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초보라고 하세요

최미아 울산부모교육협동조합 이사장 / 기사승인 : 2021-03-30 00:0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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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교육

주식 열풍이 불면서 주식을 소유하지 않더라도 일상의 대화 중 주식 관련한 대화가 자주 오가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울산은 서울에 이어 주식 소유자 수 비율이 전국 2위로 울산시민의 22.6%가 주식을 소유한 것으로 조사됐다고 한다. 흔히 사용하는 주식 관련 용어 중에 ‘주린이’가 있다. 주식+어린이의 합성어로 주식 경험이 적은 사람을 일컫는 은어다. 일상의 정보를 공유하는 포털사이트 카페나 블로그에서 주식 초보자들은 ‘주린이’를 붙여 질문하고 답을 얻는다. 내 휴대전화 번호는 주식 정보로 먹고사는 장사꾼에게 흘러 들어가 ‘주린이’를 위한 스팸문자 메시지가 배달된다. 주식 초보자를 위한 각종 도서에서도 스스럼없이 ‘주린이’가 제목으로 사용되고 있다. 


어린이가 이렇게 미숙하고 초보적인 의미로 사용되는 단어였던가. 사전적 의미로는 ‘어린아이를 대접하거나 격식을 갖추어 이르는 말’이다. 대접하려고 만든 호칭이 변질되고 왜곡돼 사용되다니. ‘어린이’라는 말의 역사를 찾아보면 우리나라 고유한 말의 늙은이·높은이·착한이 같은 낱말들에서 볼 수 있듯이 ‘이’라는 글자는 ‘높은 사람’이라는 뜻을 지니고 있는 ‘-분’과 같은 의미를 갖고 있다고 한다(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에서 ‘어린이’를 검색). 초보자를 대체해서 사용할 수 없는 단어다. 


‘주린이’ 말고도 요리 초보자를 요린이, 등산 초보자를 등린이, 골프 초보자의 골린이까지 초보자를 대체하는 단어로 수없이 어린이에 ‘린이’를 가져다 사용한다. 어린이를 대접하고 격식을 갖춰 부르지 않더라도 평등한 사회의 구성원으로 이해한다면 호칭을 낮잡아 함부로 활용할 수 없을 것이다. 미숙한 존재로 인식함을 넘어 혐오로 봐야 할지도 모른다. 


‘노 키즈 존’ 팻말이 붙은 카페나 식당을 갈 때가 있다. 사회적으로 ‘어른’의 호칭을 가진 내가 가게를 들어서면서 존재를 거부당한 느낌이 든다. 어린아이의 입장을 막고 거부한다는 것은 언제든 다른 이유로 다른 존재를 거부할 이유를 만들 수 있다는 뜻이다. 공간 이용에 있어 아이에게 불편하거나 혹은 위험하다는 등의 이유를 들어 아이를 거부한다. 시끄러운 아이를 거부하는 ‘다른 손님’의 민원으로 출입을 사전 봉쇄하기도 할 것이다. 다 자란 사람 또는 다 자라서 자기 일에 책임을 질 수 있는 사람인 ‘어른’들은 해결책이 아니라 간편한 차별을 택했다. 차별은 어떤 이유에서도 용납될 수 없다. 차별은 언제든 또 다른 차별을 낳을 수 있다. 


기차를 탔을 때 가까운 좌석에서 우는 어린이 소리가 들린다. 기차에서 울 만한 사정이 있었을 것이다. 무의식적으로 소리 나는 곳을 바라봤을 때 주변 시선을 살피며 아이를 달래는 동승인의 표정을 봤다. 의식적으로 소리 나는 곳을 외면했다. 동승인은 따가운 시선을 느끼며 어린이를 달래려 애쓰고 있을 것이다. 들리는 소리에 의하면 아이는 멀미를 하고 있는 것 같았다. 여차하면 달려가 도와야 할지도 모를 것 같아 소리에 신경을 썼다. 아이를 키우고 있는 양육자이기도 했지만 멀미로 곤란을 겪은 경험이 있는, 한때는 어린아이이기도 했으니까. 다행히 승무원도 어린이의 상태를 살피며 돕고 있었다. 좀 더 기다리니 도와야 할 일은 발생하지 않았다. 


어른은 때론 불편을 기꺼이 감수하기도 해야 할 것이다. 해결 방법을 못 찾는다면 기다리기만 해도 해결이 될 때가 있고 어른다울 수도 있다. 어린이의 세계는 단순하지 않다. 한때 어린이였던 경험에 의하면 존중받고 싶고, 품위를 지키고 싶고, 타인을 배려하고 싶은 다양한 결을 가진 존재가 어린이다. 영화 <우리들>을 보면 어린이들 사이의 수많은 사건과 그들 세계에서 얽힌 복잡한 생각과 고민을 엿볼 수 있다. 어린 시절의 경험은 자기 일에 책임을 지는 어른으로 성장하는 밑거름이 된다. 


흔히 어린이를 미래의 희망으로 부르며 현재의 책임을 미래에 넘기기도 한다. 무한한 가능성을 가진 존재이기도 하다. 어린이를 미래의 가능성을 가진 존재로만 인식할 것이 아니라 함께 살아가는 사회의 구성원으로 인정하고 기다릴 줄 아는 어른이 되고 싶다. 언젠가 늙은이가 된 나와 어른이 된 그들이 마주 볼 날이 멀지 않았다.


최미아 울산부모교육협동조합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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