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많던 꽃고랑딱개비는 어디 갔을까?

권춘봉 이학박사 / 기사승인 : 2021-06-07 00: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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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 속의 자연과학

필자가 북구로 이사하면서, 동네 마실가듯 살짝 다녀올 수 있는 곳이 북구 정자항이다. 이곳에는 인기 장소가 있다. 모레보다는 크고 몽돌보다는 작은, 쌀알 크기의 자잘한 둥근 돌들이 깔려있고, 바위 해변이 테두리와 웅덩이를 만들어 줘, 아이들이 안전하게 바닷물 놀이를 할 수 있는 곳이다. 얼마 전 방문했을 때, 비닐에 싸여 버려진 흰 밥 한 봉지를 본 것 말고는 무분별한 쓰레기가 나뒹굴지 않는 점에서 이용객들에게 고맙다. 

 

필자는 생물학자이기 때문에, 그곳에서 가족들에게 아는 체를 한다. 바위 해변에 사는 해양생물들이 뭐가 있는지 말이다. 삿갓조개, 군부, 작은 게류, 거북손, 고둥, 고랑딱개비, 따개비, 갯강구 등을 관찰할 수 있었다(사진 1). 그곳에 있는 생물은 이들뿐만이 아니었다. ‘인간’이라는 생물도 있었으니, 이 생물은 고기도 구워 먹고, 바닷물에 몸을 담그기도 하고, 물고기 낚시와 더불어 바위 해변에 사는 생물을 잡으며 놀고 있었다. 해변 생물들은 이곳이 원래 거주지이고, 필자를 비롯한 ‘인간’의 거주지는 이 바위 해변은 아니다.

 

▲ 그림 1. 삿갓조개, 흰 화살표

바위 해변을 살펴보며, 필자는 생물들의 종수와 그 종들의 개체 수가 많이 줄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삿갓조개는 드문드문, 군부는 한 개체 어렵사리 찾아냈고, 무리를 이루지 못한 거북손도 한두 개체 발견했을 뿐이다(사진 2). 이들과 다르게, 바위표면을 덮고 있는 우점종이 있었다. 크기가 5mm 내외인 아주 작은 조무래기따개비(Chthamalus challengeri Hoek, 1883)다(사진 3). 조무래기따개비는 생태계를 교란시키는 외래침입종은 아니다. 국립생물자원관 한반도 생물다양성 사이트에서 검색해보면, 이는 우리나라 전 연안에 분포하고, 2002년에는 울산에서 채집된 기록도 있으며, 아주 흔한 종이라고 기록돼 있다. 그런데 필자가 이 바위 해변을 조사했던 10년 전과는 종조성이 달라지긴 했다. 또한, 다행인지 몰라도, 식용으로 쓰이는 고둥은 바위 해변이 아닌 얕은 물속에 있는데, 대부분 관광객이 그들의 존재를 모르는 듯했다. 아, 그런데, 조금 있다 보니, 바다가 가까운 나라의 국적을 가진 듯한 분들이 수경을 쓰고, 다이빙을 한다. 검은 봉지에 마구마구 담겨져 가는 고둥들아…

 

▲ 그림 2. 바위틈의 거북손, 흰 화살표

▲ 그림 3. 바위를 뒤덮은 조무래기따개비(A); 크기 5mm 내외의 크기를 나타낸 모습(B); 조무래

 

생태계에서는 생물다양성이 중요하다. 필자가 10년 전, 이 특정 지역에서 바위 해변 생물들을 조사했을 때, 많은 개체 수를 보였던 생물 중의 하나가 꽃고랑딱개비(Siphonaria sirius Pilsbry, 1894)였다(사진 4). 그런데 이번에 살펴보니, 고랑딱개비(Sacculosiphonaria japonica (Donovan, 1824))가 몇 개체 보일 뿐, 꽃고랑딱개비는 찾아보기 어렵다. 국립생물자원관 한반도의 생물다양성 사이트에서는 이들의 생태가 좀 더 물이 맑은 곳을 선호한다고 하는데, 바다는 밀물과 썰물로 개방돼 있지만 지난 10여 년 동안, 이곳 일대의 수질이 낮아졌을까 하는 원인 탐색을 위한 문제 인식도 해본다. 이곳의 바위는 변함이 없겠지만, 그곳에 살아가는 해변 조간대 생물들은 생물다양성이 줄어드는 방향으로 변화가 있는 것 같다. 

 

▲울산 정자항 바위 해변에서 채집한 꽃고랑딱개비 표본(A); 방사상의 돌출된 굵은 흰줄이 특징인 꽃고랑딱개비의 패각과 배면의 모습(B).

 

해양생물의 변화를 다만 인간의 출입만을 원인으로 지목할 수는 없다. 그러나, 이 기회를 들어 인간이 바위 해변의 조간대 생물을 관찰할 때 주의사항을 몇 가지 소개해 본다. 첫째는 미끄러짐과 탈락이다. 조간대 바위 표면은 해조류가 덮여 있고, 항상 물로 적셔져 있어 대단히 미끄럽다. 필자도 미끄러져 엉덩방아를 찧은 곳이 아직 욱신거린다. 또한, 바위 표면을 덮은 따개비나 패각이 있는 생물들로 인해 다칠 수 있다. 둘째는 생물의 보존이다. 인간이 생존을 위해 채집하는 것이 아닌 이상, 그곳에 사는 생물을 원래대로 유지시키는 것이 자연에서 가장 주의할 점이다. 바위 해변에서 놀이의 목적이든, 보이는 생물에 대한 지식을 얻고자 하는 적극적인 활동이든, 얻고자 하는 것보다 필요 이상의 많은 생물에게 스트레스를 주거나 채집해서 그냥 죽이는 경우, 혹은 집으로 가져가거나 하는 일은 최대한 지양해야 한다. 보통 아이들의 경우, 집으로 가져가 키우고 싶어 하지만, 서식 생태를 가정에서 구현해 주지 않는 이상, 사육 시작 후 일주일 내에 생물은 죽게 된다. 셋째, 간조와 만조 시간 확인하기. 얕은 바다에서 놀 때는 크게 영향을 받지 않을 수 있지만, 썰물 시 쉽게 걸어갔다가 밀물이 시작돼서 걸어서 돌아올 수 없는 상황이 발생하기도 한다. 항상 물의 움직임을 파악하거나 간, 만조 시간을 확인하는 것도 좋은 주의사항일 것이다. 마지막은 쓰레기다. 앞서 말했던 비닐봉투에 쌓인 밥은 곰팡이만 가득 핀 채, 비닐봉투를 찢어 밖으로 꺼내지 않는 이상 자연으로 오랫동안 돌아가지 못할 것이다(손민호, 홍성윤, 2002). 


인간은 생태계에 속해 도움을 받고 이용하며 살아간다. 필요하면 채취하고 먹고 사용해야 한다. 하지만 우리 가까이에 있는 해변 동물들이 단순한 호기심이나 여가 활동의 희생물로 사라지지 않기를 기원해본다. 

 

권춘봉 이학박사


※ 참고문헌
손민호, 홍성윤, 2002. 바위해변에 사는 해양생물, (해변생물 생태 관찰 안내서), 풍등출판사, p. 143.
국립생물자원관 한반도 생물다양성 조무래기딱개비https://species.nibr.go.kr/species/speciesDetail.do?ktsn=120000049708#;
꽃고랑딱개비 https://species.nibr.go.kr/species/speciesDetail.do?ktsn=120000133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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