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형 암 통합 빅데이터 구축, 개인의 의료정보 유출 대책은?

이승진 나은내일연구원 이사 / 기사승인 : 2021-03-29 00:0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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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지 울산

정부가 ‘한국형 암 통합 빅데이터’ 구축에 나섰다. 암 검진 단계부터 치료 이후 사망할 때까지 장기추적 조사를 통해 발병 원인을 연구해서 암을 극복하겠다는 의지의 일환이다. 우리나라는 암발생률이 세계에서 가장 높은 국가다. 그만큼 방대한 의료데이터를 갖고 있지만 병원별 관리 문제와 표준화, 데이터 결합이 미흡해서 의료개선이나 신약 개발에 활용하지 않고 있었다. 이러한 이유들로 의료분야에 빅데이터를 접목하기 위한 시도는 이전부터 있어 왔다. 이제 그동안의 준비를 마치고, 공식적인 정책으로 자리매김하는 것이다. 


정부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암과 심뇌혈관, 호흡기 질환 등 한국인 3대 사망원인에 특화된 ‘K-의료 빅데이터’를 구축해서 전 주기 의료지원을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300만 명의 암 관련 빅데이터를 올해 5월까지 완성할 예정이라고 한다. 수집하는 암의 종류는 유방암과 폐암, 대장암, 신장암, 위암, 간암, 자궁경부암, 전립선암, 췌담도암, 혈액암 등 10가지다. 의료기관과 건강보험공단, 건강보험심사평가원, 통계청 등 관련 기관들이 보유하고 있는 10가지 암 환자 데이터를 통합해서 관리하겠다는 것이다.


목적은 빅데이터를 통합해서 암 예방과 검진, 진단, 치료, 예후, 사망까지 장기추적 연구를 시행하고, 이를 통해 발병 원리를 찾아 의료서비스를 개선하는 한편, 상대적으로 뒤처진 신약 개발에 힘을 쏟겠다는 것이다. 어찌 보면 질병 치료와 함께 의료산업을 육성하겠다는 의미로 읽힌다. 문자 데이터뿐만 아니라 영상과 이미지, 유전체 등 다양한 빅데이터를 구축해서 질환 치료뿐만 아니라 DNA 구조 변이 등 암 발병 근본 원인까지 연구할 수도 있다.


다만 이러한 목적에도 우려되는 지점이 있다. ‘수도권에 편중돼 있던 암 데이터를 전국적 네트워크와 연구 포털을 통해 지역 의료기관에까지 공유‧활용하겠다’는 지점이 걸린다. ‘암 진료와 연구 활동에 있어 지역 간 균형을 도모하겠다’는 것이 목적이지만 데이터는 복제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개인의 의료정보 유출에 관한 위험도 그만큼 높아진다. 암세포만큼 무한 복제가 가능하다. 정부가 직접 관리한다 하더라도 지역 의료기관까지 공유하는 과정이 온전할 수 있을까? 누군가 마음만 먹으면 어마어마한 데이터를 빼돌릴 수도 있다. 이미 개인정보를 대규모로 유출해서 악용하는 사례는 무수히 보아왔다. 어떠한 시스템도 인간이 만들고 관리하는 이상 완벽할 수 없다.


개인의 의료정보는 개인정보 가운데 가장 민감한 정보다. 민간기업이 목말라하는 정보가 바로 개인의 의료정보다. 기업 입장에서는 영리를 극대화하기 위해 소비자들을 취사선택하거나 블랙리스트에 등재시킬 수도 있다. 맞춤형이라는 이름으로 개인의 시간과 에너지를 허비하게 만드는 각종 마케팅에 활용할 수도 있다. 민간보험사들이나 의료 관련 기업들이 개인의 의료정보를 취하고 싶어 하는 이유는 분명하다. 


그만큼 빅데이터 관리체계가 중요한 것이다. 데이터 생성은 시간이 갈수록 사용자수와 빈도가 기하급수로 늘어난다. 문제가 됐을 때 복제된 정보들을 일일이 찾아다니며 삭제하기도 어렵다. 양날의 검이 될 수 있는 이 정책이 의료의 질을 높이고, 신약 개발에 활용하겠다는 목적 이외에 또 다른 의도로 악용될 수 있다. 이런 목적들이 자칫 의료민영화나 의료영리화로 이어지는 출발점이 아닌지 의구심을 갖게 한다. 


아무리 뜻이 좋아도 개인의 의료정보는 매우 민감하고, 오·남용될 우려가 크다. 주요 데이터를 취하거나 보호하기 위해 공방을 벌이고 있는 온라인 세상은 전쟁터를 방불케 한다. 어마어마한 예산을 쏟아부어도 방어막이 뚫리고, 사후약방문에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상황이 반복되기도 한다. 여기에 국민들의 의료정보를 통합해서 노출시키는 건, 그 전쟁터에 국민을 밀어 넣는 것과 같다. 그만큼 신중, 또 신중해야 한다.


이승진 나은내일연구원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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