한 나의 지속적인 관심과 모니터링은 그 성에 하나의 모래알 같은 것이나 그 성은 결국 하나의 모래알로 이뤄진다는 것을 함께 기억해보자.

※ 참고문헌
임하우, 2020. 울산의 해안식생, 석사학위논문, 울산대학교 생명과학부, p.66.

권춘봉 이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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