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뚜렷해지는 ‘신냉전 구도’

한기양 울산새생명교회 담임목사, 평화통일교육센터 대표 기자 / 기사승인 : 2021-03-30 00:0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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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

미국이 인권과 민주주의를 언급하며 연일 북측과 중국에 압박을 가하고 있는 가운데 북·중은 밀착하는 모습이다. 북측과 중국이 기존의 협력관계를 더욱 강화하며 ‘반미 전선'을 구축한다면, 북측을 대화의 장으로 끌어내 한반도 평화프로세스를 재가동한다는 문재인 정부의 대북정책은 사실상 물거품이 될 수밖에 없다. 북측으로선 외교적 고립의 탈출구로 중국과 긴밀하게 협력하면서 미국과의 대화에는 소극적이고, 중국 역시 북핵 해결을 위해 미국과 비협조적일 것이기 때문이다.


북·중 간 밀착 움직임은 지난 18∼19일 미·중 간 알래스카 고위급 회담에서 파열음이 나온 직후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양국관계 강화를 담은 구두친서를 주고받은 사실이 밝혀지면서 확인됐다.


지난 23일 조선중앙통신 보도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시 주석에게 보낸 구두친서에서 “적대세력들의 전방위적인 도전과 방해 책동에 대처해 조·중 두 당, 두 나라가 단결과 협력을 강화”할 것을 강조했다. 시 주석도 친서를 통해 김 위원장에게 “새로운 정세 아래에 북측 동지들과 손을 잡고 노력해 북·중 관계를 잘 지키고 견고히 하며 발전시키고 싶다”고 말했다. ‘새로운 정세’는 바이든 정부 출범을 의미하는 것으로 읽힌다. 북측 입장에선 최근 말레이시아와의 단교사태 등으로 미국과 갈등이 고조되고 외교적으로 더욱 고립되고 있는 상황인지라 ‘믿을 건 역시 중국’이라고 판단했을 가능성이 크다.


러시아의 행보도 주목된다. 러시아가 북·중 밀착에 본격 가세할 경우 북·중·러 대 한·미·일의 신냉전 구도가 더 명확해질 가능성이 커졌다. 이럴 경우 남측이 대북 정책에 취할 수 있는 선택지는 더욱 줄어들 수밖에 없다.


한편 바이든 행정부는 반중(反中) 안보협의체를 강화하려는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인도·태평양지역에 쿼드 4각체제(Quad, 미국, 인도, 일본, 호주)를 확장해 트럼프 행정부가 구상했던 나토(NATO)와 같은 반중 안보연합체를 구상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런 미중 패권경쟁시대의 정세 속에서 남측이 어떤 선택을 해야 하는가는 국가 생존의 문제다. 보수논객들은 미국의 새로운 나토형 인도-태평양 반중 안보연합체(networked anti-China NATO-like security coalition)에 참여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문재인 정부는 장기적 국익 차원에서 대중/대미 ‘균형외교’의 길을 선택해야 할 것이다. 구체적으로 남북관계, 한미관계 그리고 한중관계는 남측이 주도적/자주적 외교를 추진하는 것을 필수적인 전제로 하고, 한미동맹 속에서 주도적으로 중국과는 전략적 파트너 관계를 유지하는 것이 생존의 길이라는 것이다.


다시 말해 남측은 실사구시적인 기존의 외교정책을 유지하는 것이다. 미국이나 일부 보수 안보논객들이 주장하는 반중 안보연합체에 합류해 미국의 반중 봉쇄정책을 지지하고 미국 쪽에 줄을 서라는 입장은 국익 차원에서 매우 난감한 선택이 아닐 수 없다. 그러므로 친미/친중 균형외교를 유지함이 바람직하다. 미중 간 패권경쟁시대에 어느 쪽에도 줄을 서지 않고 국익 차원에서 자주적이고 주도적인 외교 전략을 과연 유지할 수 있을까? 그렇다면 남측 정부가 미·중 패권경쟁시대에 친미/친중 균형외교를 지향해야 하는 근거는 무엇인가?


한반도는 지정학적으로 해양세력과 대륙세력의 교차점에 위치해 있다는 사실이 첫째 근거다. 그러므로 미중 패권경쟁 사이에 낀 대한민국이 가야 할 길을 냉정하게 찾아야 한다. 실리적이고 국가이익 차원에서 초이념적/초동맹 자세를 견지해야 한다.


둘째로는 한중 간 상호 경제의존도가 높아 경제적으로나 한반도의 지정학적 이유로 한반도 문제해결의 핵심 당사자인 중국의 협력이 필요하기 때문에 중국과도 상호 우호관계를 유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향후 한반도 비핵-평화체제 구축을 위해 중국이 미국에 못지않게 핵심적 역할을 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미·중·남·북 4자 간 긴밀한 협력으로 한반도 문제를 풀어가야 하는데, 남측 정부가 반중 안보연합체에 참여해 미국에 줄을 서면 한반도 문제해결에 걸림돌로 작용하게 될 것이다.


21세기 4차 산업혁명시대에 군사안보에 못지않게 경제안보는 국민의 행복한 삶과 번영을 위해 보호해야 할 우리나라의 핵심 이익이라는 점이 셋째 근거다. 한반도는 76년간 남과 북이 분단을 극복하지 못하고 미·중·러·일 4강에 둘러싸여 살아왔다. 앞에서 지적한 대로 우리나라는 어느 한쪽 강대국에 줄을 설 수 없는 지정학적 운명이기에 미·중 패권경쟁시대에 균형외교를 추구하면서 국가이익을 수호하고 신장하는 것이 현명한 선택이다.


그러므로 남측 정부는 향후 한마디로 균형외교를 지속해서 추진해가야 한다. 그리고 미국은 한반도의 특수상황을 고려해 미·중 패권경쟁시대에 자기 쪽을 선택하라고 강요해서도 안 된다는 점을 강하게 주장해야 한다. 또한 남측 정부는 당사자로서 한반도 문제해결을 위해 보다 적극적이고 주도적 역할을 해야 한다. 남측은 북측과 미국에 휘돌리는 외교를 지양하고 한반도 비핵-평화체제 구축을 위한 단계적 로드맵을 만들어 남·북·미 3국 간 합의를 도출하기 위해 적극적이고 주도적인 역할에 나섬으로써, 점차 뚜렷해져 가고 있는 동북아 ‘신냉전 구도’를 극복해야 할 것이다.


한기양 울산새생명교회 담임목사, 평화통일교육센터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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